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아닌데 어쩔 수 없는…’ 부도나면 59조 국가적 손실

<홍보팀>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정부는 지난 23일 대우조선해양에 신규자금 2조9000억 원 투입을 결정했다.

2015년 4조2000억 원 지원을 결정한 지 1년 5개월 만에 또 추가 지원에 나선 것이다. 당장 다음 달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상환하지 못할 정도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회사를 살리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장밋빛 전망과 주먹구구식 지원을 되풀이하면서 대우조선해양을 ‘밑빠진 독’으로 만들고, 위험이 커지는 걸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의 앞날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부 혈세 낭비 여론보다 ‘경제 파급효과’ 우선 고려 
‘급한 불만 끈 셈’…돈 쏟아 붓는다고 살아날까?

추가 지원은 없다고 강조하던 정부가 말을 바꾼 건 대우조선해양의 자금이 동나면서 당장 다음달부터 빚을 갚기 어려워지면서다.

대우조선해양은 내년 4월까지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1조 3500억 원에다 매달 운영자금이 6000억∼7000억 원이 필요하지만 지난해 수주목표액의 15%밖에 수주하지 못하고, 소난골 발주 시추선 등 미인도 선박까지 생기면서 최근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국민 혈세를 낭비하지 않겠다고 한결같이 얘기하면서 이번에 지원한 건 앞뒤가 맞지 않다. 그런 점에서 괴로움이 컸지만 현재 대우조선이 가동을 멈추면 59조 원의 국가적 손실이 난다”면서 “수주 잔량이 114척으로 여기에 투입된 자금만 32조 원이다. 2년 정도 지원해 굴러가게 하면 27조 원의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다. 힘든 결정이었다”라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도 대우조선이 부도가 날 경우 이미 건조 중인 110여 척의 계약 취소와 근로자 5만 명 실직, 협력업체 도산 등으로 국가 경제적 비용 손실이 59조 원에 달해 지원의 불가피성을 들고 있다.

회사채 시장에선 이미 ‘부도’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답답하다. 대우조선에 “돈이 더 들어갈 일 없다”라고 장담한 지 1년 반도 안 돼 또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것에 대한 의구심이다. 또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대우조선 비리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만연하다.

지난해 검찰과 경찰의 수사로 밝혀진 것으로는 말단 대리에서 사장에 이르기까지 납품업체 등을 상대로 뇌물을 주고받거나 거액의 회사 돈을 빼돌려 호화로운 이중생활을 누렸고, 일부 경영진은 7조 원에 이르는 분식회계로 있지도 않은 매출 이익을 거짓으로 부풀려 성과급잔치를 벌였다.

이를 감시해야 할 산업은행장은 오히려 대우조선해양 사장들에게 취업 알선과 지인 회사에 대한 투자 청탁을 한 것으로 드러나 ‘비리백화점’ 오명을 씌웠다.

채권 시장도 여전히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다. 시장 불안감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란 평가가 쏟아진다. 지원안 발표 후 대우조선 회사채의 수익률은 폭등했다. 수익률이 폭등했다는 것은 채권 가격이 폭락했다는 의미다.

발표 시기에 대한 지적도 이어진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발표 하루 뒤인 24일 “전 국민의 관심이 세월호 인양에 쏠린 틈을 타 기습 발표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그동안 우리 당이 10차례 이상 이 문제에 대한 대책을 밝히라고 했을 때는 반응도 않다가, 이렇게 기습적으로 발표한 저의가 무엇이냐”며 “대책이라는 것도 자세히 보면, ‘문을 닫게 할 순 없지 않느냐’는 문제의식 말고는, 재발방지 등 근본적인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한 숨을 돌린 곳도 있다. 대우조선 임직원과 협력사, 채권은행 들이다.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은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은 은행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예상보다 손실이 적고 중장기적으로 불확실성이 제거된 점이 은행주에 우호적이라는 판단이다.

회생 발판 마련 지역경제 회복 기대

강혜승 미래에셋 대우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 관련 은행의 신규자금 지원 가능성과 충당금 부담 우려가, 잠재 리스크 요인으로 상존해왔다”며 “충당금 적립률을 70-80%까지 높인다면 분기 실적에는 당장 부담일 수 있지만, 향후에는 충당금 등 손실 인식이 제한적일 것이기 때문에, 중장기 관점으로는 불확실성이 축소되어 긍정적이다”라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은행업종에 대해 ‘비중 확대’ 의견을 유지하며, 최고 종목인 신한지주와 DGB금융은 타 은행 대비 대우조선해양 관련 손실이 제한적이라고 강조했다. 우려했던 것보다 손실이 적어 은행주에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구조조정 방안은 전반적으로 시중은행들에게 불확실성 제거 차원에서 긍정적인 조치”라며 “우려와 달리 시중은행들의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신규 자금 지원이 없고, 당초 처리 방안 중 한 가지로 언급됐던 ‘P 플랜’(60~70% 충당금 적립)이 아닌 자율협약 선에서 구조조정 방안이 마련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거제지역 협력업체 직원과 시분들도 환영의 박수를 보냈다. 침제된 지역경제가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으로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원경희 거제상공회의소 회장은 “정부의 결단에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우조선해양은 인원 감축, 비핵심자산 매각, 과잉설비 매각 등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고 신속한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이 때문에 대우조선해양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혈세투입이 된다면 그때는 국민들의 동정심이 비난여론으로 확전 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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