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英 총리 무려 11번 “안보” 언급하며 브렉시트 협상 협박 논란

[일요서울 | 변지영 기자] 지난 29일(현지시간) 테리사 메이 총리가 도널트 투스크 유럽이사회 상임의장에게 보낸 브렉시트 통보서한에서 무역 협상을 대테러전 등 안보 문제와 직접 연결시키는 발언을 한 점을 두고 영국 내 반(反)브렉시트(영국의(Britain)와 탈퇴(Exit)의 합성어)파 뿐만 아니라 EU 측으로부터 뜨거운 비난 세례를 받고 있다.
<사진=브뤼셀 AP/뉴시스>도널트 투스크 유럽이사회 상임의장이 2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보낸 브렉시트 통보 편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2017.03.30
  29일 언론에 공개된 메이 총리의 통보 서한에는 곧 시작될 브렉시트 협상에 임하는 영국 정부의 입장이 담겼다. 하지만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메이 총리가 국가의 가장 민감한 이슈 중 하나인 ‘안보 문제’를 두고 합의 협박을 벌이려는 자세를 취하자 EU측은 물론 영국 정계 내 곳곳에서 메이 총리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영국 메이 총리
   서한이 공개되자마자 가장 먼저 논란이 된 부분은 “합의 실패는 범죄 및 테러리즘과의 싸움에 있어 우리(영국)의 협력 약화를 의미하게 될 것”이란 문장이다.
 
특히 메이 총리는 서한에서 무려 11번이나 ‘안보(security)’를 언급했다. 즉, 브렉시트 협상에서 EU(유럽연합)가 영국의 탈퇴 의사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더 이상 안보 협력을 하지 않겠다는 말로 해석된다.
 
서한 내용과 메이 총리의 발언에 대해 반브렉시트 파인 팀 패런 자민당 당수는 “무역과 안보를 연결시키는 것은 수치스런 일이며 노골적인 협박”이라고 맹비난했다.
 
<사진=브뤼셀 AP/뉴시스>
   패런 당수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안보는 너무나도 중요한 문제여서 협상 카드로 사용돼서는 안된다. 그 어떤 협상에서도 역효과를 낳을 것이고 영국을 더욱 고립시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베트 쿠퍼 노동당 하원의원 역시 “국가 안보에 대한 완전히 무책임한 협박이자 도박, 협상”이라고 비판했다.
 
메이 총리는 이날 BBC 측과의 인터뷰에서도 “무역협정과 안보문제가 협상의 부분”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또 이어 “유로폴(유럽경찰)에서 떠나겠다는 말이냐”는 질문에 그는 “일련의 범죄 및 사법문제에 있어 안보 협력을 협상하게 될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 대답은 영국 정보기관이 유럽 내부에서 파악한 테러리스트의 움직임을 감지했더라도 EU 회원국에 전달해주지 않는 방식으로 협력을 줄일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영국도 EU 회원국들로부터 관련 정보를 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스티븐 키녹 노동당 하원의원은 이날 의회에서 통보서한에 적힌 문제의 부분을 낭독한 뒤 “우리나라 안보를 협상 칩으로 교환하겠다는 이야기이냐”고 물었다. 

메이 총리는 이에 “안보 문제에 관한 협상은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EU를 떠나게 되면 더이상 회원국이 아니며 그래서 (EU와의) 미래 관계에 대해 협상하는 부분이 필요하다. 이 문제(안보)에 대한 협력을 확실하게 해두는 것은 매우 실용적인 것이자 목표”라고 말했다.
 
한편 영국은 유럽 내 최강 국방력을 가지고 있으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서 미국과 함께 양대축으로 이루고 있는 국가다. 더불어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와 일명 ‘다섯 개의 눈’(Five Eyes)으로 불리는 첩보동맹을 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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