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우·정찬수 등 총선행동그룹 결성 조직적 세몰이 나서소장파 ‘물갈이론’에 적극 동참 당 변화주도 자청 하기도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급속하게 재편되는 속에서 이회창 전총재가 ‘솔솔’찮게 거론되고 있다. 특히 ‘용퇴론’파동에 휩싸인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이회창식 총선이벤트’를 강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회창식 총선이벤트’란 지난 2000년 4·13총선때 이전총재가 신상우·김윤환·이기택 의원 등 중진들을 과감히 탈락시켜 총선을 승리로 이끈 것을 말한다. 이와 별개로 지난 대선 당시 이전후보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30∼40대 측근들이 대거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나선 것도 이전총재의 존재를 다시 부각시키는 데 주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이전총재의 정계복귀가능성을 희박하게 내다보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 시각.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노무현정부의 실정, 한나라당 내분 등 여러 가지 변수에 따라 그의 정계복귀는 언제든지 가능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계은퇴를 선언한 후 이전총재는 마치 약속이라도 지키 듯 정치권과는 먼 거리를 두고 있다. 끊임없이 정계복귀설이 나돌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설’로만 그칠 따름이다. 최병렬 체제가 출범하기 전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이전총재의 의중은 최병렬 후보와 서청원 후보의 당락을 가르는 중요한 변수로 거론됐다. 하지만 당시 이전총재는 일체의 정치적 언급을 회피했다. 현재 미국에 체류중인 이전총재는 원래계획대로라면 내년 2월 귀국하게 된다. 하지만 정가일각에서는 12월 조기귀국설이 끊임없이 나돌고 있다. 이유는 내년 총선 때문이다. 12월 즈음에는 귀국해야 간접적으로나마 총선을 지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그러나 이전총재의 측근들은 “은퇴한 분에 대해서 자꾸 정치개입 운운하면 되겠느냐”며 “이제 그분은 정치 일선을 떠난 분이다”라고 못을 박는다.

최근 이전총재는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언론지상에 자주 이름이 거론된다. 거론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자신의 핵심측근 인사들이 대거 총선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자유를 위한 행동’이라는 사회운동단체를 창립하면서 정가안팎의 상당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이들은 ‘총선행동그룹’을 결성해 본격적인 총선준비에 나섰다. 여기에는 이명우 이회창 전후보 보좌역과 정찬수 당부대변인, 김해수· 홍희곤 전보좌역 및 송태영 대변인 행정실 부실장, 경기도 공보관인 차명진 전보좌역 등 28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모두 지난 대선때 이전총재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30∼40대 핵심측근. 이들 인사들은 개별적인 지역구 공략은 물론 조직적 네트워크를 형성해 총선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이들 조직의 정치적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이들은 이전총재가 정계은퇴를 선언하면서 내린 지령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각오다. 이전총재는 정계은퇴를 선언하며 당의 환골탈태를 요구했었다. 따라서 총선행동그룹은 당내 소장파들의 `’물갈이론’에 적극 동참해 당의 변화를 주도하는 리더 역할을 자청한 셈. 이밖에 이후보 특보를 지낸 김정훈 당대표 비서실 부실장과 김우석 전보좌역 등도 개별적으로 부산과 일산지역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총재의 핵심인사들이 대거 총선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전총재의 영향력 또한 상당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은 이전총재가 어떠한 정치적 언급을 하지 않더라도 보이지 않게 그 영향력이 작용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 총선행동그룹은 이전총재의 귀국이 임박한 12월 즈음부터 그 활동보폭이 상당해질 것으로 보인다. 본인 의사와는 무관하게 ‘창심’ 논란이 다시 불거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용퇴론’으로 뒤숭숭한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내년 총선에 이기기 위해서는 지난 4·13총선때 이전총재가 보였던 과감한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총선때 이전총재가 보여준 결단력 있는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 용퇴주장을 하고 있는 한나라당 한 소장파 의원은 “ 지난 총선때 우리당의 승리는 이전총재가 김윤환 이기택 신상우씨 등 중진을 과감히 탈락시킴으로써 수도권 유권자의 마음을 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번에도 그러한 이벤트가 있어야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것.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은 이전총재가 그랬던 것처럼 큰 폭의 물갈이를 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나라당 알각에서는 이전총재의 정계복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거기에는 최근 지지도가 급락한 노대통령의 실정과 맞물려 있다. 아직도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 결과에 따라 이전총재의 복귀여부가 확실하게 가려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총선을 통해 드러난 노대통령에 대한 민심이 결국 이전총재의 정계복귀를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총선전 복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 최병렬 체제로 총선을 치르기가 어렵다는 판단이 당내에서 확산되면서 이렇다할 구심점이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전총재가 등장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관측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이전총재가 사라진 한나라당은 지난 몇 달 동안 끊임없이 내홍에 시달려왔다. 이전총재만한 구심점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최병렬 체제도 당내 소장파 의원들의 용퇴론 등에 적잖게 곤욕을 치르고 있는 분위기다. 체계적이고 안정적으로 당을 리드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러한 비판속에 한나라당 안팎에서는 끊임없이 이전총재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과연 이전총재는 복귀할까. ‘한다’ ‘안한다’를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속에서 이전총재 복귀설은 내년 총선때까지 끊임없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태풍 ‘매미’가 용퇴론 삼켰다

용퇴론으로 중진과 소장파 의원간 대립전선이 형성됐던 한나라당이 태풍 수해가 큰 이유로 인적청산론에 제동이 걸렸다. 용퇴론을 주장하던 30, 40대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은 국감과 태풍 수해가 큰 상황에서 인적청산론의 속도를 조절하기로 했다. 이러한 판단은 추석 연휴기간 지역구를 돌며 느낀 정치권에 대한 흉훙한 민심과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적잖은 상황에서 내린 어쩔 수 없는 결정인 것으로 보인다.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은 “국감이 임박하고 수해가 큰 상황에서 자칫 정치권 갈등을 불러일으킬 인적쇄신 공세는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함께 했다. 하지만 인적청산론을 주장하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그 속도를 좀 더 늦추자는 것.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은 이대로는 내년 총선에 어렵다는 데 의견을 함께 하고 있다. 따라서 변화와 개혁의 모습을 유권자에게 보여줘야 만이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소장파 의원들은 속도는 늦추되 총선 이슈 선점에는 신당 등보다 먼저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들은 추석 연휴가 끝나는 시점에 ‘5, 6공 청산론’에 대한 국민여론조사를 실시키로 하는 등 물갈이 대공세를 예고했다. 하지만 현재의 싸늘한 민심 상황을 고려해 소장파의 방향선회에 나선 것.국감이후 잠시 주춤했던 이들 소장파 의원들이 어떠한 정치적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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