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박정민 기자] 우리는 대개 타인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때가 있다. 타인과의 끊임없는 교류로 자아 성찰을 통해 발전해 나가기도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이념의 내면에는, 인간은 타인과의 예술적 교류를 통해 조금씩 성장한다는 함의가 내포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한 음악가의 무대를 보고 자신의 인생을 바꿀만한 감동을 받아 음악의 길로 들어서게 된 클래식 기타리스트가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클래식 기타리스트이며 교수인 전장수 기타리스트다. 봄 햇살이 제법 따뜻하게 내리쬐는 초봄의 어느 날 등촌동의 한 기타장인 공방에서 그를 만났다.
클래식 기타리스트 전장수
나르시소 예페스(Narciso Yepes)는 그의 인생을 바꿔놓은 이름이다. 전장수 기타리스트는 세계적 클래식 기타리스트인 나르시소 예페스의 한국 고별 무대를 보고 클래식 기타를 시작하게 됐다. 마지막 무대를 마치고 무대 뒤로 퇴장하는 그의 뒷모습 속에서 영감을 얻었고 큰 감동을 받았다.

“저는 중학생 때부터 생각이 많은 아이였어요. 누군가는 특이하다고 말할지 모르겠는데요, 어린 시절부터 삶과 철학,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많은 편이었지요. 중학교 때 나르시소 예페스가 한국에서의 마지막 무대를 마치고 무대 뒤로 퇴장하는 뒷모습을 보고 ‘아 이거다’ 싶은 깊은 울림과 영감, 감동을 받았어요. 저 분이 칠십평생을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연주를 했을까라는 생각도 했구요. 누군가를 동경해서가 아닌 잔잔하면서도 깊은 울림이 있는 감동이었습니다.”

전장수 기타리스트는 그 사건(?) 이후로 꿈을 갖게 됐다. 클래식 기타리스트가 되어 바하의 샤콘느를 카네기홀에서 연주하는 꿈.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는 그 꿈을 이뤘다. 한국인 최초로 카네기홀에서 클래식 기타 독주회를 가진 것.

“독주회 후 센트럴파크를 걷는데 어린 시절의 꿈이 불현 듯 떠올랐어요. 생각해 보니 그 꿈을 의식적인 생각으로 갖고 있던 것이 아니었어요. 당시에는 강렬했으나 이후 점점 옅어지면서 그저 무의식중에 각인된 꿈이었어요. 그런데 느낌이 이상했어요. 잊고 있었던 무의식 속의 꿈, 그 꿈을 이뤘구나.”

그런 경험 후에 그는 자신의 무의식과 끊임없는 대화를 해 나가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무의식 중에 내가 어떤 것이 되고 싶고 어떤 일을 하고 싶고 그것을 그려 나가다 보면 결국 그 꿈에 한발 짝 더 다가가게 된다는 생각이다. 또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크고 시끄러운 음악보다는 잔잔하고 깊은 울림이 있는 음악을 좋아하게 되고 순간의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게 된다는 것.

음악가의 길을
걷다


그는 한예종에서 공부를 마친 후 미국으로 건너가 예일 음악대학원에서 전액 장학금으로 음악을 공부했다. 이후 비엔나 국립음악대학교에서 최고 연주자 과정을 마쳤고 현재 선화예고와 체코 프라하 브르노 음대 한국 캠퍼스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잔잔한 울림 주는
클래식 기타


일반 기타는 노래 반주용 기타라 할 수 있고 클래식 기타는 고전시대나 바로크 시대의 기악곡을 연주한다. 그러니까 클래식 기타는 기악 연주 위주의 기타라고 할 수 있다. 기타 자체도 줄이나 재질, 디자인, 드는 방식 등이 조금씩 다르다.

기타는 너무 크지도 높지도 않고 인간이 가장 듣기 쉬운 음역대의 소리를 갖고 있다. 어떤 악기는 너무 소리가 높고 어떤 악기는 너무 소리가 낮다. 그러나 클래식 기타는 인간이 가장 듣기 편안한 주파수의 음역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자극적이지 않고 편안하게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소리가 크지 않으면 귀 기울여 들을 수 있고 그렇게 듣다 보면 내면의 소리도 들을 수가 있다. 기타의 크지 않은 소리가 또한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영감을 줄 수 있다.
끊임없이 음악하고
끊임없이 달려간다


이번에 세계적인 명기인 마뉴엘 코테레라스(Manuel Contreras)라는 분의 악기를 받아서 연주하게 됐다. 그리고 올해 6월에 태국 방콕에서 아시아국제 기타 페스티벌 국제 콩쿨이 열리는데 그곳 심사와 함께 초청연주를 갖는다. 8월에는 빌라로보스라는 브라질 작곡가의 작품을 초연을 한다.

10월에는 세계적인 지휘자 함신익 선생님과 맹인작곡가인 로드리고의 아란훼즈 협주곡 협연을 갖는다. 11월부터는 세종문화회관을 비롯 전국 8개 도시 투어 독주회가 있다. 12월에는 이택주 이대 교수와 협연이 있고 이후 이태리 작곡가인 마오로 줄리아니의 기타협주곡을 KT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통해 선보일 예정이다.

음악으로
독도를 수호하다


“일본이 1910년도에 우리나라를 강제 합병하기 전에 그 이전에 독도를 먼저 침탈하려는 시도를 먼저 했었어요. 한국전쟁이 끝날 무렵인 1953년에 일본에 무단으로 침입해 독도를 강제 점거했던 사건도 있었죠. 지금도 일본이 독도를 끊임없이 넘보고 있는 현실에서 문화계의 한 사람으로서 이에 대한 반감을 음악으로 표현하자는 차원에서 독도의 사계를 작곡해서 연주하게 되었습니다.”

내년에는 독도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각 3악장씩 총 12개 악장을 뉴욕의 카네기 홀에서 총 90분 동안 연주할 예정이다. 전장수 기타리스트는 각 계절마다 독도를 방문하고 ‘독도의 사계’를 작곡했다.

“음악이나 예술을 통해 삶이 무엇인지 깨닫고 싶었다. 삶에 대한 ‘호기심’으로 음악을 시작했고 음악을 통해 자신을 완성해 나가고 있다고 믿고 싶다. 끝도 없이 복잡다단해지는 세상 속에서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느낌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고 2시간 남짓의 음악회를 통해 어떤 쾌락이나 짧은 즐거움이 아닌 깊은 울림을 줄 수 있으면 한다.”


박정민 기자  vitami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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