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 파기 논란을 부른 MBC ‘우리들의 일밤’ 코너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의 김영희 PD가 교체됐다. MBC는 지난달 23일 “기본 원칙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물어 김 PD를 교체한다”고 밝혔다. 김 PD가 교체가 확실시 되자 같은 날 밤 김건모는 ‘나가수’에서 자진사퇴했다. 김건모는 미디어라인 사무실에서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나로 인해 김영희 PD까지 교체됐다”며 “이 결정(자진사퇴)은 의리보다 모두에 대한 도리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 PD와 김건모의 하차에 ‘나가수’의 폐지설이 나돌며 방향성을 잃어가는 듯 했다. MBC는 PD교체와 함께 4월 한 달간 ‘나가수’를 결방, 재편집할 것이라고 밝혔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나가수’ 논란의 본질을 알아본다.

MBC는 “녹화 현장에서 돌발 상황이 발생한 가운데 출연진과 제작진이 합의해서 규칙을 변경했다고 하더라도 ‘7위 득표자 탈락’은 시청자와의 약속이었다”며 “한 번의 예외는 두 번, 세 번의 예외로 이어질 수 있고 결국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인 ‘원칙’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조치(PD교체)를 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참가자들 음원 큰 인기 얻어

‘나가수’는 첫 방송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2회 방송분의 시청률은 18%로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이 코너는 뛰어난 가창력을 가진 가수들만 엄선해서 출연한다는 기대감과 함께 ‘서열을 어떻게 매길 수 있나’라는 비판도 공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돌 가수들이 대거 가요계를 장악한 가운데 정말 실력 있는 가수들이 황금시간대에도 나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줘 가요계의 다양성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첫날 방송에서는 6.1%의 시청률로 무난한 출발을 했다. 또한 2회에 방송된 ‘80년대 명곡 부르기’ 미션에서 ‘나가수’ 제작진은 참가자들이 부른 음원들을 각 음원 사이트에 배포했다. 엠넷, 벅스 등 주요 음악차트에서 1위를 비롯한 상위권을 차지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나가수’ 제작진은 MBC가 차지하는 수익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스포일러 정보 유출… 김새

‘나가수’의 인기는 뜨거웠다. 매 미션이 전파를 타기 전, 방송 내용이 사전 유출돼 화제가 된 바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지난달 21일에 진행된 ‘나가수’ 촬영분에 대한 정보가 유출 됐다.

이 스포일러의 글에 따르면 두 번째 미션은 서로의 노래를 바꿔 부르는 것.

이에 김건모는 정엽의 ‘유 아 마이 레이디(You Are My Lady)’, 백지영은 김범수의 ‘약속’, 김범수는 박정현의 ‘나의 하루’, 박정현은 김건모의 첫인상’, 정엽은 이소라의 ‘제발’, 이소라는 윤도현의 ‘잊을게’, 윤도현은 백지영의 ‘대시’를 선보였다.

특히 첫 탈락자로 선정됐던 김건모가 재도전 기회를 얻으면서 이번 무대에도 참여한 가운데 관객들의 야유 속에서 노래를 시작했다는 것이 스포일러의 주장이다. 김건모는 노래를 부른 뒤 “이 곡이 내 마지막 곡이 될 것 같다”고 말하고 퇴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김건모 자진 사퇴설’을 이미 예언했다.

한편 첫 번째 미션에서도 전파를 타기 전, 방송 내용이 사전 유출돼 논란이 된 바 있어 이번에도 역시 스포일러의 주장과 방송이 일치할 지에 대한 네티즌들의 궁금증이 커졌다.


서바이벌 방식, 초반부터 논란

첫 번째 탈락자가 가려진 방송에서 스포일러 유출은 큰 논란은 되지 않았다. 단 서바이벌로 한 명씩 탈락한다는 확고한 규칙을 번복한 제작자와 해당 가수들에 대한 논란과 항의는 거셌다. 일밤 홈페이지에는 수천 건의 항의글이 올라왔다. 인터넷 언론들도 1주일간 3000건의 기사를 쏟아내며 이러한 상황을 보도했다.

이러한 상황에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나가수의 논란은 프로그램의 중요한 장치를 무력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라며 “본인들(제작자 및 가수) 스스로가 장치(서바이벌 형식)를 회손시켰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프로그램의 수준은 선진국과 비교해 봐도 굉장히 높다. 당대 최고의 가수들을 놓고 긴장과 흥미를 준다는 구성이 대중들의 주목과 기대를 모았다”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처음부터 가수들을 놓고 서바이벌이라는 형식을 한다는 자체의 논란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고 밝혔다.

김영희 PD의 교체에 대해서는 “이렇게 논란이 된 상황에 누군가가 책임을 물어야한다고 하지 않았을까”라고 조심히 답했다.

네티즌들은 “주말 저녁시간에 유일하게 ‘단비’처럼 노래다운 노래를 들을 수 있는 방송이었는데 아쉽다", “빨리 재편집이 되기를 기다린다”, “취지가 좋았던 방송인데…”, 라는 등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김영희 PD는 1990년대 ‘이경규가 간다’, ‘이경규의 몰래카메라’, ‘전파견문록’, ‘느낌표’(눈을 떠요, 칭찬합시다, 책책책, 하자하자) 등 다수의 히트작을 제작했다. 2005년 MBC 최연소 예능국장과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회장을 엮임하며 현장을 떠났다가 최근 ‘일밤’ 책임프로듀서로 복귀, 저조한 시청률로 위기를 맞고 다시 현업에 복귀한 ‘나는 가수다’ 마저 논란이 되며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박주리 기자] park4721@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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