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타로 출전해 덜컥 금메달…세계선수권대회도 대타 행운 거머쥐어
-5세 때 피겨 시작한 점프 신동…김연아와 각별한 인연도 성장 밑거름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한국선수단이 금의환향한 가운데 피겨 여제 김연아의 은퇴 이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던 피겨계에 경사스런 소식이 전해져 사그라졌던 불씨가 다시 타오를 조짐이다. 아시안게임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걸은 피겨 여자 싱글 최다빈이 괄목할 만한 성적을 이끌어내 포스트 김연아로 떠올랐다. 1년 남짓 남겨둔 평창동계올림픽까지 기분 좋은 출발을 예고한 최다빈의 도전을 만나봤다.

발목 부상의 박소연(20·단국대)을 대신해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최다빈은 한국 첫 동계아시안게임 피겨 금메달을 거머쥐며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최다빈은 지난달 25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의 마코마나이 실내링크에서 열린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68.40점에 예술점수(PCS) 57.84점을 합쳐 126.24점을 받았다.

앞서 지난달 23일 열린 쇼트프로그램에서 그는 61.30점으로 기록해 개인 최고점인 총점 187.54점으로 중국의 리쯔쥔(175.60점)을 따돌리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최다빈은 은메달을 땄더라도 한국 피겨 사상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 수 있었다. 하지만 기대 이상의 금메달을 차지하며 주춤하던 한국 피겨에 활력소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욱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1년 남짓 남긴 상황에서 김연아의 공백을 메울 차세대 주자로 급부상했다.

더욱이 한국 피겨스케이팅은 동계아시안 게임과는 인연이 없었다. 세계를 평정한 김연아도 올림픽, 세계선수권 등에서 정상을 차지했지만 2007년 창준 아시안게임은 부상으로, 2011년 아스타나-알마티 대회는 휴식 차원에서 출전하지 않는 등 수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이에 대해 최다빈은 지난달 27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귀국 기자회견에서 “아직은 포스트 김연아라고 불리는 것은 과분하다. 실력이 부족해 더 발전을 해야 될 것 같다. 올림픽이 다가오기 때문에 비시즌이 중요할 것 같다. 단점을 보완해야 될 것 같다”며 “컨디션을 최대한 끌어올리도록 해야겠다. 아시안게임에서는 부담이 많이 없었다. 연습했던 것을 생각하면서 하니 좋은 결과가 있었다. 세계선수권에서도 비슷하게 하면 될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처럼 깜짝 성적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최다빈은 일찌감치 김연아 키즈 중 하나로 꼽혀왔다.

5세의 나이로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한 그는 11세 때 트리플(3회전) 점프 5종을 구사한 ‘점프 신동’이었다. 또 2007년 김연아가 피겨 꿈나무들에게 내놓은 장학금을 받았을 정도로 김연아와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포스트 김연아를 꿈꿔온 최다빈은 2012년 만 12세에 국가대표로 뽑혔고 2014-2015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동메달 2개를 따내 김연아 이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메달을 획득하는 등 성장을 지속해 왔다. 더욱이 그는 김연아가 졸업한 수리고에 진학했고 지난해 김연아와 같은 소속사(올댓스포츠)에 합류해 김연아의 조언을 받으며 리틀 김연아로 평가받는다.

물론 최다빈의 폭풍성장에 장밋빛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시니어 무대에 나선 이번 시즌 성장통을 앓았다. 두 차례 출전한 시니어 그랑프리에서 7위, 9위에 그치며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에 최다빈은 과감한 결단을 내리게 된다. 시즌 도중 쇼트프로그램을 변경하는 승부수를 던진 것. 당초 최다빈은 재즈풍의 ‘맘보(Mambo)'와 영화 ‘닥터지바고’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을 배경음악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러시아 안무 코치로부터 ‘맘보’가 잘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충고를 들은 이후 새 배경음악으로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결국 최다빈은 미국 애니메이션 ‘스티븐 유니버스’의 삽입곡 ‘잇츠 오버, 이즌 잇(It's over, isn't it)’과 영화 ‘라라랜드’의 OST ‘섬 원 인 더 크라우드(Some one in the crowd)’를 배합한 곡으로 바꾼다.
 
과감한 승부사 기질
승패를 바꿔

이 때문에 최다빈이 쇼트프로그램 연기를 완성하기까지 촉박했다. 4대륙 대회 개막 2주 전에야 새로 바꾼 프로그램을 선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승부수는 약이 됐다. 이번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특히 피겨스케이팅이 ‘멘탈 스포츠’라고 불릴 만큼 개인 심리가 중요하게 여겨지는데 최다빈의 과감한 승부사 기질은 과거 세계를 호령한 김연아를 떠올리게 하며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여기에 최다빈에게 주어진 행운의 기회는 이번 대회에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발목 부상에도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김나현(17·과천고)이 오는 29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리는 2017 국제빙상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출전을 포기하면서 대타로 출전하게 됐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티켓이 걸려있는 중요한 대회로 최다빈이 10위 안에 오르면 한국은 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에 두 명의 선수를 출전시킬 수 있다.

최다빈은 “올림픽 출전권이 걸려 있어 부담감이 있지만 후회 없이 만족스러운 경기를 하고 싶다”며 “(김)나현이가 발목 통증 때문에 힘들어했는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선 함께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힘내겠다”고 당찬 각오를 밝혀 또 어떤 기적을 이뤄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