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국민 안심시키기에 급급…“소량은 괜찮다고?”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최근 수입 분유 ‘압타밀(Aptamil)’에서 방사능 물질인 세슘(Cesium)이 검출됐다는 일본 NPO법인 신주쿠요요기 시민측정연구소의 분유 성분 분석 결과가 전해져 산모들이 큰 혼란에 빠졌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독일 압타밀을 포함해 스위스의 ‘홀레’, 영국 ‘힙’ 등 인기 수입 분유에서 세슘이 검출됐다. 때문에 압타밀 분유를 아기에게 먹이던 산모들은 혼비백산한 상태다. 하지만 아직은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사항이라서 국가에서 좀 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압타밀은 독일 유명 아기 분유 브랜드로 우리나라에서는 일명 강남 분유로 불리며 많은 가정에서 사랑을 받고 있는 제품이다. 당초 한국에서는 일본 분유를 비롯한 기저귀, 젖병 등 육아용품이 인기를 끌었지만 2011년 원전사고 이후 대체품으로 교체되기 시작했다. 분유의 경우 압타밀이 절대적인 지지를 얻으며 급속도로 입소문을 탔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해외 분유 점유율은 16%인데, 이 중 90% 이상이 압타밀이다. 독일 사람들이 제품에 대해 보여주는 장인정신 때문에 독일산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높다. 특히 지난해 해외배송 대행업체 몰테일에서 판매된 독일 제품 가운데서도 지멘스의 전자레인지와 네스프레스 커피머신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작년까지 해외 배송 사이트 등을 통해 배송되다가 작년을 전후해 대형 마트에서 판매 대행을 해 국내에서도 이 분유를 살 수 있었다. 북한의 퍼스트레이디 리설주가 자신의 아이들에게 이 제품을 먹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큰 화제를 낳기도 했다. 특히 압타밀 분유는 모유와 흡사하고 뇌 조직의 발달을 돕는 성분이 들어있다고 알려져 큰 인기를 끈 제품이다.

이 분유에서 세슘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처음에는 대부분의 엄마들이 사설기관의 검사결과인 만큼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세슘 논란이 계속되면서 엄마들은 불안감에 휩싸여 확인할 길을 찾고 있다.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압타밀’
 
그러나 압타밀 분유는 국내에 정식으로 수입된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공식 총판이나, 한국 현지 법인이 없다. 때문에 국내 소비자들은 해외직구나 병행수입, 까페에서 공동 구매 등의 방식으로 제품을 구입하다 보니 이 같은 소문이 퍼져도 한국에선 마땅히 문의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혼란에 빠진 엄마들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구매자→구매대행업체→독일 본사’라는 과정을 거쳐 세슘 의혹에 대한 진상을 파악하려 했다.

하지만 구매대행업체를 통해 돌아오는 답변이 확실한 독일 본사의 공식 입장이라는 것을 확인할 방법이 없어 신뢰성을 담보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보도에 따르면 압타밀 독일 본사에 직접 메일을 보내 당장 확답을 들으려는 엄마들도 있었지만 명쾌한 해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압타밀 분유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도 소비자로서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실제로 지난 2012년 같은 제품인 압타밀 분유 일부 제품에서 사카자키세균이 발견되면서 현지 리콜이 이뤄졌지만 국내에서는 개인 판매자들이 ‘생산 시기가 달라 괜찮다’는 입장만 되풀이해서 제대로 된 확인 절차가 이뤄지지 못했었다.

게다가 공식 수입 제품이 아니다 보니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서도 안전성 검사를 하지 않는다. 정식 수입 통관 제품은 절차에 따라 제품 성분 및 안전성 검사를 거치지만 해외 직구 등 개인이 구입하는 것을 일일이 검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식약처의 입장이다.

국내 한 압타밀 구매대행사 사장은 “똑같이 세슘이 검출됐다는 의혹을 받은 홀레(Holle) 분유는 한국에 총판매장이 있어 ‘세슘 안심’을 지난 4일 공식 발표했다”면서 “덕분에 엄마들이 조금이나마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식약처의 대처 논란
 
한편 수입분유 압타밀에서 세슘이 검출된 것과 관련해 신생아 부모들 사이에서 사태가 심각해지자 식약처가 2010년 국산 분유에서 사카자키가 검출됐을 때와는 달리 이례적으로 발 빠르게 대응해 주목을 끌었다.

일각에서는 해외 분유 관리도 못하는 식약처라는 비난을 면키 위해 신속(?)하게 대응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먼저 식약처는 이례적으로 ‘카드뉴스’를 제작해 언론에서 제기한 세슘분유 내용이 ‘오보’라고 못 박았다.

해당 카드뉴스는 수입분유 압타밀의 방사능 수치가 697이나 돼 충격적이라는 내용의 언론보도를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때 이는 오보였다고 단도직입적으로 밝혔다. 방사능 측정단위를 오해한 것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이다. 방사능수치는 Bq(베크렐)/kg 표시가 원칙인데, 일본 NPO단체가 mBq/kg으로 표시하면서 1000배나 부풀려져 언론이 오보했다는 명분을 전했다. 제대로 표기하면 압타밀 방사능은 0.697Bq/kg이라는 것. 이에 식약처는 기준치의 143분의1에 해당하는 안전한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이 와중에 식약처의 친절모드는 극에 달해 논란이 불거진 육아사이트의 해당 게시 글에 공식 답변까지 기재하는 등 국민을 안심시키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분유에서 세슘이 나오는 것 자체가 불량이며 일반적으로 국내 업체들은 ‘불검출’로 관리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소비자들은 식약처가 수입 분유 압타밀의 대변인처럼 보인다고 비난했다.

검출되어서는 안 되는 발암물질이 검출됐는데도 식약처와 업체들이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슘’은 암이나 기형 등의 원흉
 
임종한 인하대학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방사능 물질을 식품으로 섭취했을 때 몸 내부에서 폭로가 돼 방사선이 발사되기 때문에 인체에 피해를 줄 가능성이 높다”며 “영유아는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극미량이라도 괜찮다고 생각할 게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임영욱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교수도 “방사능 물질 세슘은 위험한 발암성 물질이기 때문에 적은 양도 치명적이다. 세슘이 우리 몸에 들어가게 되면 근육에 일반적으로 농축이 이뤄진다. 거기에 포타슘이 들어가는 위치에 세슘이 대신 들어가면 DNA가 파괴되고 심장질환을 일으키며 생식기능에 변화를 맞게 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이어 “방사능 물질 세슘은 일단 체내에 들어가게 되면 없어질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리는 물질이다. 세슘은 보통 반까지 줄어드는 시기인 반감기가 30년인데 이 기간 중 우리 몸은 경험하지 못한 변화를 겪게 된다”고 경고했다. 즉 소위 말하는 방사선(알파, 베타, 감마선) 물질이 나오면서 생물학적 조직에 영향을 주게 된다는 것.

임교수는 “특히 태아나 유아는 새로운 조직이 생성되는 단계이기 때문에 방사선 물질이 영향을 미치게 되면 조직은 암이나 기형 등의 원흉이 된다”고 우려했다.

이렇듯 전문가들의 세슘에 대한 우려가 터져 나오는 가운데 인터넷 카페에서는 ‘안심하라’는 취지의 공지들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대부분이 해당 분유를 구매 대행하는 수입상이 올리는 글인 것으로 알려져 신빙성이 다소 떨어지는 상황이다.

식약처는 신생아 부모들 사이에서 세슘 분유에 대한 식약처의 대처가 문제시되자 “이번 세슘 측정치 발표가 일본의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나온 결과인지 우선 확인해봐야겠다”고 전했다.

식약처는 다만 “인터넷구매대행업체인 ‘좋은하루’에서 문제가 된 독일분유 ‘압타밀 프로푸트라’ 제품을 판매하던 중 과대광고를 해 ‘수입식품안전관리 특별법’ 위반으로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해당 업체는 조제분유 사용 시 모유와 같거나 모유보다 좋다고 오해할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해 광고했다는 것이다.
 
반품 처리 안 돼
 
압타밀 분유를 수입하는 업체가 영업정지 처분을 받으면서 반품을 요청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 상도동에 사는 김모(여)씨는 압타밀 구매대행업체의 영업정지 소식을 듣고 구입처인 소셜커머스에 반품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

이에 김 씨는 “압타밀이 정식 수입제품이 아니라서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졌다고 들었다”며 “정식 수입제품도 아닌 데다 방사능 물질이 들어있는 제품을 아이한테 먹일 수 없어서 반품하려는데 어째서 안 된다는 거냐”고 항의했다.

하지만 이는 ‘소비자의 단순 변심에 의한 반품’으로 처리돼 김 씨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압타밀 제품에서 세슘이 나왔다는 일본 발 정보에 대해서 이미 식약처가 ‘표시 단위’를 잘못 표시해 오해가 생긴 것일 뿐 세슘의 수치는 안전한 수준이라고 설명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 업체의 영업정지 처분은 ‘세슘 논란’과는 별개로, ‘과장광고’로 인한 처분이다.

압타밀 분유 등 해외에서 직접 구입하는 제품은 정부의 안전성 검사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유해물질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현재 소비자들이 겪는 불안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소셜커머스, 온라인몰 등에서 구매한 제품을 환불받는 것은 ‘소비자의 단순 변심’으로 인한 반품으로 분류돼 반품비 등이 추가로 들어간다.

소비자들을 가장 우려스럽게 하는 부분은 이 같은 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사실이다. 압타밀과 같이 공식법인 없이 유통되는 상품의 경우 제품의 품질이나 안전성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진위를 바로 확인하거나, 재발 방지책을 당장 약속받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식약처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압타밀로 수유 중인 부모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공식 수입처가 없이 구매자들이 알음알음 구하는 제품들은 항상 안전성이나 소비자보호, 사후서비스 등의 측면에서 불만과 문제가 발생하곤 한다”면서 “유사한 사례가 종종 발생해 정부 차원의 해법이나 소비자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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