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민주당 경선이 3월27일 호남을 시작으로 전국 순회에 돌입했다. 박근혜 전대통령 탄핵과 세월호 인양 등이 겹치면서 어느 때보다 정권 교체 열망이 높은 상황이다. 민주당 경선이 곧 대통령 선거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만큼 당 경선에 임하는 문재인, 안희정 두 인사 간 경쟁도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무엇보다 ‘충청도 순둥이’라는 별명을 가진 안 후보가 문 후보에게 “질렸다”, “(문 후보로는)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고 발끈하고 나섰다. 민주당에서조차 “두 인사 간 돌아올 수 없는 루비콘 강을 건넜다”라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때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 캠프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대표적 친노 두 인사 간 골이 깊어진 사연을 알아봤다.

- 안희정, “문재인 타인을 질겁하게 만들어” 한탄
- 문재인, “네거티브 때문에 선한이미지 오점 남지않길”

<국회 사진공동촬영단>

친노 적자와 서자 경쟁을 벌였던 문재인 안희정 두 후보 간 설전이 뜨겁다. ‘경선 보이콧’얘기가 나올 정도로 험악하다. 두 인사 간 분란의 시작은 3월19일 경선 후보 TV토론회장에서다. 문 후보가 이 자리에서 “제1공수여단 여단장인 전두환 장군으로부터 표창을 받았다”라고 말해 논란을 자초했다. 이날 문 후보는 “우리끼리는 네거티브하지 말자”라고 언급했고 안 후보는 “문 전 대표를 돕는 분들이 네거티브를 하지 않나”라고 반박했다.

무엇보다 ‘전두환 표창 발언’이 호남에서 논란이 일자 안희정 캠프 박수현 대변인은 “문 후보는 토론회에서 특전사 시절 전두환 여단장에게 표창을 받았다고 자랑하듯 밝혔다”며 “그런 표창장은 버리는 게 맞다”라고 공격했다. 이어 박 대변인은 “과거의 일일지라도 결코 자랑스럽지 않고 자랑해서도 안 되는 일을 공공연하게 내세우는 일도 없었으면 한다”며 문 후보가 광주와 호남 시민들에게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문재인 캠프의 권혁기 부대변인은 “문 후보는 누구보다 국방의무를 성실히 수행했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이를 왜곡하는 행태가 참으로 한심스럽다”며 “사병으로서 군 생활을 잘해 부대장 표창받은 걸 문제삼는 우리 정치권의 낮은 수준을 개탄한다”라고 받아쳤다. 이어 권 대변인은 “아무리 경쟁을 한다지만 최소한의 금도가 있다. 침소봉대와 음해로 호남 정서를 왜곡할 경우 반드시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측 간 감정의 골이 커지자 안 후보는 박영선, 변재일, 박용진 의원 등 의원멘토단에 “아름답고 품격 있는 경선을 만들겠다. 네거티브로 흐르지 않도록 절제 있게 말하고 상대를 존중하자”고 몸을 낮췄다. 하지만 3월 21일 경선후보 토론회에서 재차 문 후보가 안 지사에게 “혹시라도 네거티브 속삭이는 분 있다면 정말로 멀리하거나 단속하셔야 한다”라고 네거티브 중단 요구를 하며 몰아붙였다.

安, “文, 이명박 박근혜 미워하면서 닮아가”

TV 토론회장에서 참고 있던 안 후보가 폭발한 것은 3월21일 문 후보의 글 때문이다. 문 후보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 지사를 겨냥해 “경선은 아무리 치열해도 동지는 동지”라며 “네거티브는 상대를 더럽히기 전에 자기를 더럽힌다”며 “동지들이 네거티브 때문에 되레 신선한 정치이미지에 오점이 남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경고했다.

안 후보를 겨냥한 문 후보의 거듭된 네거티브 공세 중단 요구에 안 후보는 3월22일 새벽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문재인 후보와 문 후보 진영의 비뚤어진 태도에 대해’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자신에게는 관대, 타인에게는 냉정, 자신들의 발언은 정책 비판, 타인의 비판은 네거티브인가”라며 포문을 열었다.

이어 안 후보는 “자신들이 비난당하는 것은 모두가 마타도어이며 부당한 네거티브라고 상대를 역공한다”며 “이번 전두환 장군 표창 발언도 문재인 후보가 실수한 것임에도 문제 제기를 한 사람들을 네거티브라고 상대를 몰아붙였다”고 서운감 감정을 드러냈다.

또한 안 후보는 “전두환 표창 발언 장면에 불쾌감, 황당함을 느낀 사람들이 있었음에도 아무 말도 안한 내게 책임을 전가시키고 비난한다”며 “이런 문재인 후보의 태도는 타인을 얼마나 질겁하게 만들고 정떨어지게 하는지 아는가. 사람들을 질리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면 성공했다”라고 냉소적인 반응도 보였다.

이어 그는 “그런 태도로는 집권 세력이 될 수 없고 정권교체도, 성공적인 국정운영도 불가능하다”며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미워하면서 결국 그 미움 속에서 자신들도 닮아버린 것 아닐까”라고 우려감을 표출하며 글을 마쳤다. 안 후보의 문 후보에 대한 작심 발언은 ‘서운함’과 ‘억울함’이 동시에 묻어 있다.

안 지사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두 달 너무 오랫동안 두드려 맞고 제 인생을 부정당해서 서운한 마음이 있었다”며 “크게 혼날 일도 아닌데, 소신 없고 무원칙한 사람으로 공격을 당했다”라고 섭섭함을 토로했다.

그동안 안 후보는 ‘선한의지’와 ‘대연정’발언으로 문 지지층으로부터 맹공을 당했다. 문 지지층에서는 “어떻게 적폐세력인 여당과 함께 연정을 할 수 있느냐”라고 분노를 표출했다. 이럴 때에도 꾹 참었던 안 지사가 ‘한마디’ 지적했다고 네거티브로 되받게 되자 폭발한 셈이다.

실제로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앙금’은 단지 경선 과정에서 쌓인 것이 아닌 2002년 대선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 후보는 변호사 노무현으로 활동하던 1980년대부터 인연이 시작돼 노 전 대통령의 ‘영원한 동지’이자 ‘부산 친노의 좌장’으로 참여정부 내내 승승장구했다. 반면 안 후보는 친노가 조직적으로 구축됐던 지난 2002년 친노 1세대로 이광재 전 강원지사와 함께 ‘금강팀’의 멤버였다.

하지만 안 후보는 참여정부 임기 초에 터진 불법대선자금 문제로 구속됐고 5년 내내 권력에서 소외당했다. 특히 안 후보가 구속될 당시 문 후보는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있으면서 참여정부 핵심으로 있었다. 안 후보 측근들 사이에서는 “문 후보가 안 후보를 감옥까지는 안가게 할 수 있는 자리에 있었으면서도 책임론을 내세워 수수방관했다”며 아직도 서운함 감정을 표출하고 있다.

안 후보뿐만 아니라 금강팀 핵심 멤버인 이강철 전 시민사회수석과, 염동연 전 의원도 검찰 조사를 받고 권력에서 소외돼 문 후보와 이호철 등 부산파에 금강팀이 파워게임에서 밀렸다는 분석도 나왔다. 특히 안 후보를 뒤에서 지지하고 있는 염 전 의원과 이 전 수석은 여전히 문 후보에 대한 섭섭함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재인 저격수’ 자청 박영선 ‘속사정은…

<국회 사진공동취재단>

한편 안 지사뿐만 아니라 안 캠프의 의원멘토단 단장을 맡고 있는 박영선 의원도 거들고 나섰다. 박 의원은 3월23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전두환 표창발언’관련 문 후보에 ‘쓴소리’를 던졌다. 박 의원은 “공수부대에서 상을 받았다, 내가 군인으로 열심히 했다 이렇게 얘기하는 거 하고 전두환 장군으로부터 표창장을 받았다라고 얘기를 하는 것이 똑같나?”며 “광주시민들 입장에서는 전두환이라는 세 글자지만 들어도 치가 떨린다고 이야기를 하는데...”라며 비판했다.

또한 안 지사의 대연정에 대해 문 후보가 반대하는 것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비판했다. 박 의원은 “탄핵 통과 때 국회의원 200석 필요하지 않았나? 그때 자유한국당에서도 탄핵에 찬성하는 의원들이 있었기 때문에 국민적 바람을 실천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5.18 광주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려고 해도 의석 200석이 필요하다. 이것은 대연정을 하지 않고는 현실화할 수 없다. 대연정에 반대하면서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싣겠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 의원 역시 안희정 캠프에서 ‘문재인 저격수’를 자청하고 있지만 과거 두 사람은 돈독한 사이였다. 문 후보는 2003년 참여정부 출범 직전 노무현 대통령에게 청와대 초대 대변인으로 당시 MBC 기자였던 박영선 의원을 추천했을 정도로 신뢰했다. 문 후보는 이후 박 의원을 만나 “개인적으로 박 의원의 팬”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할 정도였다. 박 의원 역시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 대선 기획위원, 상임본부장 등 요직을 맡으며 문 후보를 적극 도왔다.

특히 박 의원은 문 후보를 대신해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협상팀장을 맡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 하지만 지난 대선 이후 두 사람의 관계가 냉랭해지기 시작했다. 당 일각에서는 관계가 틀어진 원인 중의 하나로 ‘이상돈 영입 파동’을 거론한다. 박 의원이 민주당 원내대표 시절이던 2014년 9월, 이상돈 비대위원장 카드를 추진했다. 이에 친노 강경파들은 “박근혜를 도운 적장을 비대위원장을 앉힌다니 말이 되느냐”며 박 의원에  집단 린치(?)를 가했다.

최근 문재인 캠프가 ‘박근혜 경제 가정교사’로 유명한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을 영입한 것에 대해 쓴소리를 보낸 배경 역시 ‘이상돈 파동’의 앙금이 남아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박 의원은 3월1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재인 후보가 과연 뚜렷한 정치적 철학과 정책지향점이 있느냐”며 “지속적인 말 바꾸기가 계속되고 있는데 어제도 영입인사들 구성을 보면 경제적 지향점이 굉장히 혼돈스럽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박 의원이 안희정 캠프로 간 배경에는 차기 서울시장선거와도 관계 있다는 분석이다. 2011년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바 있는 박 의원은 내년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재도전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당내 주류 세력인 친문쪽에서는 당 대표를 맡고 있는 추미애 의원이 서울시장에 나설 경우 지지를 보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추 대표가 당대표 될 당시에도 친문계가 지지해 당선된 바 있다.

친문 측에서는 추 대표 뿐만 아니라 이번 경선 레이스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박원순 서울시장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박 시장은 최근 “(서울시장)3선 도전과 정치인의 길 중에 고민하고 있다”라고 출마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경선 통과가 1차 관문인데 문 후보가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이후 1년 만에 치러지는 지방선거 특성상 친문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당 후보 자체도 힘든 상황이다. 여기에 경선과정에서 문 후보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서울시장 도전설도 비주류 박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를 가로막고 있다.

친노 집안다툼, 유시민 安, 명계남 文 ‘공세’

한편 문 후보와 안 후보 간 갈등은 옛 친노 동지들로 번져 친노와 친문 간 다툼으로 비화되는 양상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정치적 비서실장’으로 알려진 유시민 작가는 23일 방송에 출연해 전두환 표창 논란 관련 “이런 난독도 보통 난독이 아니다”며 “글쓰는 사람으로서 ‘난독증들이 정치해도 되나?’ 싶다”고 안 후보와 안 캠프 사람들을 공격했다. 문 후보는 ‘열심히 군생활해서 표창장을 받았는데 당시 여단장인 전두환에게 표창 받았다’는 뜻인데 상대방은 ‘전두환한테 표창받은 걸 자랑하냐고 받아들였다’고 비판했다.

반면 안 후보 지지를 선언한 영화배우 명계남 씨는 같은 날 광주에서 “안희정 후보의 정치철학을 야합이라고 공격하는 부당함을 멈춰 달라. 그것은 불의”라고 문 후보 캠프를 겨냥해 공격했다. 명 씨는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동료배우 문성근 씨와 함께 노 전 대통령을 지지해 명성을 높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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