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길승씨 몰카 사건으로 전격 구속된 청주지검 김도훈 전검사의 변호인단이 수사일지를 공개해 파장이 일고 있다. 김도훈 전검사 변호인단은 27일 A4용지 5장 분량으로 6월초부터 지난 12일까지의 이원호씨에 대한 수사관련 상황과 검찰 내 동향 및 수사첩보 내용 등을 메모식으로 기록한 김 전검사의 수사일지를 공개했다.특히 김 전검사는 지난해 키스나이트클럽 소유주 이원호(50·구속)씨가 민주당 고위당직자 H씨에게 대선자금 3억원을 전달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를 해온 정황이 변호인단이 공개한 수사일지에 드러나 있다.

공개된 수사일지에 따르면 김 전 검사는 이씨가 지난해 대선자금 3억원을 민주당 관계자에게 전달했다는 진술을 이씨의 갈취교사 혐의로 조사받던 김모(34)씨로부터 확보한 것으로 적고 있다. 김씨는 자신의 친구로 당시 민주당 실세인 H씨에게 돈 전달 역할을 맡았던 민주당 간부 김모(57)씨의 운전사로부터 이같은 사실을 전해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김 전검사는 기록하고 있다. 수사일지에는 또 청주지검 내부의 외압에 관한 부분도 언급돼 있다. 일지에 따르면 김 전검사는 지난 6월 20일 이씨에 대한 긴급체포를 보고했고, 소속 부장검사와 차장 검사 등 청주지검 수뇌부는 이를 승낙했지만, 체포 1시간 30분전 부장 검사가 “위에서 걱정하신다”며 긴급체포 유보지시를 내렸다. 7월1일에도 김 전검사는 K 부장검사가 이씨 사건에 대해 질문하며 “너 밖에서 이상한 이야기가 들린다. 야 이 XX야 살인교사 14년전의 이야기인데 그거 되겠느냐, 왜 OOO을 공소장에 집어넣었느냐. 조직폭력배 말만 믿고 이원호를 왜 구속하느냐”는 등의 말을 했다고 적고 있다.

다음날 2일에는 소속 부장검사 및 부부장검사의 동의를 얻어 이 사건에 내사 번호를 부여한 뒤 수사를 유보하려 하자 차장검사가 “김모씨 진술 신빙성 없고 갈취교사로 보기 어렵다”며 반대해 1시간 동안 논란을 벌인 끝에 끝내 포기해야 했다고 일지에 적혀있다. 정식 내사 번호는 몰카 파문이 확산되던 이달초에 부여됐다.김 전검사는 또 특별전담팀 선배 검사가 ‘이씨를 뒤늦게 구속하게 된 경위에 대해 입을 맞추자’고 제안했다는 내용도 적고 있어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일지는 지난 7일 모 선배검사가“이원호 구속은 신중하게 하자. 이씨를 음해하는 거대한 음모세력이 있다. 특별수사팀과 협의하고 (이씨)내사사건을 뒤늦게 구속하게 된 경위에 대해 입을 맞추자”고 제의했으나 이를 거절하자, 그 다음 11일 해당 검사는“5억이상인 경우 2배의 벌금형 병과 가능하니까 6억5천만원 탈세한 것으로 송치받아서 이원호와 쇼부볼 때 웨이터비용 15%를 감해주면 5억원이하로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는 내용을 적고 있다.그러나 변호인단이 공개한 일지에 대해 검찰은 김 전 검사가 첩보수준 내용을 기재했으나, 수사를 한 흔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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