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경선 결과 따라 안철수 ‘기회 보인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 ⓒ 일요서울 정대웅 기자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일대일 승부’를 계속해서 주장하고 있다. 19대 대통령선거가 ‘문재인과 자신의 싸움’이 될 것이란 자신감이다. 그가 올 초 이런 말을 꺼냈을 때만 해도 반응은 썰렁했다. 일각에선 ‘근거 없는 자신감’이란 비난이 일었다. 하지만 최근 지지율 추이를 보면 근거 ‘있는’ 자신감으로 비춰진다. 중도보수층의 표를 흡수하면서 세력 모으기에 집중한 결과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의 경선 결과에 따른 예상 지지율을 보면 안 전 대표의 예언이 적중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먼저 최근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을 보자. 리얼미터가 발표한 3월 4주차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전 대표의 지지율은 0.5%포인트 오른 12.5%를 기록해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에 이어 3위를 달렸다. 이는 2주째 상승한 수치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은 4.7%에 불과했고, 이후에도 한 자릿수에 머물러왔다.
 
지지율이 답보상태에 빠지면서 고심하던 안 전 대표로서는 최근 추이가 더욱 반가울 수밖에 없다. 그는 저조한 지지율에서도 꾸준히 자신감을 드러내며 ‘자강론’을 고수하는 한편 중도·보수층, 호남지역 민심 등을 공략해왔다. 이런 노력이 서서히 반영되고 있는 셈이다.
 
국민의당 텃밭인 호남지역에서도 비슷한 흐름을 이어갔다. JTBC가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안 전 대표는 호남 지역에서 18.3%(7.8%포인트↑)의 지지율을 얻어 문 전 대표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문 전 대표는 49.7%에서 36.2%로, 11.7%포인트 떨어졌다. 안 지사가 5.3%포인트 상승한 14.8%로 안 전 대표의 뒤를 이었다.
 
안 전 대표가 계속해서 자신감을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안 전 대표는 지난 23일 광양·구례·곡성 당원 간담회에서 “이번 대선은 안철수와 문재인의 대결이 될 것이라는 내 예언이 적중할 것”이라며 “유승민 탈탕, 총선에서 국민의당 35∼40석 얻을 것, 반기문 대선 출마 포기 등 모두 적중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민주당 경선 후
표심 어디로 가나

 
이처럼 안 전 대표가 자신하는 데는 민주당 경선 이후의 ‘표심 이동’ 셈법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경선이 종료되는 오는 4월 3일(결선투표 시 4월 8일) 이후 탈락한 후보를 지지하던 쪽은 새로운 후보를 찾아야 한다. 
 
이 표심이 당내 경선 승리자에게 갈지, 아니면 당 외 다른 후보에게 옮겨갈지에 따라 본선 경쟁구도를 재배치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안 전 대표에게 최근 중앙일보가 조사한 결과는 상당히 유의미하다. 중앙일보는 자체 설문조사를 통해 지지후보가 경선에서 탈락할 경우 2순위 지지자에 대한 결과를 지난 20일 보도했다.
 
먼저 문 전 대표가 경선에서 승리할 경우, 안 지사 지지자 가운데 24.3%가 안 전 대표에게 이동했다. 문 전 대표에게 이동하는 지지층 24.1%보다 많다. 같은 당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향하는 비율은 8.1%로 나타났다. 특히 안 지사가 탈락할 경우 지지할 후보가 없다는 응답은 14.2%에 달했다. 안 전 대표가 여기에 집중한다면 지지율을 더 끌어 올릴 수 있다.
 
다음은 문 전 대표가 탈락할 경우다. 현재 지지율 추세를 보면 그럴 가능성은 적지만, 만약 문 전 대표가 경선에서 떨어진다면 표심은 당내로 흘러갈 전망이다. 안 지사에게 35.5%, 이 시장 20.3% 등 대다수 지지율이 같은 당 후보에게 쏠렸다.
 
안 전 대표에게 가는 표심은 15.8%다. 그가 국민의당 경선에서 승리한다고 가정하면 ‘문 vs 안’이 아닌 ‘안 vs 안’ 구도가 될 전망이다. 지지후보가 없다고 응답한 사람이 11.8%다. 이 시장이 본선에 오르지 못할 경우, 지지층의 47.5%는 문 전 대표로 이동했다. 21.0%는 안 지사에게 이동했다. 안 전 대표는 12.2%를 받았다.
 
결과적으로 안 전 대표로서는 그의 ‘예언’대로 문 전 대표가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하고, 안 지사와 이 시장, 갈 곳 잃은 표심을 공략해 ‘문 vs 안’ 구도를 잡는 게 유리하다. 여기에 중도·보수층까지 아우른다면 최근 안 전 대표의 자신감에 강력한 근거가 마련되는 셈이다. 여론조사 결과를 감안하면 민주당 경선에서 문 전 대표의 당선이 유력한 만큼 이런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안심하긴 일러”
文 과반 대비해야

 
그러나 안심할 수만은 없다. 각 당의 후보가 결정된 뒤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이 50%를 넘을 경우를 염두에 둬야한다. 이렇게 되면 ‘연대론’이든 ‘자강론’이든 무의미하게 된다. 적어도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이 30~40%대에 머물러야 본선에서 겨뤄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민주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 간의 ‘반문·반패권 연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본선 후보 결정 이후 문 전 대표의 높은 지지율이 안 전 대표에게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 PK, 자유한국당 지지층과 무당층 등에서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이 상승했다”며 “이는 ‘문 전 대표에게는 절대 표를 줄 수 없다’는 중도·보수층으로부터 수혜를 입은 것이라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그러나 본선 후보가 확정된 후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이 과반을 넘을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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