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보조위치서 탈피 ‘국내 정보업무’ 담당 검토수사·정보기능 쏠림현상에 일부선 우려의 목소리경찰의 위상이 달라진다. 경찰은 수사기능과 함께 국내 정보기능의 중추적인 역할까지 담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최근 과거 단순한 정보수집활동에서 벗어나 정부정책에 대한 여론수렴 및 탐색, 사회갈등사안의 분석 등의 정보기능 강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이 과거 ‘국정원’에 못지 않은 막강한 권력집단으로 급부상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참여정부 출범 이후 경찰의 수사권 독립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핵심 권력업무인‘수사·정보’를 모두 맡은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7월말 경찰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본청 정보국 상황과’신설 등 정책정보기능 강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이 본청 정보국에 상황과를 신설하고, 기존 정보 1∼4과의 정보 분석·판단 기능을 강화하는 등 정책 정보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것. 신설되는 상황과(정보 5과)는 전국 일선 경찰서에서 올라온 모든 상황을 취합·분석하게 된다. 또 일선 경찰서 정보과 인원을 줄이는 대신 지방경찰청에 정보분실을 신설하는 등의 방안도 검토중이다.이같은 방안들은 경찰 정보활동을 단순 정보 수집·분석에서 벗어나 정부 정책에 대한 여론 탐색 등의 기능으로까지 확대하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아직 내부적으로 여러 가지 안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로, 이와 관련한 실무작업은 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 정책에 대한 여론 수렴과 분석, 그리고 각종 사회갈등으로 사회혼란 예방차원에서 정보기능을 강화한다는 방침만 정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화물연대파업, 한총련 사태 등 일련의 사회 갈등 상황을 겪으면서 여론 탐색과 정책정보 수집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이같은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경찰이 이처럼 정보 기능 개편을 논의하고 있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이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6월 16일 전국 경찰지휘관(총경급 이상)과 만난 자리에서 “경찰의 정보 역량이 국가정보원의 보조적인 위치를 벗어나 국가의 중추적인 기능을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노 대통령의 ‘해외 정보는 국가정보원, 국내 정보는 경찰이 책임진다’는 의지를 반영, 정보기능 확대를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이다. 또 내부적으로 ‘수사권 독립과 자치경찰제도’등 경찰개혁방안이 추진되는 것과 맞물려 정보기능에 대한 개편작업도 서두르겠다는 의지의 반영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이와 함께 경찰 수장인 최기문 경찰청장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최 청장은 정찰청 정보 2과장-서울경찰청 정보관리부장 등 정보분야 요직을 두루 거친 정보통. 그럼에도 불구, 경찰이 올해 각종 파업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한 정보 부족과 여론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 이에 따라 경찰 내부에서는 이들 일련의 사태에 대해 적절히 대응을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이에 최 청장 등 수뇌부에서는 정보기능의 강화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 정보기능 확대방안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천명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이같이 경찰이 국내 정보기능을 강화할 경우, 그간 단순정보수집에 그쳤던 경찰 정보국의 위상이 달라지게 된다. 특히 그간 국내·외 고급정보를 독점하다시피하던 ‘국정원’과 역할분담이 이뤄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경찰은 국정원의 보조 역할로 국내정보를 수집했던 것이 사실. 따라서 국정원이 그간 누렸던 막강한 권력(?)이 경찰 등으로 분산되는 효과를 가지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경찰의 정보국 개편이 또 다른 막강 권력집단의 탄생을 예고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우선 경찰 조직이 자칫 비대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정보기능확대를 위해서는 이를 담당할 인력 증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또 수사권독립 등이 추진되고 있는 마당에 경찰의 정보력 강화가 자칫 권력집중현상으로 나타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간 검찰이 수사지휘권, 수사종결권, 기소독점권 등 수사권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다. 이로 인해 검찰은 ‘무소불위’의 권력집단으로 인식돼, 그간 개혁의 대상으로 내몰렸다. 이런 권력집중을 막기 위해 경찰의 수사권독립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일정한 범죄에 대해서는 검사의 지휘를 받지 않고, 사법경찰관이 독자적으로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을 주내용으로 경찰안팎에서 ‘수사권독립’에 대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찰이 수사권 독립과 함께 정보기능이 강화된다면 ‘검찰’과 ‘국정원’이상의 권력집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그동안 경찰의 정보기능이 정치인이나 운동권 대학생, 노동계 인사 등의 사찰을 하면서, 오해의 불씨를 만들어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정보국 등의 개편을 통해 이런 폐해를 줄이고 국민 여론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정보 기능으로 전환이 필요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그러면서도 “정보 기능 강화가 조직의 비대화나 국내 정보의 독점과 오·남용으로 이어져서는 안될 것”이라는 견해도 표시했다.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정보국 개편 방안에 인력 충원 등 조직을 확대하는 계획은 없다”며 “단지 정치사찰 등에서 벗어나 정책과 여론탐사 등의 정보기능에 대한 강화방안일 뿐”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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