친족상도례란 강도죄와 손괴죄를 제외한 재산 관련 범죄가 친족 간에 발생할 경우 그 형을 면제해 주거나 고소가 있을 경우에 한해서만 공소를 제기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친족 내부의 문제의 경우 국가 권력이 개입하여 사건화시키는 것보다 친족 내부에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에서 비롯된 제도이다.

이 경우 범인과 피해자가 친족관계가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횡령죄의 경우처럼 피해자의 개념에 실제 재산의 소유자인 최종적인 피해자말고도 중간에 또 다른 피해자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법리가 복잡해진다.

A씨는 B씨에게 200만 원을 C씨에게 전달해달라고 부탁하면서 돈을 맡겼다. 그런데 피고인(A의 삼촌)은 B씨에게 그 200만원을 자신이 직접 C씨에게 전달해주겠다면서 돈을 전달받아 놓고 이를 임의로 소비해 횡령한 것이다. 이 경우 두 번의 위탁관계가 성립되는데 첫째로 A씨가 B씨에게 위탁한 것과 다음으로 B씨가 피고인에게 재 위탁한 관계가 성립된다. 위 사건은 C씨가 피고인을 상대로 수사기관에 횡령죄로 고소를 제기해 수사가 시작됐고 검찰은 피해자를 고소인인 C씨로 여겨서 기소했다.

위 사건에 대해 법원은 심급별로 견해가 갈렸는데 먼저 1심에서는 피고인에게 횡령죄에 대한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는데 2심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한 공소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의 이 같은 판결은 이 사건을 친족상도례 적용 대상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즉 2심 재판부에서는 검사가 고소인 C씨를 피해자로 보고 공소를 제기한 것으로 보이나, A씨가 위탁한 200만 원은 C씨에게 전달되기까지는 여전히 A씨의 소유라고 본 것이다. 결과적으로 피해자는 A씨와 피고인 사이에는 친족관계인데 조카인 A씨가 삼촌인 피고인을 고소한 적이 없다는 이유로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한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의 견해는 항소심과 달랐다. 대법원 재판부는 소유자를 위해 보관 중이던 물건을 위탁자로부터 보관받아 이를 횡령할 경우의 친족상도례는 사건의 범인과 피해물건 소유자 및 위탁자 쌍방이 서로 친족관계에 있을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위 사건에서 피고인의 경우 조카인 A씨와는 친족 관계였으나 위탁자인 B씨와는 친족관계가 아니었다. 따라서 대법원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친족상도례를 적용해 공소를 기각한 원심의 판결은 잘못되었다고 보고 사건을 관할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즉 대법원은 검찰에서 비록 B씨를 피해자로 지목해 공소제기하지 않았지만 실제로 피고인에 대한 재위탁자인 B씨를 피해자로 여길 수 있기 때문에 이 사건은 친족상도례의 적용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강민구 변호사 이력>

 [학력]
▲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 미국 노스웨스턴 로스쿨 (LL.M.) 졸업
▲ 제3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21기)
▲ 미국 뉴욕주 변호사 시험 합격

[주요경력]
▲ 법무법인(유) 태평양 기업담당 변호사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부 검사
▲ 법무부장관 최우수검사상 수상 (2001년)
▲ 형사소송, 부동산소송 전문변호사 등록
▲ 現) 부동산태인 경매전문 칼럼 변호사
▲ 現) TV조선 강적들 고정패널
▲ 現) SBS 생활경제 부동산법률상담
▲ 現) 법무법인(유한) 진솔 대표변호사

[저서]
▲ 형사전문변호사가 말하는 성범죄, 성매매, 성희롱 (2016년, 박영사)
▲ 부동산전문변호사가 말하는 법률필살기 핵심 부동산분쟁 (2015년 박영사)
▲ 뽕나무와 돼지똥 (아가동산 사건 수사실화 소설, 2003년 해우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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