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과 분식 ‘미묘한 신경전’…현재는

BBQ… 구슬김밥, 올떡볶이, 우쿠야 등 요식업 출격
 
김가네… 방앗간치킨, 비스트로 루시 등 치킨 시장 나서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치킨강자’ BBQ와 ‘분식지존’ 김가네가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전혀 다른 분야의 신 영토 개척을 위해 힘쓰고 있는 것. 이는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과 김용만 김가네 회장이 2000년대 중반에 시작된 악연으로 인한 마찰로 알려진다. 당시 윤 회장의 프랜차이즈협회(現 프랜차이즈산업협회) 회장직 ‘연임’건으로 시작된 갈등은 윤 회장의 협회 탈퇴로 이어졌다. 김 회장의 회장직 무효소송 배경에 윤 회장이 있다는 소문이 돌며 두 사람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특히 프랜차이즈 업계에선 현재도 두 회장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김가네는 분식사업 확장이 아닌 치킨브랜드 론칭을 통해 치킨업계 선두인 BBQ를 위협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BBQ 역시 구슬김밥, 올떡볶이, 우쿠야 사업 등 분식 브랜드 론칭과 가맹점 확장을 통해 분식 업계 선두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 다지기에 나섰다. 일요서울은 두 회장을 둘러싼 ‘신경전’의 실체를 살펴봤다.
 
제너시스BBQ와 김가네의 경쟁 구도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프랜차이즈업계 한 관계자는 “윤홍근 회장과 김용만 회장의 신경전은 이미 업계에서 유명한 이야기”라며 운을 뗐다. 그는 두 회장의 신경전이 단순 감정싸움에서 확대돼 각각 업계 선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공격적 행보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윤 회장과 김 회장의 관계 악화 원인은 예전부터 업계에선 유명한 일화다. 윤 회장은 지난 2005년까지 1·2대 프랜차이즈협회 회장직을 역임한 바 있다. 당시 윤 회장은 협회 측에 ‘장기 집권’ 의지를 피력했지만 일부 프랜차이즈협회 회원사들의 반대에 부딪히며 무산됐다. 이후 윤 회장은 프랜차이즈협회 회장직을 퇴임했지만 김 회장을 포함한 후임 회장들과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윤 회장이 한국외식산업협회를 별도로 신설하고 프랜차이즈산업협회 활동에 모습을 비치지 않았다. 업계 대부 격인 BBQ의 탈퇴로 대형 업체들의 프랜차이즈산업박람회 참여는 더욱 줄었고 따라서 프랜차이즈협회는 타격이 불가피했다.
 
이로 인해 협회 회원사들과 전·현직 회장들은 불협화음을 내기 시작했다. 윤 회장이 2013년 ‘제30회 프랜차이즈산업박람회’에 제너시스BBQ 및 자사 브랜드를 참여시키지 않으면서 김 회장과의 관계악화설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현재도 프랜차이즈산업박람회에서의 제너시스BBQ 참석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4대 회장 선출 때 윤 회장이 대리후보를 내세워 김용만 회장의 선출을 방해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김 회장은 2008년 4대 회장으로 당선됐으나 경선 상대였던 조병대 후보의 선거무효 소송 등으로 1년여 간 송사에 휘말렸다. 2009년 재선거를 실시해 다시 회장으로 재선출되는 등의 수모를 겪은 바 있다. 당시 조병대 후보를 윤 회장이 뒤에서 지원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양측의 관계는 악화됐다.
 
선두 경쟁 역부족
 
김가네와 제너시스BBQ는 성공을 거둔 주 종목이 아닌 타 종목에 도전하며 서로의 영토에 발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선두 자리를 두고 싸우기에는 두 업체 모두 역부족으로 보인다.
 
김가네는 지난해 기준 매장 450개, 연매출 350억 원(가맹점 포함 1850억 원) 규모의 업계 1위 김밥전문브랜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 2011년 다년간의 프랜차이즈 노하우가 집대성돼 단순 기존 치킨 브랜드 업그레이드 형태가 아닌, 치킨 전문 요리를 통한 비스트로(Bistro, 유럽풍의 작은 레스토랑, 캐주얼 펍)를 표방한 ‘루시’를 론칭했다. 그러나 루시는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김가네는 루시의 실패를 발판 삼아 지난 2014년 8월 론칭한 치킨 브랜드 ‘치킨방앗간’을 성북구 길음동 직영 1호점을 통해 공개했다. 이후 지속적인 가맹사업을 전개하며 2호점 3호점 등 차례대로 개업하며 순항하는 듯 했다. 그러나 이미 자리 잡은 치킨 프랜차이즈와의 선두 경쟁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실정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지난 2015년 제너시스 BBQ의 매출액은 2158억 원으로 2014년 1912억 원과 비교해 246억 원(12.8%)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38억 원이며 당기순이익은 75억 원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사업에서는 승승장구 중인 윤 회장 역시 분식 프랜차이즈 사업에서 실패를 거둔 바 있다. 그는 프랜차이즈협회장을 퇴임하던 해인 지난 2005년 ‘BBQ 구슬김밥’ 1호점 오픈했다. BBQ 구슬김밥은 탁구공만 한 크기의 김밥 24종을 샐러드, 음료수 등과 곁들여 골라 먹는 김밥 전문점으로 오픈 당시 큰 반향을 일으키며 순항하는 듯 했다. 하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윤홍근 회장은 ‘우쿠야’ ‘올떡볶이’ 등 그룹 내 다른 외식 사업도 업계 대표 브랜드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선두 경쟁에 뛰어들기 위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윤 회장은 지난 2007년 이재훈 씨를 제너시스 그룹의 최연소 사장으로 발탁했다. 앞서 이재훈 씨는 ‘스시 990’이라는 테이크아웃 초밥전문점을 오픈해 프랜차이즈 사업 1년 만에 가맹점 100개를 만들고 매출 100억 원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한 바 있다.
 
당시 그는 4개 브랜드를 맡고 사업 부문에서 2년반 동안 일하며 ‘올리브떡볶이’를 통해 한식의 세계화에 앞장섰다. 다만 김가네와 마찬가지로 제너시스BBQ 역시 타 분식 브랜드와의 선두 경쟁에 뛰어들기에는 현재 역부족으로 보인다.
 
기본적인 관계 유지
 
일요서울은 이런 신경전을 두고 여러 설들이 오가는 것에 대해 BBQ 측과 김가네 측은 어떤 입장일까.
 
BBQ 관계자는 “두 회장님은 아마추어도 아니고 부딪칠 일이 없다. 두 사람의 사이가 나쁘다고 비방하고,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김용만 회장 상 당했을 때 (윤 회장이) 상가도 갔다”며 “예전에는 안 좋았을지 몰라도 기본적인 관계는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올떡볶이와 우쿠야 등 론칭한 지 오래 됐는데, 그렇게 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김가네가 치킨 사업을 해도 상관없다”라고 설명했다. 김가네 측에도 해당 내용에 대해 문의했지만 답은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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