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舊韓末), 일본, 청나라, 러시아 등 열강들은 서로 한반도를 장악하기 위해 각축을 벌였다. 당시 대원군과 치열한 권력다툼을 벌이던 명성황후는 청나라에 지원을 요청했다. 미국을 위시한 서구세력까지 조선을 동양진출의 전초기지화 하려는 거친 파고 속에서 대한제국(조선)의 정치와 외교 축을 감당하고 있던 명성황후는 믿었던 청나라가 청일전쟁에서 패하자 일본 팽창을 피해 러시아에 의지했다. 이에 일본은 자객들을 보내 일국의 왕비를 잔인하게 살해하는 하늘이 놀랄 만행을 저질렀다. 
불행하게도 당시 우리 선조들은 이런 열강들의 패권다툼을 알고 싶어 하지 않았다. 정치 지도자들은 일관성 없는 외교 정책에 허둥대면서 친일에서 친 중국으로, 그리고 친 러시아에서 다시 친일로 돌아서기까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결국 1910년 우리나라는 일본에 주권을 넘겨주는 국치를 맞고 말았다. 
데자뷔가 따로 없다. 지금 한반도 정세는 조선이 망하기 전과 너무도 비슷하게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초강대국들에 둘러싸여 안보 경제 위기에 직면해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수주의적 정책을 계속 내놓고 있고 중국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에 노골적인 경제보복을 가하고 있다. 일본이 또 독도와 위안부 문제로 우리 정부와 마찰을 빚고 있는 와중에 러시아가 북한을 카드로 한국과 미국을 협박하는 한편 중국을 견제하려 하고 있다. 
사세가 이 같은데도 우리 국민들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종편을 비롯한 TV와 신문은 매일같이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내용으로 채워지고 있고 박 전 대통령을 청와대에서 내쫓은 세력들은 여전히 광화문에서 세 결집을 하고 있다. 정치 지도자들은 서로를 비난하면서 국가의 미래보다는 현재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이용해 급조된 대통령 선거에만 목숨 걸고 있다. 구한말과 마찬가지로 국익에 대한 이슈에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분열된 모습을 보이며 사분오열하고 있는 것이다. 
급변하는 국제정세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여전히 근시안적이고 편협적인 생각으로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적대시하고 자신만이 정의롭다는 위험한 개념에 취해있다. 상대방을 끊임없이 험담하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마치 정의의 수호자인 것처럼 묘사되고 있기도 하다. 편향된 이데올로기와 독선으로 무장한 이들은 그들만이 정의의 사도이기 때문에 자신들이 하는 그 어떤 일도 정당화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런 점에서 지금 우리에게는 한국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비전을 가진 유능한 지도자가 절실히 필요하다. 국민은 우리 사회의 두 극성을 중화하며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와의 협상을 통해 한국을 일으킬 수 있는 지도자를 목말라 한다. 
그러나 각 당의 대통령 경선 과정에서는 현실성 없는 공약들만 난무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가 없었다. 특히 국익의 최우선이 돼야 할 안보 문제를 둘러싸고 구한말과 같은 분열상을 나타내 불안감이 더했다. 졸속 경선에 부실한 대통령이 탄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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