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한나라당을 탈당한 통합연대나 당밖 개혁세력인 신당연대, 그리고 개혁당과의 관계정립이 명확히 되지 않고 있어, 통합신당 창당을 둘러싼 계파별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민주당 분당사태가 벌어지기 전 민주당내 신당추진의 핵심세력은 신주류 강경파였던 천(정배)-신(기남)-정(동영) 의원이었다. 하지만 통합신당 창당이 현실화된 지금, 이들 의원들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통합신당 창당의 핵심역할에도 이들은 한발 뒤로 물러서 있다. 신당이 창당되면 이들 의원이 주도권을 잡게 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 전망이었지만, 실제로 통합신당 주도세력에는 일찌감치 빠져 있다.
그래선지 통합신당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미묘한 갈등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통합신당으로 자리를 옮긴 전 민주당 당직자는 “당 체제를 정비하기 위해서는 실무진이 상당수 필요한데, 일부 의원들간에 서로 자기 사람 심기 경쟁을 하고 있어, 실무진 보강이 늦어지고 있다”며 “주도권을 둘러싼 여러가지 문제로 창당작업이 수월하지가 않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통합신당은 김근태 원내대표와 김원기 창당주비위원장의 투톱체제로 움직이고 있다. 여기에 이상수 의원이 총무위원장을, 이재정 의원이 외부교섭 간사로 활동하고 있다.
또 김위원장과 함께 이해찬 의원이 통합신당내 비중있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통합연대 대표로 이부영 의원이 통합신당의 중심 축에서 활동하고 있다. 반면 천·신·정 의원은 이렇다 할 비중있는 역할을 맡지 못하고 있다. 신당 논의 초기 흘러나왔다는 정동영 의원의 ‘신당대표설’도 온데간데 없이 자취를 감췄다. 오히려 강봉균 의원이나 남궁석 의원, 박양수 의원 등의 역할이 더 커져가는 분위기다. 신당안팎에서 내부 ‘알력설’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 실질적 역할을 김원기 이상수 의원 등 50대 이상 중진들이 주도함에 따라, 신주류 강경파 의원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것 등에 따른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갈등은 대통령 당적 문제의 견해차에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김근태 대표나 김원기 위원장은 대통령 신당 입당문제에 대해서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지만, 천정배 의원 등은 대통령 신당 입당 찬성론을 연일 펴고 있다. 이미 김대표는 대통령 신당개입은 절대 안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김의원은 “대통령이 신당 문제에 개입하는 인상을 줘선 안 된다”며 “지금은 신당 당적을 가질 때가 아니다”라고 못을 박았다. 하지만 천의원은 신당이 실질적 여당이자 집권당임을 기정사실화하고, 노대통령 입당 당위론을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견해차이는 창당 준비과정에서도 속속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내부에서는 영입문제 등을 둘러싸고 적잖은 갈등이 표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혁당과의 합당문제도 내부 견해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중진의원들은 합류 가능성이 있는 민주당 의원 가운데서도 개혁당에 부정적 인식을 가진 의원들이 있는 점을 감안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반면, 친노성향이 강한 신주류 의원 일부는 “시급히 세를 확장해야 하는데 개혁당과의 합당문제를 굳이 늦출 필요까지 있겠냐”는 이견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신당 내부 갈등은 비단 이들 중진과 신주류 강경파 의원간에서만 표출되는 게 아니다. 통합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정치권 인사는 “외부인사를 영입하는 데 있어 중점 전략지역 문제를 놓고도 호남의원과 영남인사간 의견 충돌이 있다”고 전했다. 호남의원들은 호남쪽에, PK인사들은 부산-경남지역에 더 비중을 두고 영입을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신당 내부에서 조차 지역갈등이 빚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또 개혁당 김원웅 대표와 유시민 의원도 통합신당 김근태 원내대표의 “민주당과의 총선 연합공천” 및 “노대통령의 신당 참여 부정적” 발언 등을 문제 삼으며 원내교섭단체 참여를 유보키로 하는 등 통합신당과의 미묘한 갈등 양상이 표출되고 있다. 통합신당은 민주당 탈당의원이 주축을 이루고 있지만, 통합연대, 신당연대 등 외부 세력들이 동참하고 있다.따라서 향후 전개될 창당 추진과정에서 각 계파간 주도권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