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매수해 부패 고기 유통, 전 세계적으로 망신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최근 브라질에서 대형 육가공업체들이 부패고기를 불법 유통시킨 사실이 발각되면서 전 세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외신에 따르면 브라질 육가공업체인 ‘JBS’와 ‘BRF’ 등이 공무원을 매수해 유통기한을 위조한 부패 고기를 유통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유통한 부패 고기 중에는 유통기한을 3년이나 넘긴 제품도 있었다. 또 부패한 고기의 냄새를 없애기 위해 사용이 금지된 발암 우려가 있는 화학물질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세계를 경악시켰다.

브라질 “문제된 업체들 한국으로 닭고기 수출한 적 없다’
정부…브라질 산 닭고기 현물검사 1%에서 15%로 강화 방침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부패 고기 불법 유통 사실이 알려지자 20일 브라질 현지에서 생산한 닭고기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하지만 21일 브라질 정부가 ‘문제가 된 업체들은 한국으로 닭고기를 수출한 적이 없다’고 밝혀와 잠정 유통판매중단 조치는 해제했다.

이에 앞서 주브라질 한국대사관은 브라질 농축산식품공급부가 20일 축산물 부정유통으로 문제가 된 조사 대상 21개 작업장의 육류 수출대상국 현황 발표 자료를 확인했다. 자료에 따르면 21개 작업장에서 닭발, 닭고기, 부산물, 칠면조 고기, 소고기, 꿀 등을 홍콩, 유럽연합, 사우디아라비아 등 30여 개 국가로 수출했는데 우리나라는 수출 대상국에 포함되지 않았다.

불법 유통된 부패 고기가 국내로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BRF가 우리나라로 수출한 닭고기 제품에 대한 잠정 유통판매 중단조치는 해제됐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브라질 산 닭고기에 대한 수입검사 강화 및 국내 유통 중인 브라질 산 닭고기에 대한 수거검사는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기존 브라질 산 닭고기에 대한 현물검사는 1%였던 것을 15%로 강화했고 브라질 수출작업장 현지조사도 당초 계획된 8월보다 앞당겨 추진할 계획이다.
 
국내 수입 닭 절반
브라질 산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브라질 산 닭고기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특히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논란에 이어 부패 고기 파문이 일자 대형마트를 비롯해 치킨 전문점 등은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국내에 수입된 닭고기는 10만7399톤이다. 이중 82.8%인 8만8895톤이 브라질 산이다. 문제가 된 BRF에서 들여온 물량은 절반가량(47.7%)인 4만2500톤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양의 닭고기가 브라질에서 들어오는 만큼 정부의 검사가 강화된다고 해도 당분간 판매량 감소는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민들의 브라질 닭에 대한 인식이 ‘부패 고기’를 넘어 질 낮은 ‘저가’라고 인식되고 있는 만큼 반전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형마트·편의점 판매중단
매출도 뚝 떨어져

 
정부가 브라질 산 닭의 유통판매 중단조치를 해제했지만 정작 소비자들이 부정적인 인식을 거두지 않자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은 21일 브라질 닭으로 만든 제품의 판매를 중단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확인 결과 문제가 된 BRF 제품은 취급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브라질 산 닭고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를 감안해 오늘부터 매대에서 철수했다”라고 밝혔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는 정부의 판매금지 조치가 내려진 전날부터 전 점포에서 브라질 산 닭고기를 매대에서 뺐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매장에서 취급하는 브라질 산 닭고기 중 BRF 제품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소비자 우려를 감안해 선제적 조치를 내렸다”라고 밝혔다.

편의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대형마트와 달리 편의점은 브라질 산 닭고기를 사용한 도시락 제품이 다수 있었다. 이에 해당 업체들은 소비자들의 불안을 감안, 즉시 생산·발주를 중단하는 등의 조치에 들어갔다.

세븐일레븐에는 도시락 중 인기 상위제품 ‘혜리 깐풍기&소시지 도시락’ 속 ‘순살치킨스페셜’과 ‘사천&숯불치킨도시락’ 속 ‘참숯불닭다리살’이 브라질산 닭고기로 만들어졌다. ‘혜리의 허니숯불치킨’은 태국산, ‘함박&치킨까스 도시락’의 ‘가슴살치킨패티’는 국내산 닭이었다. 또 세븐일레븐 매장에서 직접 튀기는 ‘치킨류’는 제품에 따라 덴마크 산 닭과 국내 산 닭이 혼용돼 쓰였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확인 결과 문제의 소지가 있어 해당 2종에 대해 소비자 안전을 위해 ‘위해 상품 차단 시스템’에 등록해 가동했고 점포 판매 중지는 물론, 생산·발주 중단까지 진행했다”라면서 “현장부서와 점포에도 이 같은 사실을 조속히 알렸다”고 밝혔다.

GS25는 국내산 닭과 브라질 수입닭을 혼용해서 사용했다. 인기 도시락·안주류 ‘홍석천 치킨도시락’ ‘닭다리살 치킨버거’ ‘위대한 닭강정’ ‘매콤달콤 치킨강정’ 등에는 브라질 산 닭을 사용했다. 다만 ‘별미밥상 닭가슴살 도시락’과 ‘훈제 닭가슴살 샐러드’ ‘치즈콘닭’에는 국내산 닭이 사용됐다.

GS25관계자는 “정부의 안전하다는 발표에도 소비자들의 우려가 여전한 것을 감안해 브라질 닭을 사용한 제품에 대해 발주 중단 조치를 내렸다”면서 “수입산 닭을 사용한 제품들에 대한 검토를 거쳐 국내산 닭으로 대체하는 작업을 향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서는 닭고기 관련 제품의 매출이 뚝 떨어졌다.
 
세계적인 양계 산업국
이미지 실추

 
대형 치킨 업체들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호식이두마리치킨은 이번 문제의 닭고기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최근 발표한 데 이어 신메뉴 출시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100% 국내산 닭으로 만든 제품임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면서 “안전한 먹을거리 제공을 위해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천명했다.

KFC, 롯데리아, 맘스터치 등도 자사가 사용중인 닭고기는 문제가 된 브라질의 BRF 제품이 아닌 타사 제품이라고 밝히며 해당 메뉴의 판매 중단 계획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세계적인 양계 산업국인 브라질은 이번 파문으로 인해 국가적으로 큰 손실을 입을 전망이다. 브라질은 전 세계에서 닭고기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다. 그동안 국가적으로 양계 R&D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며 국가산업으로 관리해 왔다. 하지만 이번 부패고기 파문으로 인해 실추된 이미지는 당분간 회복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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