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애국자들 모여 있는 전진기지다”

탄기국 '애국텐트'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서울 시청 앞 광장에 설치된 ‘애국텐트’를 둘러싸고 서울시와 보수단체 간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지난 1월 21일 서울 광장에 캠핑용 일반텐트와 대형텐트 등을 설치했다. 기존 24개동이던 텐트가 현재는 40여개동으로 늘어났다. 또 연평해전, 천안함에서 조국을 위해 산화한 용사들과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며 투신 사망한 A씨를 기리기 위한 분향소까지 설치해 놓은 상태다. 서울시는 이들을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집시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으나 탄기국 측도 박원순 서울시장을 맞고발한 상태다. 양측이 팽팽히 대립하는 가운데 지난 22일 세월호 인양이 시작됐다. 그러자 또다시 텐트 철거 문제가 고개를 들고 있다.

세월호 측 “진실 밝혀지지 않는 이상 인양과 상관없이 농성 지속될 것”
탄기국 측 “세월호 텐트 순수함 사라져,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돼”


서울시는 ‘애국텐트’와 관련해 당초 대통령 탄핵 선고일을 마지노선으로 삼고 탄기국 간의 조용한 싸움을 지속해 왔다.

서울시는 지난 3일 오전 정례 브리핑을 열어 “서울광장은 원래 여러 단체들이 행사 등을 하는 곳인데 애국텐트 때문에 다른 시민들이 쓰지 못하고 있다. 애국텐트 측에 대집행 계고나 철서 사전절차도 이행했지만 현재로는 자진 철거하는 것을 방침으로 한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불법상태가 계속된다면 별도의 조치를 취하겠다. 강제철거도 검토할 예정이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1월 31일 발표한 브리핑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처음으로 강제 철거 검토를 밝혀 일각에서는 싸움만 커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지난 1월 31일 강태웅 서울시 대변인은 오전 정례 브리핑을 통해 “행정국이 (분향소 설치를) 막았는데 위패만 텐트 안에 설치한 상태다. 그 문제뿐 아니라 (텐트로 인한 시청 앞 광장) 점유가 신고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된 것”이라며 “자친철거를 주최 측에 요구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탄기국 측은 강제 철거에 대해 크게 동요하지 않는 듯 했다.
 
“세월호 아이들
정치적 이용 마라”

 
애국텐트 내 탄기국 관계자 B씨는 “우선 최근 광화문 쪽에서 블랙텐트를 철거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우리는 세월호 텐트까지 먼저 철거한다면 자진 철거할 것이다. 민주시민으로서 나가지 말라고 해도 나갈 것이다. 깨끗하게 청소까지 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인양으로 인해) 철거가 예상되지만 4월 16일까지 텐트 농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날이 세월호 사건 발생 당일이기 때문”이라며 “세월호 텐트는 이제 민주당이나 야당에서 이용할 가치가 떨어졌다. 사실상 ‘용도 폐기’다. 세월호 사건은 아들, 딸뻘 되는 우리의 자식들이 놀러갔다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사건이지 않느냐. 하지만 현재 순수함이 사라지고 종북·빨갱이·민노총·통진당 세력들이 혼탕을 해 ‘시체놀이’ 장사를 하고 있지 않은가”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세월호 사건 당시) 나부터도 슬퍼하고 분노했다. 하지만 이제는 지겹고 동정심마저 사라졌다. 세월호 사건에 대한 이미지는 이미 변질 됐다”고 전했다.

그 이유에 대해 “세월호 사건에서 희생된 학생들의 일부 부모 때문이다. 대부분은 자식을 잃고 오열하는 착한 부모들”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세월호 사건 당시 얼마나 안타까웠는지···우리 착한 아이들(세월호 희생 학생)을 가지고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세월호가 지겹다. 세월호 사건과 희생된 아이들의 본질이 아닌 이것을 이용하려는 세력들이 지겹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현재 우리는 서울시와 맞고발 상황에 놓여 있다. 향후 광화문에 진을 치고 있는 세월호 텐트만 철거한다면 우리 스스로가 철거할 각오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서울 도심 한복판을 무단 점령해서 뭘 하겠느냐”라고 되물었다. 마지막으로 B씨는 “대한민국을 위해 태극기 부대가 모인 것이다. 여기는(애국텐트) 대한민국을 생각하며 애국자들이 모여 있는 전진기지다. 세월호 텐트처럼 정치 등 이러한 논리는 관계가 없다”고 전했다.
 
'세월호 텐트'
  ‘사용허가’ 발생여부 달라
서울市 세월호 텐트에 벌금 부과


지난 20일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과 새로운 시민정부 구성을 위해 문화예술인, 해고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등이 함께 연대한 ‘광화문캠핑촌’은 캠핑촌 해단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지난 1월 10일 블랙리스트와 예술 검열 등을 항의하며 세월호 텐트가 위치한 광화문 광장 한복판에 텐트를 치고 농성을 이어왔다. 결국 1차적 목표를 달성했다며 해체 선언을 하고 철거했지만 세월호 텐트는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의 지인인 C씨는 “세월호 인양으로 인해 약간의 문제점이 해소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세월호 텐트 측이 바라는 것은 진실이다. 그 진실은 도대체 3년가량의 시간이 지날 동안 국가는 무엇을 묵인하고 무엇을 위함이냐”라며 “탄핵 시기가 겹치고 여러 가지 국가적 사건이 일어나 (정치적 항의 등이 집회와) 동일한 것처럼 보이지만 세월호 측은 언제나 희생된 학생들을 위함이었고 과거와 입장이 변하지 않았다. 아마도 진실이 밝혀지지 않는 이상 인양과는 관계없이 농성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 된다”라고 밝혔다.

사실상 광화문 광장 세월호 텐트와 서울 광장 애국텐트가 다른 점은 ‘사용허가’의 발생 여부다.

시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세월호 텐트가 있는 광화문 광장 남측은 시민들이 다니는 통로일 뿐 사용허가가 필요한 곳이 아니다”라며 “시민들에게 불편할 수 있지만 시와의 갈등을 별로 없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시는 불법·무단으로 점유하는 세월호 텐트에 관련해서만 32㎡에 대해 1년 기준 430만 원 정도의 변상금을 부과하는 식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서울 광장 애국텐트가 있는 곳은 사용허가를 받아야 하는 지역이다. 애국텐트는 서울 광장 1만3207㎡ 중 일부인 1451㎡를 불법·무단 점거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곳은 사용 신고를 한 시민 및 단체가 사용할 수 있는 곳이라 논란이 더욱 거세다.

이 때문에 시는 서울 광장에서 있을 각종 행사들을 두고 걱정이 크다. ‘애국텐트’가 지속되는 한 시민들이 서울광장을 제대로 이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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