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대야관계설정 위해 김두관 장관 해임안 전격 수용의지민주당 분당시 당적 버리고 초당적 등거리 정치 가능성 시사도노무현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에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노 대통령은 취임이후 일부 언론과 야당이 국정운영과 관련한 문제점을 여러번 지적했지만 지금껏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추석연휴에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매미’로 인한 상처로 민심이 극도로 흉흉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 국정운영 등 전반적인 통치스타일에 대한 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러한 통치스타일 변화 모색 배경에는 김두관 행자부장관 해임안 문제를 둘러싼 한나라당과의 첨예한 대립, 민주당 분당사태, 이라크 추가 파병문제 등 국내외적으로 산적한 난제들에 대한 해법구상이 내포되어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노 대통령은 이번 추석 연휴기간 동안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고 관저에 머물며 가족들과 휴식을 취했다.

하지만 이는 외부에 알려진 형식적인 일정에 불과하고 노 대통령은 산적한 난제들을 돌파하기 위한 해법을 구상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고 복잡한 휴가를 보내야 했다.추석 민심동향을 대대적으로 점검하면서 김두관 장관 처리 문제, 민주당 분당 사태와 관련한 자신의 거취 문제 등 골치아픈 사안들에 대한 해법모색에 주력했다는 후문이다.노 대통령은 특히 대야관계 등 원할한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자신의 통치스타일도 일부 수정할 수 있다는 의지를 다진 것으로 알려졌다.노 대통령의 이러한 의지는 한동안 한나라당과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던 김두관 장관 해임안을 노 대통령이 최근 수용할 뜻이 있음을 시사한 점에서 쉽게 엿볼 수 있다.이와관련,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13일 기자간담회에서 “노 대통령은 해임건의안이 제출됐을 때 호락호락 수용하지 않겠다고 했지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없다”면서 “다소의 시간이 걸릴 뿐 해임건의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었다고 본다”고 말해 사실상 해임건의를 수용할 뜻을 시사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또 국회 위신과 국정의 원만한 수행을 감안해 자연스런 해법 도출을 모색하고 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이는 “호락호락 수용하지 않겠다”는 노 대통령의 당초 의지가 꺾인 것으로 거대 야당과 정면으로 충돌해서는 득보다 실이 많다는 계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또 민주당 사태가 결국 분당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대여 및 대야 관계도 새롭게 설정해야 한다는 정치적 이해관계도 맞물린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에겐 여야 가릴것 없이 우호세력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한 문희상 청와대비서실장의 발언은 분당국면에 접한 노 대통령의 복잡한 심사를 잘 반영해 주고 있다.실제로 민주당이 분당될 경우 노 대통령은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거취문제를 결정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비록 노 대통령이 신당 불개입 원칙을 여러 차례 천명하긴 했지만 현재 신당 창당을 주도하고 있는 주요 인사들 대부분이 노 대통령과 ‘코드’를 같이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따라서 민주당이 분당되고 신당이 창당되면 노 대통령의 민주당 당적 유지 여부는 또다른 논란거리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노 대통령이 곧바로 신당을 선택하는 것도 쉽지 않다. 노 대통령이 신당을 지지할 경우 ‘신당 불개입 원칙’을 스스로 부인한 꼴이 되고, 이 경우 야당이나 민주당 잔류파들의 거센 반발로 정국은 또다시 꽁꽁 얼어붙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따라서 정치권 관계자들은 신당이 태동하면 노 대통령은 민주당 당적을 버리는 대신 ‘무당적’으로 초당적인 국정운영을 도모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이와관련, 문 실장은 13일 “대통령의 뜻을 내가 알 수는 없으나 여야 개념을 떠나 정책 적으로 협력하실 것”이라며 “지난번 5자회동에서 말씀하신 ‘대통령제적 국가운영’이란 말은 이제 여야 개념을 떠나 누구와도 정책문제를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것”이라고 말해 초당적인 여야 등거리 정치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치권의 지각변동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 맞춰 노 대통령도 서서히 자신의 통치스타일에 대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음을 예단케 하는 정황들이다.노 대통령의 통치스타일 변화 조짐은 대언론관계에서도 감지된다.노 대통령은 7일 예고 없이 청와대 춘추관을 평상복 차림으로 전격방문, 기자단과 점심을 함께 하면서 정국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노 대통령은 이날 비공개 티타임을 갖고 취임이후 한번도 요청한 적이 없던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도 요청했다. 언론과의 긴장과 견제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노 대통령으로선 이례적 행보가 아닐 수 없다.노 대통령은 특히 ‘홍보정책에 뭔가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본시 자주 만나 대화도 하고 서로 의견이 부닥치면 논쟁도 하는 체질이다. 참모들이 말려 그랬는데 그것은 좋은 것이 아닌 것 같다”면서 “우리가 서로 타도해야 할 적이나 상대는 아니지 않느냐. 시간이 허락하면 가끔 보자”며 유연해진 언론관을 시사했다.

이처럼 노 대통령의 유연해진 언론관과 새로운 여야관계 설정을 위한 일련의 행보는 변화를 꾀하고 있는 통치스타일과 결코 무관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또 노 대통령의 변화된 통치스타일에 대한 평가는 조만간 단행될 행자부장관 인선 과정에서 어느 정도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현재 청와대 주변에선 이번주내 사임 의사를 밝힌 김 장관 후임 인사와 관련한 하마평이 무성하다.허성관 해양수산부 장관이 후임 행자부장관으로 내정됐다는 설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는 가운데 김병준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 조영택 국무조정실 기획수석조정관, 원혜영 부천시장, 김정길 전행자부 장관 등이 자천타천 후임 장관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특히 허 장관 내정설은 추석 연휴 동안 노 대통령이 김 장관 처리 문제를 숙고하는 과정에서 결론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주변에선 연휴때 노 대통령이 허 장관을 청와대로 불러 인사 문제를 논의했다는 소리도 나돌고 있다.

지난해 대선때 부산에서 ‘노무현을 사랑하는 교수들의 모임’ 회장을 맡으면서 노 대통령과 인연을 맺게 된 허 장관은 동아대 교수 재직시절 시민단체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진보 성향 교수로 잘 알려져 있다.노 대통령의 이른바 ‘코드 정치’에 부합되는 인사로 평가받고 있는 허 장관은 대통령직 인수위 경제1분과에 소속돼 재정-금융부문 업무인수를 주도해 업무추진 능력을 검증받기도 했다.따라서 노 대통령이 허 장관을 후임 행자부장관으로 임명할 경우 ‘코드 정치’에 바탕을 둔 정실인사라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또 정치권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는 상황에 맞춰 변화를 꾀하고 있는 노 대통령의 통치스타일 수정 전략도 빛바랜 구상으로 묻혀 버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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