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점 운영권’ 놓고 법적 다툼… 서울시는 나몰라라?

양화 한강공원 내 폐쇄된 매점 시설물
‘폐쇄 상태’ 이어지면서 시민들 불편 호소 “왜 안 여나”
시의원, “대처 안일” 질타… 시 측, “안전 위험 때문 늦어져”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한 해 1,100만여 명이 찾는 한강시민공원. 경칩(驚蟄)을 지나 날씨가 풀리면서 한강공원을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공원 곳곳에 흉물스러운 시설물들이 위치해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공원의 필수 편의시설 중 하나인 ‘매점 시설물’이 바로 그것이다.

한강공원 내 수십 개의 매점들이 흉물스런 모습으로 수개월째 방치되고 있다. 일부 공원은 전 매점이 문을 닫은 상황이다. 이곳을 찾은 시민들은 필요한 음식과 물건 등을 사지 못해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매점 시설물이 방치된 원인도 문제지만 운영권자인 서울시 측이 손을 놓고 있는 건 무슨 연유인지 알아봤다.
 
양화 한강공원의 주차관리인 A씨는 시민들에게 매점 관련 질문을 수없이 받는다. 특히 주말 오후는 더하다. A씨는 “요즘 날씨가 좋아 주말에 주차장이 꽉 찰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데 (매점이 폐쇄돼 있어) 물건이나 음식을 사러오는 사람들이 매점에 대해 자주 물어본다”며 “‘왜 열어야 될 때 닫혀 있느냐’, ‘문이 왜 안 열려 있어요’ 등등 불만 섞인 말투로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내 모두 11개(강북 4, 강남 7)의 한강공원에는 총 29개의 매점이 있다. 이 중 현재 12개의 매점이 폐쇄된 상태다. 이촌·망원·광나루·잠원·양화·강서 한강공원 내 매점이 수개월 째 먼지가 쌓여있다. 특히 양화 공원은 매점 4군데 모두 문을 닫아 시민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이촌 공원 또한 2곳 중 2곳이 폐쇄됐으며, 잠원 공원도 3곳 중 3곳이 방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2일 오후 조깅하러 공원을 찾은 40대 자영업자 최모씨는 “운동하다가 목이 말라 음료를 사려고 왔는데 문이 닫혀 있었다”며 “한강공원에 자주 나오는 편은 아니지만 나올 때마다 저렇게 방치돼 있는 것 같다”고 불평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강제집행 vs
강제집행 금지 가처분

 
폐쇄된 12곳의 매점은 2008년부터 ‘한강체인본부’에서 운영하던 곳이다. 한강체인본부는 1989년부터 한강공원에서 노점상을 운영하던 상인들의 연합체로, 2008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한강르네상스 계획에 따라 매장이 철거되면서 운영권을 받게 됐다. 한강체인본부는 세븐일레븐과 컨소시엄을 맺고 2008년 서울시와 한강공원 매점 운영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내용은 매점 사업자가 시설물을 투자하는 대신 8년간 임차료를 내지 않고 운영한 뒤, 이후 소유권은 시에 귀속된다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8년째가 되던 지난해 2~5월 계약기간이 끝날 무렵 분쟁이 터졌다. 한강체인본부 측은 시의 요구로 편의점 활성화를 위해 자체 투자비용을 들여 키워놨는데 생계 대책도 없이 무조건 나가라 한다며 영업을 계속한 것이다.
 
시설 투자비를 회수하지 못했다는 것이 이들의 저항 이유였다. 당시 한강체인본부 측은 서울시의 요구에 따라 10억 원을 조달, 나머지 12억 원가량은 빚으로 점포 건물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강체인본부 측은 이후 보도블럭 조성, 홍수로 침수된 매장 재건립 등으로 약 16억 원의 비용이 더 소요돼 총 투자금이 48억 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계약기간 1회 연장을 요구하며 일반입찰 대신 현 운영자들과 협상을 통한 수의계약을 주장했다. 최고가 입찰이 시행되면 대기업에 유리하고 영세업자인 자신들에게 불리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미 업체 측이 2013년부터 손익분기점을 넘겨 억대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매점 중 현금 거래를 제외하고 카드 연매출만 15억 원이 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편의점 월 매출 1억 원 이상은 전국 가맹점 최상위권에 속한다. 이를 근거로 서울시는 업체 측이 자신들을 영세업자라고 하는 주장은 터무니없으며, 계약에 따라 운영자가 운영기간에 기대한 수익을 얻지 못했더라도 보전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맞섰다.
 
결국 시는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발생하는 제소 전 화해조서를 근거로 지난해 3월 법원에 강제집행을 신청했다. 이에 한강체인본부 측은 같은 해 5월 강제집행 금지 가처분신청을 내며 충돌했다. 6개월이 지난 11월 법원은 서울시의 손을 들어줬고 합의 정리를 거쳐 12월 인수인계가 이뤄졌다.

 
이촌 한강공원 내 폐쇄된 매점 시설물
  아직도 ‘방치’
‘市 늑장 대응’ 지적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공원 곳곳의 매점은 아직 수개월 째 흉물스런 모습으로 방치돼 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한강공원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지만 4개월째 폐쇄상태다. 시민들의 불만이 높아가는 데 서울시가 손을 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측은 이에 대해 안전성 보장, 계절적 특성, 의사결정 소요 시간 등의 이유를 들며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밝혔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측 관계자는 “(소유권) 이관 후 안전도 보장이 안 될 정도로 매점 주변 데크 등 사고 위험이 있었다”며 “시간에 쫓겨 가면서 부실공사를 하면 안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절기라 시민들의 불만도 적었다”며 “또 보수공사 예산, 설계, 예산 집행 과정 등 여러 가지로 시간이 소요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정훈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강동구1)은 충분히 예상된 일이었음에도 서울시가 늑장을 부렸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당시 사업자 측이 계약이 끝나도 법적 소송을 핑계로 명도(건물 등을 내어주는 일)를 하지 않을 걸로 예상됐다”며 “서울시가 미리 매점 정상화를 위한 준비를 해야 된다고 수차례 경고했는데 안일하게 대처했다”고 질타했다.
 
이 의원은 이로 인해 매점에 대한 ‘사업 공백’이 이어져 재정 손실을 가져왔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새 사업자 선정에 수개월 걸릴 것이 예상되는데 이는 결국 서울시 측으로 귀속돼야 할 세입이 못 들어오는 것”이라며 “관리·감독 부실로 최소 세입 10억 이상 날아갔다”고 밝혔다.
 
한강사업본부는 이르면 3월말 보수공사를 시작해 내달 초 신규사업자 공모를 진행할 계획이다. 늦어도 5월 말까지는 폐점 상태인 12곳의 매점을 오픈한다는 방침이다. 이 관계자는 “매점 물품 중 음료, 라면 등 음식물이 가장 필요하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간이형 임시 매점을 운영하려고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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