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 "우리는 북한에 나쁜 이미지를 덧씌울 이유가 없다"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말레이시아 주재 강철 북한 대사가 20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사건과 관련 "한국이 이번 사건의 배후"라고 주장했다.
 
현지언론 동방일보, 더스타 등에 따르면 강 대사는 이날 북한이 사망자의 신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전에 말레이 정부가 먼저 관련 발표를 하고, 한국 언론이 사건 발생 다음 날인 14일 김정남 사망으로 보도했다고 지적하면서 "한국과 말레이가 공모했다"고 주장했다.
 
강철 대사는 특히 "한국이 이번 사건을 이용해 현재 자신들이 겪고 있는 정치적 위기에서 벗어나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사건 발생 후 7일이 지났지만 사망 원인에 대한 명확한 증거도 없다"면서 "부당한 행동을 한 말레이 정부와 경찰의 수사 결과를 믿을 수 없으며 북한과 공조수사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앞서 그는 이날 오전 9시 54분부터 10시 55분까지 1시간여 동안 말레이 외교부에 초치됐다. 지난 17일 김정남 암살사건과 관련 기습 기자회견을 열고 말레이 정부를 비판한 데 따른 조치다. 이어 말레이 정부는 북한 주재 자국 대사를 귀국 조치했다.
 
강 대사는 초치된 후 쿠알라룸푸르 소재 북한 대사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책임을 전면 부인했다. 말레이 정부와의 정면 대결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이날 오후 5시경 AP통신을 통해 “경찰 수사와 의사들의 부검이 매우 객관적이며 절대적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며 “우리는 북한에 나쁜 이미지를 덧씌울 이유가 없다. 그들이 우리의 법치를 이해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강 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정남’을 특정하지 않고 "북한의 여권을 소지한 '김철’이라고 칭하며 말레이 정부의 신원확인 결과도 무시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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