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땅, 수익 100% 보장한다지만 난관 예상… ”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대치은마, 층수 제한제도 놓고 서울시와 대립각 여전
개포 주공1단지 초과이익환수제 영향 벗어나…호재


[일요서울 | 남동희 기자] 서울 강남 4구에 재건축 열풍이 활발하다. 이 지역의 20~30여 년이 된 아파트 수명과 맞물려 재건축이 곳곳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

부동산리서치 기업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남 4구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아파트는 총 7만여 가구에 달한다. 일명 ‘금싸라기’ 땅인 강남4구의 재건축은 부동산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지만 재건축 부담금, 전세대란 등 극복해야할 문제들도 많다.

일요서울은 강남4구에서도 가장 많은 이목이 쏠리고 있는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개포동 주공 1단지를 살펴봤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일대를 지난 13일 방문했다. 그 곳에서 만난 공인중개사 A씨는 “은마아파트는 워낙 유명해 강남구의 상징 아니냐”라며 “요사이 재건축으로 언론에 노출이 많이 되다 보니 주말엔 손님이 전보다 두 배는 늘었다”고 말했다.

A씨는 “하지만 여기는 다른 아파트들에 비해 오래전부터 가격이 높고 실수요자가 많아 매매가 활발하진 않다”며 “당연히 재건축추진위원회(이하 재건축추진위)가 설립되고 가격이 두 배로 뛴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층수 제한, 재건축부담금 등 문제가 있으니 아직 좀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고 말했다.

은마아파트는 현재 최고층 49층 재건축안을 놓고 최고층수를 35층으로 두는 서울시와 팽팽하게 대립 중이다.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청에 따르면 이달 안 은마아파트의 ‘주택재건축 정비구역 지정 및 정비계획안’을 서울시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이 계획안에는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에서 지난 3일 결정한 최고층 49층 계획이 포함될 예정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서울시는 주거지역 기준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한 ‘서울 2030플랜’(도시기본계획)을 준수하라고 거듭 강조한 바 있다.

이로써 전문가들은 은마아파트의 연내 재건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한다. 재건축 착공 전 마지막 단계인 관리처분 인가가 연내 불가능할 경우 은마아파트는 2018년부터 재 시행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초과이익환수제)에 적용 대상이 된다.

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으로 조합이 얻은 이익이 인근 땅값 상승분과 비용 등을 빼고 1인당 평균 3000만 원을 넘으면 초과 금액의 최고 50%를 재건축 부담금으로 국가에 납부토록 한 제도다. 2018년 이후 관리처분 인가를 신청한 단지는 이 제도를 적용받는다.

한 공인중개사에 따르면 최고층을 놓고 서울시와 싸우는 것보다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며 하루빨리 재건축이 되길 바라는 일부 은마아파트 주민들도 있다. 지난 3일 열린 재건축 주민설명회에서도 이런 항의가 있었으나  재건축추진위 측은 다수의 의견대로 ‘많이 벌어 세금 많이 내자’는 쪽을 택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위원회는 남은 기간을 따지면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는 게 불가능하만 어차피 늦었으니 서울시와 싸워서라도 재건축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많이 벌어 많이 내자

상대적으로 재건축 막바지 단계인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는 초과이익환수제의 영향을 피하며 호재를 맞았다.

지난 15일 KB부동산에 따르면 개포 주공1단지(총 6642가구)의 시세가 3.3㎡ 당 7209만 원으로 책정돼 전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로 꼽혔다. 개포 주공1단지는 지난해 4월 28일 사업승인을 받았고, 지하 4층~지상 35층, 74개 동, 6642가구의 초대형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개포동 주공1단지 일대 공인중개사무소는 활기를 띠었다. 개포동 일대의 한 공인중개사는 “오전에도 손님이 많이 왔다 갔다며 주말엔 붐벼서 대기하는 손님도 있을 정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초과이익환수제 부활 여파를 충분히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돌고, 인근 단지들이 연일 분양 완판이니 같은 강남에서도 다른 재건축, 단지보다 가격상승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인근 개포 주공3단지와 2단지는 이미 성황리에 청약을 마쳤다. 개포 주공3단지 현대건설이 재건축하는 ‘디에이치아너힐즈’는 지난해 하반기에 청약경쟁률은 100.6대 1을 기록하며 4일 만에 청약 완료되는 기록을 세웠다.

개포 주공2재건축단지 ‘래미안블레스티지’는 지난 3월 진행된 청약에서 평균 청약 경쟁률 33.6대 1을 기록하며 완료됐다.

전월세난·기부채납 문제 

서울시에 따르면 강남4구에서 재건축 사업 승인 단계를 거친 단지만 해도 개포 주공1·4단지 청담 삼익, 방배5구역 등 10여 개에 달한다. 전 단계인 조합 설립을 마친 가구까지 합하면 비슷한 시기에 재건축이 진행될 가구수는 총 3만7000여 가구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공사를 위한 대규모 주택멸실로 전월세난이 강남4구에 집중될 것이라 예측했다. 또 2021년부터 2022년 사이에 이 주택들의 완공이 몰리게 되면 주택공급 과잉도 나타날 수 있다. 2007년 잠실에 1만800가구가 한꺼번에 입주하며 주변 주택시장을 마비시킨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재건축 초기단계인 단지에서는 기부채납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기부채납은 개발 사업자가 공공시설을 설치해 국가나 공공기관에 소유권을 이전해 주는 것인데, 주로 재건축 시 이를 통해 학교·공원 등 공공시설을 짓거나 임대주택을 지으면 용적률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10월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기부채납을 통해 역사문화공원이 압구정동 요지에 들어서기로 하면서 주민들의 반대를 겪어야 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재건축 진행 단계에서 기부채납 등에 대한 의견 불일치는 당연히 예상된 것”이라며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할 문제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노후된 아파트 상태와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잠실 주공5단지 반포 몇몇 단지들은 의견을 빨리 통일시켜 일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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