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민주 정략적 속셈 … 통합신당 입당 압박 거세질 듯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당적을 포기하고 무당적 국정운영을 선언했다. 대통령이 집권 8개월만에 집권여당을 탈당한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윤성식 감사원장 임명동의안 부결로 촉발된 노대통령의 민주당 조기탈당으로 인해 민주당은 사실상 야당이 됐다. 노대통령은 이미 신당지지를 공식화한 상태. 따라서 형식적으로는 무당적 상태라고 볼 수 있지만, 통합신당이 여당이라는 인식이 강한 상황에서 초당적 국정운영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노대통령의 탈당으로 인해 2여·2야 정국은 사실상 1여·3야 체제로 확실하게 재편된 셈이다.노대통령의 민주당적 포기는 이미 예고된 일이었다. 민주당과 통합신당의 결별이후 노대통령은 통합신당을 사실상 지지했고, 민주당은 야당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노대통령은 당분간 무당적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향후 국정운영에 있어서도 국회와 직접 대화를 시도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하지만 이러한 노대통령의 무당적 정국운영 방침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강하다. 당적이 없는 상태이긴 하지만 통합신당이 실질적 여당이라는 인식이 강한 상황에서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자민련과의 초당적 대화정치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또 야당의 통합신당 입당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돼, 무당적 상태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 전망이다. 이미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노대통령의 신당 입당을 촉구하고 나섰다. 최대표는 “당초 우리당은 노 대통령이 당적을 버리고 여·야를 똑같이 놓고 위에서 안배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봐 그동안 당적이탈을 요구했으나, ‘노무현당’을 만들었으니 거기에 맞게 하는게 좋다”며 노대통령의 입당을 요구했다.통합신당이 ‘노무현당’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노대통령이 당적을 갖지 않는 것은 총선을 위한 정략적 속셈이라는 게 한나라당의 생각이다. 민주당 의원들도 노대통령의 무당적 국정운영을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민주당 소속 한 의원은 “통합신당이 노무현당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인데, 미룰 것 없이 통합신당에 당당하게 입당해 소신있게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며 “이미 자기 당을 만들어 놓고 초당 운운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통합신당은 노대통령의 탈당 결정에 대해 “현재 한국정치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본다”며 “대통령의 결정이 대통령이 하고자 했던 초당적 대화정치로 이어져 정국안정의 단초가 되길 바란다”고 노대통령의 탈당결정을 환영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노대통령이 통합신당을 사실상 지지했고, 통합신당이 노무현당이라는 강한 인식속에서 노대통령의 무당적 상황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하지만 노대통령은 당분간 국회와 국민을 상대로 한 직접 정치 행보에 적극 나설것으로 보인다.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는 당적을 가지지 않겠다는 게 노대통령의 생각. 따라서 대표단이나 원내총무단, 상임위원장단을 직접 초청해 각종 개혁·민생법안 처리 문제 등 국회현안을 논의해 나갈 방침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무현식 타개책’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통합신당이 노무현당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고, 노대통령에 대한 불신의 골이 깊은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 노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쉽게 협조하진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 전망이다. JP와 이인제 총재권한대행의 자민련 역시 노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적극 협조할 리 만무한 상황이다. JP와는 이념적 차이가 크고, 이인제 대행과는 지난 대선후보 경선때의 앙금이 여전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국회는 물론 국민을 상대로 한 국정운영도 쉽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계속적인 경제불황과 안보위기 등으로 인해 현정부에 대한 국민지지율도 매우 낮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노대통령이 이러한 정치적 고립상황을 어떠한 복안을 가지고 돌파해 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