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1>
이명박vs박근혜 검증 논쟁
이명박 X 파일 폭로 ‘배후 세력’ 총력추적
큰 폭의 지지율 변동은 없었다. 법적 분쟁도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인봉, 김유찬 등에 의해 잇따라 불거진 이명박 전서울시장 관련, 각종 의혹은 일회성 ‘해프닝’으로 점철되고 있다. 의혹을 입증할 근거가 부족한 탓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의혹의 꼬리’는 더욱 길어진 게 사실이다. 또, 그 ‘꼬리’를 쫓고 있는 언론의 ‘펜대’는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로워 보인다.
특히, 자신들이 가진 모든 것을 버리면서까지 ‘폭로’에 앞장선 두 사람의 ‘배후’가 초미의 관심사다. 정치권도 한결같이 “이 모든 것을 혼자서 기획하고 행동했다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렇다면 진짜 ‘숨은 배후’가 존재하는 것일까.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각종 배후설을 긴급 추적해봤다.


친이명박계 K의원은 “김유찬이 모든 일을 꾸몄을 것으로 보진 않는다”며 “지지율이 빠지다보니 어느 쪽에서 실수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면서 강한 의구심을 던졌다.
K 의원은 또, “이 전시장은 재벌가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자기 입지를 굳힌 사람이다. 역경을 딛고 올라오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구설수는 누구나 피할 수 없는 현실일 뿐”이라며 이 전시장을 두둔했다.


“누군가 배후에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민심의 절대 다수는 대선 후보 지지율 1, 2위를 달리고 있는 이 전시장과 박근혜 전대표가 당내 경선을 끝까지 완주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그 배경에는 이 전시장에 대한 검증카드를 꺼내 든 박 전대표 캠프가 자리잡고 있다. 유승민 의원 등 ‘친박’ 인사들이 검증론을 꺼내든 이후 ‘이명박 X파일’이 잇따라 터져 나왔다. 폭로자들과 박 전대표측을 연관 짓는 의혹의 시선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게다가 연이은 폭로와 의혹제기가 모두 ‘근거 부족’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자, ‘네거티브 전략’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힘을 받고 있다.

일부 정치권 관계자들은 ‘친박’ 인사들이 이 전시장 관련 의혹에 대해 내부 회의를 개최한 내용이 공개된 직후, ‘배후설’까지 거론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누구라고 지적하기는 어렵지만 배후 인물이 있을 거라는 얘기가 많다”면서 “불필요한 의혹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당의 공식 채널을 통해 검증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박근혜 캠프’의 핵심 인물과 폭로자들의 연관성이 회자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검증론을 최초로 언급한 유승민 의원의 경우, 정인봉 변호사의 동생과 한 솥밥을 먹은 바 있다. 지난해까지 정 변호사의 동생인 정 모씨는 유 의원의 비서관으로 재직해 왔다.

당시 정 비서관은 사석에서 기자와 만나, “형님인 정인봉 전의원의 소개로 이곳에 들어와 일하게 됐다”고 자신을 소개한 바 있다.


정인봉 친동생 유승민 의원실 근무

정 변호사는 지난해 송파갑 재보궐 선거 당시 공천이 확정됐으나, 성추문 등이 재론되면서 결국 탈락한 전례가 있다. 이 과정에서 이명박계 의원이 문제제기에 앞장섰던 것으로 알려져 아직까지 앙금이 남아있는 상태다.

박근혜 진영의 조직을 총괄하고 있는 이성헌 전의원은 또, 김유찬씨와 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의원과 가까운 S씨가 김씨와 고교 동창이라는 것. S씨는 현재 박근혜 캠프를 돕고 있다.

한동안 박 전대표의 최측근인 중진 의원이 김씨와 접촉했다는 루머도 나돌았지만, 김씨는 이와 관련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여기에다가 박 전대표의 태도가 배후설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 전대표는 내분을 우려하는 분위기를 뒤로 한 채, “이 전시장이 직접 나서서 해명하라”며 정면승부를 펼치고 있다. 지지율 격차를 좁혀야 한다는 박 캠프의 ‘조급함’이 읽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일련의 주장은 모두 ‘억측’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음모론적 시각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사소한 것도 의혹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는 지적이다.

당의 균열을 우려하는 일부 당직자들은 “정치판에서 견강부회식으로 연결시키자고 마음먹으면 인연이 닿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양 진영의 불화에 기름을 붓는 세력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극도의 경계심을 감추지 않았다.

이와는 다른 관점에서 ‘배후 세력’을 언급하는 인사들도 있다.

이른바 ‘야당 분열 시나리오’의 일종으로 보는 시각이다.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로 이 전시장을 겨냥해온 일부 여권 전략가들과 폭로자들이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또, 김씨가 졸업한 우신고 동문 중 복수의 인사가 청와대에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앞서 지적했듯이, 현재 여야 정치권과 두 명의 폭로자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것은 의혹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중론이다.

오히려 김씨가 자신의 사업실패로 인해 ‘코너’에 몰리면서 그 해법 차원에서 폭로를 자행한 게 아니냐는 게 주변 지인들의 설명이다. 상암DMC 랜드마크 건설 사업 실패의 책임을 이 전시장의 ‘방해 차원’으로 떠넘기면서 활로를 찾으려는 시도라는 것.

김씨와 동문으로 왕왕 법률 자문을 해온 L씨는 “김유찬은 원래 심성이 나쁜 친구가 아니다”면서 “사업이 제대로 풀리지 않고, 투자자들의 독촉이 심해져 이런 선택을 한 게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L씨는 특히 “정치권과 연결됐다는 식의 주장은 김유찬의 주변 상황으로 봤을 때, 거리가 있는 추측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야당 분열 시나리오’ 루머 확산

한나라당 안팎에선 검증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우려하면서도 동시에 추가 검증의 대상으로 다시금 이 전시장을 꼽고 있다. 이 전시장의 재산과 관련된 문제제기가 있을 것이라는 내부 관계자들의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 전시장측 캠프 관계자는 “모처에서 이 전시장의 재산과 관련된 검증을 다음 단계로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면서 여전히 배후조종 의혹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각 대선주자 진영이 검증논란으로 인해 ‘감정의 골’이 깊어지자, 당내 대선후보 경선 등록일정을 앞당기기로 결정하는 등 분열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해법찾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김유찬씨 투자자로부터 ‘피소’ 위기 내막
“사업 실패로 자금난 심각한 상황”

(주)서울IBC 대표인 김유찬씨가 ‘무리하게’ 이명박 전시장 관련 의혹을 폭로한 배경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그의 고교 동문이자 법률자문격인 L씨가 ‘사업실패’를 원인으로 지목하고 나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2일 L씨 등 주변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씨가 상암동 DMC센터 랜드마크 사업을 추진하면서 수십억원대의 투자를 받았지만, 입찰 실패 등으로 표류하면서 ‘위기’에 직면했다. 이 사업은 상암동 DMC단지 내 F1, F2 블록에 137층 규모의 초고층 랜드마크 빌딩을 건립하는 대형프로젝트다. 총 공사비가 2조원대에 달하고, 입찰 보증금만도 100억원 이상이 필요한 사업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 2003년 서울IBC를 세우고 해외자본 유치에 매진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김씨는 동년 8월 미국 NAI그룹으로부터 13억달러의 투자의향서(LOI)까지 받았다.

이 전시장 재직 당시였기 때문에 ‘악연’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름까지 ‘리처드 김’으로 바꿔 입찰에 참여했지만 결국 ‘입찰보증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탈락하고 말았다. 이후 김씨는 사무실 운영과 사업추진을 위해 끌어들인 소액 투자자들로부터 적지않은 압박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강남에 있던 사무실을 이전하게 된 것도 자금난이 원인이었다.

L씨는 이와 관련, “김유찬은 사업을 시작할 당시 수중에 가지고 있는 돈이 거의 없었다. 다단계 업체인 L사에 다니다가 어느날 갑자기 역삼동에 큰 사무실을 얻었다기에 굉장히 의아해했던 기억이 난다”며 “당시 주종탁씨 등과 동업을 시작했고, 여기저기서 10억원대 미만으로 자금을 당겨 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에 필요한 수십억원의 운영비를 대부분 투자자들로부터 조달했던 것이다.

L씨는 또, “초기에 나에게 고문직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내가 고사했다”면서 “한동안 만나지 못하다가 지난해 총동창회에서 다시 재회했다”고 했다.
그는 특히 “사업실패의 원인을 이 전시장과의 악연에서 비롯됐다는 식으로 떠넘기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김씨가 투자자들로부터 피소를 당할 위기에 놓여 있을 정도로 상황이 어렵다는 뒷말이 무성하다.

서울IBC 등기이사인 주종탁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시점에서 위증교사의 진위여부 또는 투자 부분에 대해 답변할 게 없다”면서 즉답을 회피했다.

주씨는 지난 1996년 총선 당시 신한국당 종로지구당 조직부장을 맡았고, 현재는 김유찬씨가 운영하는 서울IBC의 부회장을 맡고 있다.

주씨는 또, “나는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고 말한 적이 없다. 현시점에서 발언할 게재가 아니다”며 해명 자체를 거부했다.

과거 이 전시장의 보좌진으로 함께 일했던 권영옥씨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유찬은 늘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며 “이 전시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것도 자기가 먼저 요구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씨 사업에는 M건축사무소 등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한편, 김씨는 회사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해 랜드마크 입찰 외에도 철도청 관련 대형사업에 참여하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실패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