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말레이시아와 단교? 국제사회 추가 제재 시작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김정남 피살 사건으로 인해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더욱더 고립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 23일 조선법률가위원회라는 비상설기구를 내세워 말레이시아 경찰의 수사 결과를 전면 부인하며 남한이 개입했다는 식의 억지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각종 사건 정황과 증거들은 북한의 조직적 개입을 입증하고 있어 의혹은 더욱더 커져만 가고 있다.

북한은 김정남 피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말레이시아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상태다. 자연스레 말레이시아 내에서 북한을 비판하는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단순한 경제 제재를 넘어 제거 대상으로 보는 시각도 생겨났다. 이제 북한은 공공의 적이 돼버렸다. 

말레이 관료들 “북한은 선을 넘었다” “무례하다”
스위스…의학 제외 모든 과학 기술 분야 협력 중단


말레이시아에서 김정남 피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말레이시아와 북한의 관계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강철 북한 대사가 말레이시아 경찰의 김정남 암살사건 수사결과를 일체 부정하며 “말레이가 남한과 결탁했다”고 비난하는 등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난 23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남조선 보수 언론이 ‘독살’을 주장하기 바쁘게 말레이시아 경찰이 이를 무작정 기정사실화, 시신 부검에 문제를 제기하면서부터 문제가 복잡해졌다”고 주장했다. 

말레이시아 여론 악화
무 비자 협정 철회 요구도


북한이 지속적으로 말레이시아 정부와 수사당국을 문제 삼자 말레이시아 내 북한에 대한 여론도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나집 라작 총리는 21일 “북한 대사의 발언은 외교적으로 무례하다”며 “우리는 압력을 받거나 겁박당하지 않을 것이며 그 어떤 나라의 졸개 노릇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툭 세리 히사무딘 후세인 국방장관은 23일 북한에 “매우 무례했다”며 “북한은 선을 넘었다”고 경고했다. 또 “외교적으로 이상한 일”이라며 오히려 “강 대사가 말레이 경찰과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말레이 경찰은 신속한 용의자 체포로 수사력을 입증했다”면서 “법을 기반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말레이 당국을 편파적이라고 비난해서는 안 된다”라고 덧붙였다. 

연일 상황이 악화되자 말레이시아 정부가 김정남 암살사건에 대한 항의로 자국 주재 북한 대사를 추방하거나 북한 대사관을 폐쇄하는 등 강력한 대응을 검토 중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대사 추방은 말레이시아 당국이 외국 외교관을 상대로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대응 조치다. 이 밖에 북한과의 비자 면제정책 취소 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들 외에 말레이시아 시민단체들도 항의에 나섰다. 여당 통일말레이국민조직(UNMO) 청년지부는 23일 북한대사관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이면서 “말레이시아의 주권을 무시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시위대는 “정부는 북한과의 비자면제협정을 철회하고 외교 관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중국은 관망 중
“지속해서 주목하겠다”


말레이시아와 북한의 관계가 악화되는 가운데 중국 외교부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 사건을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1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겅솽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언론 매체들이 이번 사건에 이례적인 주목을 하고 있다”면서 “우리도 수차례 입장을 표명했으며 말레이시아 측의 태도와 사건 발전을 계속 보고 있다”고 밝혔다. 

겅 대변인은 또 이번 사건을 ‘북한 국민의 말레이시아 피살 사건’이라고 정의를 내리면서 “우리는 관련 당사국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타당하게 해결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는 김정남 피살 사건을 주목하겠다고 언급한 데서 한발 더 나간 입장 표명을 평가된다. 앞서 겅 대변인은 “우리는 말레이시아 측의 관련 입장과 최근 진전된 상황을 확인했으며 해당 사건을 지속해서 주목하겠다”고 답했다. 

스위스 대북 추가 제재
금융·무역·운송·교육 등


스위스 정부는 김정은 암살사건 이후 22일 국제사회에서 처음으로 대북 추가 제재를 단행했다. 제재 분야는 금융, 무역, 운송, 교육 등 4개 분야다. 이번 제재 시행령 개정안은 지난해 5월 18일 단행된 대북 독자제재를 강화한 것으로 당일 오후 6시부터 발효됐다.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금융제재의 경우 스위스 내 북한 외교공관과 공관원의 스위스 은행 계좌를 1개씩으로 제한하고 여분의 계좌는 모두 폐쇄토록 했다. 또 스위스 은행은 북한에 지점이나 자회사, 사무소 등을 개소하거나 영업활동을 할 수 없도록 했다. 

북한 내 스위스 은행 계좌 역시 인도주의적 목적과 외교?유엔 활동 용도 외에는 모두 폐쇄된다. 북한 내 스위스 은행 지점, 사무소, 은행 계좌에 대한 폐쇄 시한은 오는 3월 31일까지다.

또 북한이 소유 중이거나 임대한 부동산이 외교활동에만 사용돼야 한다고 명시했고, 북한제 조형물 수입과 헬리콥터, 선박의 대북 수출 역시 금지했다. 사치품 등 대북 수출 금지 품목이 더 추가됐고 수입 금지 광물에 북한산 동, 니켈, 은, 아연이 더해졌다. 

물류 운송 분야의 경우 북한이 소유 중이거나 통제 또는 운영 중인 선박에 대해 인도주의적 목적 외에는 보험과 재보험 서비스 제공을 금지했다.

이 밖에 북한 학생들이 더 이상 스위스 내 고등 교육기관에서 재료공학과 전기·기계공학 등을 수학할 수 없도록 했다. 스위스 정부는 특히 의학 분야를 제외한 모든 과학 기술 분야에서 북한과 협력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청소년 시절 유학한 스위스는 지난해 5월 포괄적 대북 독자 제재에서 스위스 내 모든 북한 관련 자산을 동결하고 금융 서비스 역시 금지한 바 있다. 특히 사치품 수출 금지 품목을 대폭 확대해 고급 시계, 스노모빌 등 스키 관련 제품과 골프, 볼링 등 스포츠용품을 비롯해 김정은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사치품들을 대거 포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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