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장기간 저금리 기조아래 국채 투자금 과다
주가와 금리 사이 변화 계속 예의 주시 필요

 
미국이 금융위기 이후 장장 7년간의 제로금리 시대를 마감하고 처음으로 금리를 올린 것은 지난 2015년 연말이었다.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이하 연준)는 지난 한 해 동안 모두 4차례 정도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하지만 연준의 이러한 전망은 연중 계속 하향 수정됐고 결국 2016년 연준은 연말에 단 한 차례 금리를 올리면서 바통을 올해로 넘겼다. 그리고 바로 지난 3월 중순 트럼프 정부 들어 첫 번째 금리 인상의 시위가 당겨졌다.
 
미국뿐만 아니라 각국 중앙은행들이 최근 채택하고 있는 통화정책의 기본적인 자세는 ‘예측 가능하고 실물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시장과 소통하는 금리정책’이다. 이러한 경제와 금융시장을 배려하는 온건한 통화정책이 가능했던 것은 바로 제한된 임금상승과 더딘 물가상승 덕택이었다.
 
다시금 강조하지만 세계 각 국의 통화당국은 ‘금리라는 물건’을 조심스럽게 다뤄 왔다. 특히 최근 미국 연준이 내 놓은 핵심 메시지는 ‘신중한 태도를 견지한다’는 쪽에 치중돼 있었다.
 
그들은 금리를 올릴 때마다 ‘점진적인 속도’를 힘줘 강조했고 금융시장 전체를 망가뜨리지 않으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로써 우리는 통화 당국자들이 금융시장이나 증시를 놀라게 만들 의도가 전혀 없음을 익히 잘 알고 있다.
 
올 들어 미국의 첫 금리인상도 마찬가지 분위기였다. 3월 15일 미 연준은 금리를 0.25% 포인트 올리면서 유가의 물가에 대한 영향이 아직 약함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준은 앞으로 금리정책이 경기회복을 계속 지원할 것임을 분명히 약속했다.
 
증시는 이러한 친절한 중앙은행에 적극 화답했고 3월 금리인상 이후에도 세계 증시는 계속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온정과 배려가 넘치는 친절한 통화정책은 앞으로도 계속 가능할까? 당장이야 큰 변화가 없겠지만 올해가 바로 그 어떤 변화의 시작이라 볼 필요는 있다. 즉 돈줄을 관리하는 정책당국자 입장에서 올해부터는 물가와 싸움을 벌여야 하고 경기와 정면 승부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미국 금리인상은 지난해까지의 두 차례 인상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면을 갖고 있다. 2015년 12월과 2016년 연말 연준은 1년에 단 한 번, 그야말로 ‘띄엄띄엄’ 금리를 올렸다. 금리인상 시차가 커서 강력한 긴축 행보라기보다는 서서히 긴축의 시동을 거는 방향 전환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조금 다르다. 10년 전 가을부터 시작된 기나긴 금리인하와 이후 사상 유례없는 제로금리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는 해가 올해이기 때문이다.
 
금리는 실물경기가 좋아질 때 올리는 것이니 기준금리를 올리고 돈줄을 죄는 것은 주식시장에 원래 나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 주식시장이 금리인상과 시장금리의 오름세를 껄끄러워 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낮은 금리 아래서 주가가 너무 많이 올라와 있다는 점이다.
 
장기간 저금리 기조 아래서 장기국채에 베팅해 놓은 돈들도 너무 많아 금리가 오를 때 전체 금융시장에 대한 부담은 크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하는 제반 정책들은 물가나 금리를 부추길 수 있는 성격을 품고 있다.
 
금리가 본격 오를 만한 상황에서 이처럼 세계 금리의 중심 역할을 하는 미국 금리가 심상치 않게 튄다면 세계 각 국 경제는 물론 증시에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처럼 금리인상이 세계 주식에 큰 부담을 주지 않으려면 우선은 금리인상 속도가 빠르지 않아야 한다. 동시에 경기가 안정된 추세를 계속 이어가 줘야 한다. 하지만 이 두 조건은 서로 사이 좋게 함께 가기에는 다소 모순된 조합이다.
 
이제 5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코스피와 2009년 바닥에 비해 무려 2~3배나 오른 미국 증시는 이러한 금리 상승 기조 아래에서 실물경기를 등에 업고 계속 순항할 수 있을까? 특히 미국 증시의 경우 기업이익에 비해 주가가 비싸져 있어 여기서 금리와 주가가 함께 오르려면 정말 경기의 질이 좋아져야 한다.
 
즉 시장금리가 너무 빨리 튀어 오르지 않으면서 세계 경기의 신뢰감이 높아지는 까다롭고 정밀한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반도체 중심의 제조업 경기도 좀 더 위로 뻗어 줘야 한다.
 
그래야 세계 증시 안에서 상대적으로 적게 오르고 가격도 싼 한국 같은 시장으로 자본이 좀 더 강하게 들어 올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반대로 이자율이 너무 빨리 튀거나 경기회복의 신뢰도가 약해지고 정부정책의 불확실성이 높아진다면 주가는 일정 폭 되돌림 현상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제 정리를 해보자. 물가상승이 제어된 현재의 금융환경은 곧 기준금리를 서둘러 올릴 이유 또한 약함을 뜻한다. 하지만 연준은 일단 그런 정도의 환경이 올해 3차례 금리인상과 부합된다고 봤다.
 
그러니 만약 경기와 임금이 더 빨리 오른다면 올해 3번 이상의 금리인상도 가능하다는 뜻이 깔려 있다. 이게 바로 채권시장의 불안 요인이다. 금리인상의 최소 마지노선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데 그 위쪽은 열려 있으니 금리상승 압력이 높다는 것이다.
 
반대로 인플레가 계속 약하다면 어떻게 될까? 여기에는 양면성이 있다. 이는 증시가 계속 유동성 파티를 이어가는 힘이 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주가상승의 근거를 꺾는 요인이기도 하다. 그만큼 경제가 저혈압 상태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증시는 야성과 투기적 본성에 의해, 그리고 돈의 힘(저금리)에 의존해 좀 더 오를 수 있다. 거품도 시장의 한 부분이기에 주식시장이 잘못됐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다만 주가와 금리가 지금 상황에서 계속 반대 방향으로 더 벌어질 경우, 언젠가는 이 두 가격변수가 간격을 좁혀서 서로 수렴할 것이란 점을 염두에 둬야 할 때다.
 
이 때 만약 시장금리가 너무 갑자기 튄다면 채권시장 발 충격(bond sock)이 되는 셈이다. 반대로 주가가 떨어지면 자연스러운 숨 고르기나 덜커덩거리는 주가조정이 될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의 증시의 관전 포인트는 이렇다. 물가상승(경기확장)이 계속 미미할 경우에는 너무 달려온 주가가 부담이 될 것이고, 반대로 인플레가 너무 빨리 금리에 전가되는 경우에는 금융시장의 위험이 커지고 실물경기가 금리 때문에 조정을 받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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