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술집 ‘인천항 사람들’ 발간

[일요서울 | 인천 이석규 기자] 인천광역시 시립박물관이 인천항을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구술집 ‘인천항 사람들’을 발간했다.

인천항 사람들은 그동안 인천의 독특한 생활사의 다면적인 모습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해 왔던 시립박물관의 28번째 성과물이다. 시립박물관은 그동안 인천 중앙시장, 관영주택과 사택, 인천의 동제 등 다양한 방면에서 성과를 내 왔다.

우리가 사는 인천이라는 도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땅속에 묻혀 있는 고대 유물에서부터 희미해져가는 농어촌의 풍습과 낡은 근대 건축물, 그 속에서 삶을 영위해온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인천이 담고 있는 다양한 흔적들을 조사하고 연구해야 한다.

그 가운데 시립박물관이 인천항을 주목하게 된 것은 항구가 인천의 형성과 변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간과해 왔다는 데 있다. 흔히 인천을 항구도시라 말하지만 인천이 어떤 곳 인지, 어떻게 변화하여 왔는지, 어떤 유형의 삶이 그에 얽혀 있었는지 살펴본 적은 많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구술집은 인천항의 겉모습뿐만 아니라 신문과 책에서는 볼 수 없었던 항구와 더불어 산 사람들의 집단기억까지 담고 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은 세월이 흘러 옛 항구의 모습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구술에 참여한 박물관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로 제2독(dock) 건설 이전의 인천항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한다.

인터뷰는 30~40여 년간 인천항에서 직종별로 오랫동안 잔뼈가 굵은 13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수천 수만 톤의 선박을 부두에 고정하는 줄잡이 송영일 소장, 부두 위에서 컨테이너를 싣고 내리는 크레인 기사 김갑태 반장, 선박이 갑문을 통과하여 내항에 정박할 때 까지 길을 안내하고 통제하는 갑문 관제사 김한기 씨 등 항구의 기본적인 기능인 배의 출입과 화물의 운반과 관련된 분야에 종사해온 분들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도선사로 항구를 출입하는 배에 탑승하여 안전한 길로 안내하던 유항렬의 이야기를 아들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들어 보기도 했다.

여기서 우리는 몇 가지 흥미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우선 인천항 사람들은 인천이 고향인 이들도 있지만 타지 출신이 많다는 것이다. 인천에 잠시 머물다가, 혹은 일자리를 찾아 인천으로 왔다가 부두 일을 시작한 사람이 많았다. 개항 이후부터 경향 각지에서 모여 들었던 인천의 도시 특성과 부합된다. 그리고 구술자들의 기억 속 인천항의 모습은 한국의 경제와 사회 변화를 잘 반영하고 있다. 1974년 제2독 건설 이후부터 90년대 전반까지 인천항의 물동량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이들의 삶도 윤택해 졌고, 때로는 한 달 월급으로 작고 낡은 집 한 채를 살 수 있었던 시절도 있었다고도 한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있다. 90년대 말 IMF 경제위기 당시 경기침체로 인천항의 물동량도 감소되었을 것이라는 보통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오히려 처리 물량이 많았다고 한다. 국내의 공장들이 도산하면서 기계들을 헐값에 수출했기 때문이라는 씁쓸한 이유였다.

조우성 박물관장은 “이번 조사는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인천항의 모습을 일부 나마 구체적으로 알 수 있고, 또 후손에게 전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라며, “더 늦기 전에 항만 종사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점과 그들의 집단기억을 되살려 내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천항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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