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소극적 대처에 국민만 분열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삼일절을 앞두고 실타래처럼 꼬여버린 한일 관계가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근본적인 문제는 과거사에 대한 진실한 반성이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노골적으로 역사를 부정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역사 왜곡도 서슴지 않고 있다. 일본의 무책임한 행동이 계속되고 있지만 정부는 적극적인 해결 의지가 없어 보인다. 외교부도 외교 문제라는 이유로 저자세로 일관하고 있어 오히려 논란을 키우고 있다. 그러는 사이 한일위안부합의, 소녀상 등을 두고 국민들은 분열하고 있다. 웃는 사람은 일본뿐이다.
 
‘국제 예양’ ‘관행’ 따지는 외교부 누구 편?
일본, 정부·시민 간 갈등 바라보며 웃는다 

 
부산 일본총영사관 후문 옆에 소녀상에 대해 일본이 철거를 요구하는 가운데 정부가 최근 부산 동구청에 소녀상 철거를 요청하는 취재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례브리핑에서 “외교부는 부산의 일본총영사관 후문 옆에 설치된 소녀상 위치가 외교공관 보호와 관련된 국제 예양 및 관행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누차에 걸쳐 밝힌 바 있으며, 이러한 입장을 관련 지자체에 공문으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 조 대변인은 “위안부 문제를 역사의 교훈으로 오래 기억하기에 적절한 장소로 소녀상을 옮기는 방안에 대해 정부, 지자체, 시민단체 등 관련 당사자들이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는 점도 전달했다”며 “일반적으로 외교공관 앞에 조형물이 설치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서울 소녀상도) 그렇다”라고 말했다.
 
일본이 철거 요구한 소녀상
미온적인 정부 태도로 갈등만


정부는 지난 2015년 12월 28일의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합의 이후 일본 측에서 소녀상 철거를 요구할 때마다 정부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외교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일본이 주한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해 돌려보내지 않는 등 외교적 골이 깊어지자 소녀상 문제에 직접 개입하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준혁 대변인은 “정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소녀상(철거)은 정부가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전제 하에서 적절한 장소로 소녀상을 옮기는 방안에 대해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라며 “그것을 (공문으로) 전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문으로 전달한 배경에 대해서도 “어떤 압박이나, 강요를 하기 위해 그런 것이 아니다”라며 “정부는 이런 입장을 작년 말부터 표명해왔고, 이것을 좀 더 분명하게 관련 지자체에 전달하기 위해 공문을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외교부의 태도는 오히려 논란만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적극적인 해결에 나서지 않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도 소녀상 철거에 대해 찬성과 반대를 놓고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부산 일본총영사관 후문에 세워진 소녀상 인근에는 설치 찬성과 반대를 주장하는 내용의 현수막이나 대자보가 붙어 있다. 소녀상에 대한 관심은 좋지만 자칫 이념 대결이나 논점에서 벗어난 비판으로 혐오감까지 조성되고 있어 문제다.

한편 대구에서도 소녀상 설치와 관련해 대구 중구청과 시민단체가 마찰을 빚고 있다. 대구 평화의 소녀상 건립 범시민추진위원회(추진위)는 평화의 소녀상을 오는 3·1절까지 중구 동성로 번화가 일원에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구청은 일부 상인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해당 위치에 설치 불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추진위는 동성로 제3의 장소인 옛 한일극장 앞에 소녀의 상을 설치하겠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이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현재 중구청은 국채보상공원과 쌈지공원 일원을 제외하곤 소녀의 상 건립을 허용할 수 없단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만약 추진위가 소녀의 상을 동성로에 설치할 경우 도로법 시행령 제55조에 따라 도로에는 공공시설물 외 사유공작물 설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14일간의 계도 기간을 거친 후 철거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독도 향한 야욕 끝없는
日정부, 주일공사 초치

 
일본은 소녀상 문제 외에도 끊임없이 독도를 물고 늘어지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독도와 관련해 “다케시마(竹島)는 역사적 사실에 비추어도 국제법상으로도 명백히 일본 고유의 영토다”라고 주장했다고 NHK가 보도했다. 다케시마는 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이다.

이날 열린 중의원 예산위원회의 분과회의에서 기시다 외무상은 이같이 말하며 “한국의 다케시마 점거는 국제법상 아무런 근거가 없이 행해지는 불법 점거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제법에 따라 냉정하고 평화적으로 분쟁을 해결할 강한 결의를 가지고 있다”면서 “한국 측에 (다케시마 불법 점거를 일본이)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확실히 전달해, 대국적 관점에서 냉정하고 끈질기게 대응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일본 시마네현은 2월 22일을 ‘다케시마의 날’로 지정하고, 매년 이날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기시다 외무상 발언에 대해 우리 정부와 정당, 시민단체들은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정부는 22일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일본 정부가 2월 22일 시마네현의 소위 ‘독도의 날’ 행사에 중앙정부 고위급 인사를 또다시 참석시키는 등 독도에 대한 부당한 주장을 지속하고 있는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한다”며 “이를 즉각 중단할 것을 다시 한 번 엄중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한 부질없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며 “역사적 진실을 겸허히 직시하는 자세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정부는 이날 오후 3시께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해 이러한 정부 입장을 전달했다.

서울 일본대사관 인근에서는 22일 ‘다케시마의 날’ 규탄 기자회견만 10여 차례 진행됐다. 독도 관련 17개 단체가 모인 독도사랑국민연합은 “독도는 분명한 대한민국 영토로 결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양국 간의 화해와 협력을 바라는 국민의 염원을 저버리는 반(反)역사적인 행태를 즉각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 일본의 독도 본적 침탈에 대한 적극 대응, 다케시마의 날 삭제를 위한 압박, 독도의 실효적 지배 강화, 독도특별법 제정 등을 촉구하는 건의서를 전달했다.

독도재단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대한민국 독도수호 범국민 다짐 대회’를 열었고 독도살리기국민운동본부는 옛 일본대사관 인근 평화비 소녀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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