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비자금 관리책 김영완 밀입국설추적

한나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서울시장에 대한 집중포화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김영완씨의 극비입국 여부를 둘러싸고 각종 추측과 의혹이 난무하고 있다.
무기거래상인 김씨는 2003년 3월 현대그룹 비자금 사건 수사 때 해외로 도피해 현재 기소중지 상태로, 그의 정확한 실체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그런데 왜 새삼 그의 국내 잠입설이 파장을 일으키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이 전시장과의 연결고리 때문이다. 표면상으로 그는 이 전시장과 아무런 연관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김씨가 과거 이 전시장과 묘한(?) 관계인 것으로 의심받았던 여성 변호사 에리카 김을 만났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전시장과 에리카 김은 동업을 하는 과정에서 관계가 악화돼 현재 서로 완전히 등을 돌린 상태다. 때문에 에리카 김은 이 전시장의 아킬레스건을 쥐고 있는 인물로 꼽히고 있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씨의 잠입설을 두고 그 배후에는 이 전시장의 낙마를 위한 어떤 정치적 음모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1월경부터 솔솔 피어오르기 시작한 김씨의 국내 잠입설. 이것이 나오게 된 배경과 그 안에 감춰진 음모론의 실체를 따라가 보았다.


지난 2월 20일 국회 정보위에서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에게 한나라당의 한 정보위원이 질문을 던졌다. 질문의 내용은 김씨가 국내로 몰래 잠입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는데, 이게 사실이냐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출입국 기록을 보니 김씨가 두 달 전 입국했다는 정황이 포착돼 조사를 지시했다”고 말해, 소문으로만 떠돌던 김씨의 잠입설
에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다음날인 21일 국정원 측은 이에 대해 “확인결과 사실무근”이라며 그동안 활활 타오른 소문의 불길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날 국정원은 “다양한 루트를 통해 확인해본 결과 김씨는 국내에 입국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의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김영완씨의 극비입국설과 관련 갖가지 추측이 나돌고 있다. 그렇다면 김씨의 극비입국설이 나오게 된 배경은 무
엇일까.

소문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연말 캐나다 여권으로 추정되는 제 3국의 여권을 이용, 국내로 극비리에 입국했다. 김씨가 이렇게 국내로 들어온 것은 정치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여권 핵심 관계자들을 만나 일종의 ‘빅딜’을 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여기서 ‘빅딜’이란 김씨가 현집권당이 원하는 ‘심부름’을 해 주고 그 대가로 지난날의 과오에 대해 일종의 면죄부를 받는 것을 말한다.

말하자면 여권 핵심 관계자들이 김씨에게 에리카 김을 만나 이 전시장을 대선 주자에서 낙마시킬 수 있는 폭탄을 가져오라고 주문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소문에 대한 정치권의 견해는 엇갈리고 있다.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과 현실적으로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는 상태다.


국내 극비입국 실체
김씨의 잠입설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1월 중순경.

이와 거의 때를 같이해 미국 현지의 한인 언론매체인 ‘선데이저널’은 이 소문을 집중 보도하면서 김씨가 국내에서 정치권 실세들과 비밀리에 접촉한
직후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에리카 김을 만났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김씨의 밀입국 소문이 사실인지, 또 그가 여권 실세와 에리카 김을 만났는지 지금으로서는 확인할 길이 없다.

국정원은 김씨의 밀입국 소문에 대해 “확인 결과 입국한 적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밝혔지만, 정치권 관계자들의 의구심은 여전하다.

출입국 관리소의 한 관계자는 “미국시민권자인 김영완씨가 제 3국의 여권을 사용했다면 그가 언제 들어오고 언제 나갔는지 알아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며 “시민권자라고 하면 미국인이나 마찬가지인데, 거기다 가짜 여권까지 사용했다면 매일같이 수만명이 드나드는 공항의 CCTV 기
록 석달치를 이 잡듯이 뒤져보지 않는 이상 찾기는 힘들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비자면제대상국민의 합법적인 입출국에 대해서는 따로 관리하지 않기 때문에 김씨가 캐나다 여권으로 입국했을 경우, 그가 입국했다는 단서를 찾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나름대로의 접근법을 통해 김씨의 입국사실에 대해 확인해 보았지만 그런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현재 이 전시장을 둘러싼 여러 가지 정황상 그의 밀입국에 대한 소문은 누군가가 퍼뜨린 루머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에리카 김과의 만남 여부
실제 일각에서는 김씨의 밀입국 소문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도 적지 않다.

여러 가지 정황으로 미루어 그가 위험을 무릅쓰고 국내로 잠입해 올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 점차적으로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또 에리카 김과 일본에서 접촉했다는 소문의 내용도 일면으로 볼 때 신빙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강하다.

국정원 소식에 정통한 정치권의 한 소식통은 김씨가 에리카 김을 일본에서 만났다는 소문에 대해 국정원이 확인해본 결과 에리카 김이 최근 석달 사이 일본 등 외국으로 출국한 흔적을 찾지 못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사실 김씨와 에리카 김, 이 두 사람 모두 미국이 현 거주지기 때문에 미국 내에서도 얼마든지 비밀 접촉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굳이 출입국 기록을 남겨가며 일본에서 접선할 이유가 없다는 게 이 소식통의 설명이다.

또 여권에서는 언론의 주목을 끄는 김씨를 심부름꾼으로 선택해 위험한 모험을 할 이유가 없다. 필요에 따라 눈에 띄는 심부름꾼 없이도 은밀한 ‘빅딜’을 제안할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때문에 정작 여권에서는 애초 이 소문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여 왔다는 것이다.

에리카 김의 근황도 이런 접선을 하기에는 다소 부적절해 보인다.

미국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에리카 김은 현재 재미동포 M씨와 결혼을 앞두고 있으며 이 때문에 대부분의 외부활동을 접은 상태다. 이런 그가 대선 전선에 본격적인 불이 붙기도 전에 섣불리 움직여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릴 상황을 연출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더구나 이 전시장과 염문을 뿌리며 눈총을 받아 온 그의 입장에서 결혼이라는 중대사를 앞둔 시점에 이 전시장을 겨냥한 정치 흑막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또 M씨가 에리카 김의 사회활동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점 역시 에리카 김이 당분간 침묵을 지키는데 나름의 작용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공작의 산물?
한편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전시장의 검증론이 불거진 가운데 새삼 김씨가 거론되는 것을 두고 전형적인 ‘끼워 맞추기식 정치공작’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 전시장과 에리카 김의 복잡 미묘한 관계를 잘 아는 모 정치 세력이 이명박 X파일의 급부상과 권노갑, 박지원의 사면이라는 시점을 절묘하게 이용해 루머를 퍼뜨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만약 차후 이 주장에 보다 무게가 실린다면 자의든 타의든 이 소문의 수혜집단인 박근혜 캠프가 정치적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는 게 일부 정치권 인사들의 견해다.




#무기거래상 김영완은 누구?
수백억원대 부동산 재벌


권노갑, 박지원의 비자금 관리책으로 현대비자금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영완이 어떤 인물인지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거의 없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고려대 출신인 그는 수백억대 재산가로 국내 24개 필지를 소유한 부동산 재벌이라는 것.

그는 정제계 유력인사들과 상당한 교분을 맺으며 마당발을 과시해 온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 때문에 그가 무기중개와 관련된 미국 측의 정치권 로비스트라는 견해도 있다.

또 김씨는 현대측 금강산 유람선 카지노 사업 로비과정에도 깊게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그는 정몽헌 전회장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을 밝힐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로도 지목되고 있다.



##재미여성 변호사 ‘에리카 김’은 누구?

에리카 김은 재미여성 변호사로 지난 95년 ‘나는 언제나 한국인’이라는 자서전 격 에세이를 출간, 국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던 인물로 한번 이혼한 경력이 있다.

에리카 김과 이 전시장의 인연은 지난 94년 초 미국의 한 한인교회에서 비롯됐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이 전시장은 신앙간증을 위해 이 교회를 찾았다가 평소 친분이 있던 L씨의 소개로 에리카 김을 만나게 됐다.

당시 주변에 동석했던 이들이 전한 바에 따르면 이 전시장은 이 자리에서 에리카 김에게 상당한 호감을 표시했는데, 이후 이러한 징후는 그의 행동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이 전시장은 LA에 위치한 한인 측근의 집에 초대 받아 갔다가 그곳에서 에리카 김과 민망할 정도로 농도 짙은 춤을 춘 것이다. 당시 에리카 김은 이혼전의 유부녀였다.

당시 이 장면을 목격한 이 전시장의 부인은 남편에게 “도대체 지금 뭐하는 짓거리냐”며 매우 불쾌해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그러나 에리카 김은 이날 이후 이 전시장과 더욱 가깝게 지냈다. 수시로 한국에 들어와 이 전시장을 만나는가 하면 그의 국내활동 뒤에는 언제나 이 전시장이 후원자처럼 버티고 있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두 사람 사이가 심상치 않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는데, 공교롭게도 이 시기를 즈음하여 에리카 김이 이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세간에서는 우연치고는 너무나 타이밍이 절묘한 일이 아닐 수 없다며 두 사람의 염문설을 기정사실화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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