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적 고통과 경제적 고통으로 안락사 선택?

본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사는게 너무 힘들어요 XXX 불법인가요?’ ‘저 진짜 XXX하고 싶어요’ ‘XXX 어디서 할 수 있나요?’ ‘장애인 XXX 상담 받고 싶습니다’ 유명 포털사이트에서 ‘안락사’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질문들이다. 안락사는 더 이상 애완동물·가축 등에게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안락사가 ‘임종의 시기에 다다랐을 때’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을 때’ 등과 연결해 생각하지만 이와 무관한 연령층에서도 경제적·정신적·육체적 고통 등에 빠져 안락사를 고민하는 상황이 생기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도덕적 규범·법률에 의거해 질병이 악화된 경우가 아니면 안락사를 기도할 수 없다. 안락사에 대한 제한적 법률 때문에 ‘원정’까지 떠나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안락사와 존엄사, 엄연히 달라, 올 8월부터 한국에서도 가능?
찬반 논란 끊임없는 안락사…대다수 나라서 적극적 안락사 허용 안 돼


우리나라에서 ‘안락사’는 ‘연명치료 중단’의 형태가 일반적이다 또 연명치료 중단은 ‘존엄사’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안락사는 존엄사와 다른 뜻을 지니고 있다.

안락사는 질병에 의한 자연적 죽음이 아니라 인위적 행위에 의한 죽음이다. 이에 비해 존엄사는 ‘최선의 의학적 치료를 다하였음에도 회복 불가능한 사망 단계에 이르렀을 때’ ‘병의 호전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오로지 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이뤄지는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으로 죽음에 이르는 것은 같지만 안락사와는 전혀 다른 성격을 지닌다.

안락사 중에서도 요청에 따라 고통 받고 있는 환자에게 약제 등을 투입하여 인위적으로 죽음을 앞당기는 ‘적극적 안락사’가 있다. 또 환자나 가족의 요청에 따라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영양공급이나 약물투여 등을 중단함으로써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소극적 안락사’도 존재한다. 이 소극적 안락사가 존엄사와 비슷한 맥락을 띠고 있어 동일시하는 견해가 있다.
 
2009년 대법원 판결
소극적 안락사 첫 인정

 
안락사와 존엄사는 윤리적·종교적·법적·의학적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세계으로 논란이 지속돼 왔다.

한국에서는 지난 2009년 대법원이 무의미한 연명치료 장치 제거 등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려 존엄사에 대한 논란이 일어났다.

이 판결에 따르면 식물인간 상태인 고령의 환자를 인공호흡기로 무의미한 연명하는 것을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해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또 회복 불가능한 사망 단계에 이른 환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에 기초해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연명치료 중단을 허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명치료가 무의미하고 환자의 의사가 추정되는 경우로 제한점을 뒀으나 사실상 존엄사 또는 소극적 안락사를 인정한 첫 판례였다.

이후 안락사와 존엄사에 대한 논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오는 8월 4일부터 시행 예정이다.

이 법에 따르면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1명의 판단에 따라 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이 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악화돼 사망에 임박한 경우 안락사가 가능하다. 또 암, 에이즈, 폐쇄성 호흡기질환 등 말기환자에 해당해 사전에 연명의료의향서 또는 연명의료계획서에 따라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경우에도 가능하다.
 
스위스 안락사 이천만 원
SNS서 유행처럼 번져

 
대다수의 나라에서는 적극적 안락사가 허용되지 않는다. 스위스,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벨기에는 존엄사와 안락사를 모두 합법화해 가장 진보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워싱턴주와 오레건주에서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이 밖에 40개 주에서는 인공호흡기 제거 등의 소극적 형태로 허용된다.

일본은 지난 2006년 회복 가능성이 없는 말기 환자에 대해 사실상 소극적 안락사는 허용하는 규제를 제정했다. 하지만 영국에서는 안락사가 법으로 금지돼 스위스로 원정 안락사를 떠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처럼 스위스 안락사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쏠리자 한국 내 젊은 층에서 ‘스위스 안락사 이천만 원’이라는 표현까지 생겨 큰 화두가 된 바 있다. 이는 ‘디그니타스’라는 스위스 병원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디그니타스 병원에서 조력 자살을 하기 위해서 대략 2000만 원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 문장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스위스만 검색해도 자동완성 문장으로 뜰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입력해 지난해 4월부터 유행처럼 번졌다.
 
디그니타스 안락사 신청
한국이 아시아 1위

 
디그니타스는 스위스 내 안락사 주선 비영리기관으로 2012년부터 지난달까지 한국인 18명이 안락사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은 신청 수치라고 한다.

한 언론사가 의학전문매체 홈페이지에서 게재된 글을 인용해 지난달 13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디그니타스는 전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자국인이 아닌 외국인에게도 안락사를 허용한다.

디그니타스는 자세한 의미에서 안락사가 아닌 조력자살 방식으로 말기암 등 고통에 시달리는 환자들을 돕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사 등 타인이 독극물을 주입하는 방식이 아닌 환자가 자발적 의지를 갖고 자신의 손으로 강력한 수면제 등을 복용하거나 주사하는 것이다. 이는 적극적 안락사, 소극적 안락사와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다.

디그니타스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96개국에서 7764명이 신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독일이 3223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영국 1139명, 안락사가 합법화된 미국도 435명,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1위 그 뒤로 일본, 태국, 중국 순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락사 방법 중 조력자살은 한국에서 불법으로 분류된다. 결국 스위스 디그니타스에 안락사를 신청하는 것만으로도 처벌 대상일 수 있다.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안락사에 대해 찬반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원정 안락사까지 선택할 만큼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점차 늘고 있어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오는 8월 소극적 안락사 제도를 시행 예정이지만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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