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 대권주자 급부상“키워줄수 있다면 최대한 키워줄 것” 노대통령 각별한 애정 드러내 장관 사퇴 후 개혁신당 입장 의사에 차기 대권주자 정동영 의원 긴장 “내가 키워줄 수 있으면 최대한 키워줄 것”. 노무현 대통령이 해임건의안 논란에 휩싸인 김두관 행자부 장관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최근 노대통령은 김장관의 해임건의안 수용여부를 놓고 김장관에 대해 필요이상의 두둔 발언을 하고 있다. 이미 김장관은 사퇴 후 내년 총선에 출마할 의사를 내비친 상태. 정치권 일각에서는 “노대통령이 지나치게 김장관을 우호하고 있다”는 시각과 함께 “김장관이 내년 총선에 출마하고, 이후 대권까지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항간의 추측에 민감한 쪽은 대권을 염두에 두고 있는 신당파 핵심의원들. 특히 신당세가 밀릴 때 주춤했다가 최근 신당 움직임이 가속화되면서 또다시 행보가 빨라진 정동영 의원이 본의 아니게 김장관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그동안 자천타천 대권물망에 오른 정의원은 신당추진이 가속화되면서 신당 대표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노대통령의 애정이 각별한 김장관이 개혁신당을 통한 내년 총선 출마 가능성을 내비치고, 자천타천 차기 대권주자로까지 거론되면서 정의원을 강하게 위협하고 있다. 신당추진이 가속화되면서 정동영 의원은 김원기·김근태 의원들과 함께 ‘신당 3톱’으로 부상했다. 신당창당에 이변이 없는 한 신당내에서 정의원의 입지는 상당히 커질 전망이다. 이미 정의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차기 대권주자. 본인 역시 모든 정치적 행보를 차기 대권도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미 정의원은 지난 대선때 노대통령으로부터 ‘차세대 주자’임을 인정 받았다. 정의원은 개혁신당 추진의 한복판에 서있다. 일각에서는 신당의 성공여부가 정의원의 정치적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당추진이 지지부진했던 이전까지만 해도 정의원의 정치적 행보는 다소 주춤했다.

구주류가 강세를 보일 땐 아예 언론지상을 통해 모습조차 보기 힘들 정도였다. 발언의 양과 수위도 훨씬 줄어들었던 것이 사실. 하지만 최근 신당추진이 표면화되면서 정의원은 독자신당 창당의 한복판에 다시 등장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의원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지나치게 상황을 의식하고 행동하는 것 아니냐”는 기회주의적 행태를 비판하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한마디로 잘 나갈 땐 나서고, 밀린다 싶으면 얼른 몸을 움츠린다는 것이다. 최근 기자와 만난 신주류에 가까운 한 소장파 의원은 “겉으로 보기에는 정의원의 훤칠한 외모와 스타성 때문에 정말 잘하는 것 같아도, 우리 안에서도 정의원의 행보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며 “차라리 신기남의원처럼 초지일관 강공으로 가든지 그래야지, 정의원은 밀린다 싶으면 이상하리 만큼 조용하다”고 지적했다.

여권일각에서는 정의원이 내년 총선때 서울 종로에 출마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종로 출마설을 극구 부인하고 있다. 정의원의 한 측근은 “큰 정치를 하려면 과감히 지역을 버리고 수도권으로 나와야 하는데, 아무래도 당선이 확실한 지역을 놔두고, 예측불허인 지역에 출마할 자신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북권 일간지 정치부에서 활동중인 한 기자는 정의원에 대한 전북권 민심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정의원이 민주당을 저버리고 신당에 몸담으면서부터 지지가 예전만 못하다”며 “90%를 상회하던 지역구(전주·덕진) 지지도가 예전에 비해 많이 낮아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의원의 지역구(전주·덕진)민심은 ‘민주당 정동영’과 ‘개혁신당 정동영’에 대한 지지가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 기자는 “지역민들은 정의원을 키워줘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최근 기회주의자, 배신자 등의 얘기가 나돌자 생각이 많이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며 “더더구나 자신을 오늘에 까지 이르게 한 정당이 버젓이 존재하는데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 분열을 야기시키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정의원은 자타가 인정하는 차기 대권주자다. 신당추진에 적극 앞장선 것도 이를 의식한 정치적 판단일 가능성이 높다. 오랫동안 정치권에 몸담은 한 관계자는 “정의원은 아마 신당의 대표를 노리고 있을 것이다. 이후 행정경험을 쌓기 위해 내각기용을 희망할 것이고, 그런 다음 대선을 노리지 않겠느냐”며 정의원의 대권도전 로드맵을 제시했다. 하지만 최근 노대통령으로부터 각별한 신임을 얻고 있는 김두관 행자부 장관의 ‘출현’은 정의원 입장에서 보면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정의원이야 표면적으로 그런 내색을 하지 않지만, 범여권 관계자들은 김장관의 출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여권내 신당파 한 소속 의원은 “우리야 내년 총선이 목적이지만 정의원은 원래부터 큰 꿈을 꿔온 사람 아니냐. 근데 예상과는 달리 노대통령이 자신을 이을 차기 주자로 정의원을 생각하고 있지 않는 것 같다”며 “오히려 노대통령의 의중은 강금실 장관이나 김장관에 더 치우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됐던 인사는 정동영 의원을 비롯해, 추미애 의원, 강금실 장관, 손학규 경기도지사, 박근혜 의원 등이었다. 여기에 급부상한 인물이 바로 김장관이다. 김장관은 최근 한나라당이 단독 처리한 해임건의안 문제로 오히려 ‘몸값’이 더 치솟은 분위기다. 여기에는 노대통령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노대통령이 한나라당의 극한 반발을 예상하면서까지 김장관의 해임건의안 처리를 국정감사 이후로 미룬 것은 김장관에 대한 노대통령의 신임이 남다르다는 것을 잘 나타내주는 대목이다. 게다가 노대통령은 김장관을 정치적으로 키워주겠다는 자신의 생각을 공식화했다. 개혁신당이 노대통령의 의중과 일맥상통하고 있다는 점에서 노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대권을 염두에 둔 정의원 등에겐 상당히 신경쓰이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달리 말하자면 노심이 개혁신당에 있고, 김두관에 있다는 것으로도 확대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두관 장관도 사퇴 이후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그리고 출마정당에 대해서는 개혁신당 입당 의사를 밝혔다. 만약 김장관이 장관직을 사퇴하고, 개혁신당으로 내년 총선에 출마 당선될 경우, 개혁신당 내부 권력구도는 훨씬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상황에 밝은 한 인사는 “김원기· 신기남· 정동영 의원의 3강 체제에 김장관이 합류하면 4강체제로 총선을 치르게 될 것이지만, 그 속내는 정의원과 김장관의 물밑 세경쟁이 치열해지지 않겠느냐”고 예측했다. 정의원과 김장관간에 세경쟁을 한다면 중심축을 움직이는 결정적 힘은 ‘노심’이 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그렇다면 노심은 어느 쪽으로 기울까. 김장관에 대한 노대통령의 최근의 언행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노대통령은 김장관이 자신과 비슷한 환경을 가지고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고졸출신이고 원칙을 가지고 정치를 해온 점 등이다”라고 전했다. 한마디로 ‘닮은 꼴’이라는 것이다.

노대통령은 김장관에 대해 “김장관은 남해종고를 나왔다. 모범적인 군수를 했고, 성실하고 원칙을 지닌 사람이다. 학벌없는 사회, 보통사람들의 성공, 코리안 드림의 상징으로 희망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노대통령과 김장관은 닮은 게 많다. 노대통령이 김장관과 동향인데다가 고졸출신이다. 게다가 김장관 역시 노대통령의 부산총선 낙선때와 마찬가지로 ‘소신’ 하나로 13대 총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경력이 있다. 이후 김장관은 95년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남해 군수에 도전해 전국 최연소로 당선되는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학력의 한계 극복 등과 정치적 도전자세는 노대통령과 엇비슷하다. 반면 정의원은 줄곧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정치입문 역시 쉬웠고, 별다른 무리수없이 현재의 위치에 올랐다.

서울대를 나와 MBC 뉴스앵커를 지낸 정의원은 자신의 고향인 전북(전주·덕진)지역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아 전국 최다득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노대통령이나 김장관과는 여러모로 대조적이다. 노대통령이 김장관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는 것도 이러한 비슷한 성장환경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4월 노대통령은 남해출신인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대행에게 “내년 총선에 김 장관을 내보내지 않을 것”이라며 “김 장관을 크게 키우자” 고 김장관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노대통령의 각별한 애정속에 차기 대권 물망에까지 오르내리고 있는 김두관 장관. 총선출마 여부와 상관없이 그는 노대통령이 의중에 두고 있는 차기주자 ‘일순위’로 급부상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렇게 되면 현재 개혁신당의 유력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정의원이 상대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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