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내분, 양길승 향응 파문에도 당지지율 바닥노무현 대통령과 DJ정권 차별화로 공격전술 수정 한나라당 ‘최병렬호’가 제대로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 출범한지 2개월째가 넘어서고 있는데도 한나라당의 정당지지도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도가 40%대 이하로 급락하고, 민주당도 집권여당으로 제기능을 못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최병렬 대표가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안에서는 소장파와 중진의원간 갈등이 증폭되고, 밖으로는 노대통령 측근 인사들이 부산·경남을 공략하며 ‘텃밭’을 위협하고 있다. 민주당내 신·구간 갈등이 가속되고, 양길승 향응 파문 사건으로 청와대가 곤욕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서도 당연히 반사이익을 얻어야 할 한나라당 지지도는 여전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한나라당은 민주당에 비해 10%안팎의 낮은 지지도를 나타냈다. 최병렬 대표체제가 국민적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그래선지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최대표의 특단의 정치력이 필요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이대로 가다간 내년 총선때 필패가 불보듯 뻔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에 대한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어떤 형태로든 여권성향의 신당은 창당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한나라당 기존 지역구를 노리고 강하게 도전할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DJ정권 때는 60석이상의 ‘영남 텃밭’을 확보한 상태에서 선거를 치렀지만,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노대통령 측근들로부터 부산·경남쪽 지역구 침투(?)가 시작됐고, 호남 지역 역시 여전히 한나라당에는 냉소적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다른 지역이야 모르겠지만 노대통령 출신지역인 부산의 경우 위태로울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어떤 식이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한나라당 관계자들의 일반적 시각이다. 한나라당은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를 보며 적잖은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참여경선을 통해 최병렬 체제가 선출됐음에도 불구, 취임 2개월째 지지도가 오히려 하락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한나라당은 민주당에 10% 가까이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노대통령의 지지도가 40%이하로 추락했는데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올라가야 할 한나라당 지지도가 제 자리를 맴돌거나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집권이후 제 기능을 못하고 ‘식물정당’에 가까운 민주당보다도 더 낮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데 그 심각성은 더한다.

한나라당 한 핵심관계자는 “최병렬 대표 체제가 대립각을 잘못 세우고 있는 것 같다. 과거에야 DJ를 겨냥하면 지지층 흡수가 쉽게 됐지만, 지금도 그때와 마찬가지로 생각하고 있다”며 “노대통령과 확실히 대립각을 세워야 하는데 오히려 대북송금 의혹 수사를 부추기며 DJ정권을 겨냥하고 있으니, 밖에서 볼때는 수구보수 집단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제부터라도 수구보수적 이미지를 중도보수로 바꾸고, 노대통령을 확실히 견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잘못한 것은 강하게 밀어붙이는 야당다운 강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나라당 소장 강경파 의원들 사이에서는 최대표의 온건적 대처가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야당의 제 기능인 ‘대여투쟁’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 청와대와 확실한 대립각을 세우면, 노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지지자들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는데, 이를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DJ정권 당시 실정을 물고 늘어지고 있어, 노대통령을 ‘돕는 꼴’이 되고 있다는 비난도 적지 않다. 노대통령이 민주당과 일정거리를 두고, DJ와도 결별수순을 밟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DJ와 노대통령을 한데 묶어 대여투쟁을 한다는 것 자체가 판단 착오라는 지적이다. 한나라당 소식에 밝은 한 소식통은 “DJ와 노대통령을 한데 묶어 비판하면 영남권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을 것으로 알고 있지만, 노대통령이 한발 앞서 DJ와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노대통령에게 유리하게 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지금이라도 최대표는 노대통령을 겨냥한 대여투쟁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길승 향응 파문 사건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의 대응이 너무 온건하다는 지적이 당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대여공격수로 정평이 난 한나라당 소속의 한 의원은 “양길승 사건 같은 경우 노정부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호재였는데 이를 잘 활용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매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민주당과 노대통령을 한꺼번에 비판해 초점이 흐려지고 있다”고 전했다. 노대통령과 민주당간 당·정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민주당 보다는 현정권에 초점을 맞춘 공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정권의 잘못된 국정운영을 주요 공격대상으로 삼는 전략을 세워야 그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출범후 최대표 체제는 이렇다할 대여투쟁 모습을 비춰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DJ정권과 헷갈려 이것저것 다 비판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반노성향이 강한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노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선 비판할게 얼마나 많으냐. 경제문제도 그렇지, 도덕성 문제도, 코드정치 등 그런 문제등을 충분히 활용하면 될 텐데…”라며 “노대통령 지지도가 바닥을 치고 있기 때문에 우리 당이 현정권과 확실한 대립각을 세워 대안정당으로 나서면 국민적 지지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최병렬 체제가 확실하게 당체질개선에 나서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야당으로서 역할을 못하고 과거 민정당식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윗선에 순응하면서 너무 쉽게 출세의 길이 열렸던 민정당식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 DJ정권때야 야당이긴 했지만 다시 여당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 여당 못지 않은 힘은 발휘했지만 지금은 ‘진짜 야당’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최대표가 야당 지도자로서 확실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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