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30여 년간 고전과 현대물을 아우르는 공연을 주관해온 산울림 소극장에서 임영웅 연출, 임수현 예술감독의 <고도를 기다리며>가 오는 4월 7일부터 5월 7일까지 한 달간 공연된다.

1969년 12월 우리나라에서 초연  무대를 개막한 <고도를 기다리며>는 <몰로이>, <말론 죽다>, <이름 붙일 수 없는 것> 등의 소설을 발표해 온 실험적인 작가 사뮈엘 베게트의 작품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초연된 1969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 되면서 그의 명성은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1953년 파리에서 초연 이후 300회 이상의 장기공연과 50여 개국의 나라에서 번역되어 연극계에 신선한 충격을 가져온 혁신적인 작품으로 인식되어 왔다. 더블린, 아비뇽, 폴란드, 일본 등의 해외에서도 수많은 초청 공연과 함께 관객의 호평을 이끌어낸 바 있는 작품으로 ‘고도를 기다리며’는 1969년 초연 이후 해마다 성장하는 무대를 연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소극장 산울림의 개관일자에 맞추어 매년 봄에 공연되는 대표작으로 연출단의 47년간 쌓인 농익은 경험으로 한층 더 강화된 완성도를 갖춰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배우들의 의상과 소품, 임영웅 연출가의 연출 노트, 포토 존, 포스터 등 공연의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기록들이 전시될 예정이다. 전시는 4월 12일부터 23일까지 월요일을 제외한 기간에 관람이 가능하다.

영국의 연극 평론가이자 연극학자 마틴 에슬린은 이 공연을 ‘부조리 연극’이라고 칭했다. 또 “반연극이라는 새로운 연극 운동의 방향을 제시했다”고 밝히며 “나는 임영웅 씨의 아름다운 연극에 감사한다. 이 아름다운 연극은 내 기억창고 속에 보존이 될 것이며 그것은 이 훌륭한 연극에 대한 모든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도록 날 일깨워 주었다. 나는 이번의 연극을 가장 훌륭한 다른 어떤 공연들만큼 생생하게 오랫동안 기억하게 될 것이다. 정말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그것에 감사한다"라는 평을 남겼다.

한편 소극장산울림 대표이자 작품의 번역자 오증자는 “이 공연은 나에게 있어서 ‘고도를 기다리며’의 번역자이자 무대화의 기획자로서 특별한 의미와 관계를 지녀왔다. 대사와 장면들을 거의 다 외우다시피 익숙한 내게 매회 무대는   변함없이 탄성과 놀라움을 자아낸다는 사실이다. 줄거리도 드라마도 없는 연극, 남녀 간의 사랑도 없는 메마른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가 우리에게 지루함과 생경함, 그러면서도 신기한 재미를 주는 까닭은 바로 그 무대가 우리들의 일상이고, 우리의 인생이기 때문이다”며 심경을 밝혔다.
공연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관객에게 각자가 기다리고 있는 고도가 무엇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지며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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