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한다는 신고를 한 후 가정법원이 이를 수리하는 심판을 하기 전에 상속재산을 처분했다면 상속포기의 효력이 없고 단순승인으로 취급된다. 사례를 살펴보자.

지난 2011년 12월 최 씨는 남편이 사망하자 이듬해 1월 26일 가정법원에 상속포기 신고를 했다. 그런데 남편의 지인인 길 씨가 최 씨의 남편이 빌려간 5천만원을 갚으라고 소송을 내면서 분쟁이 벌어졌다. 최 씨는 자신이 상속을 포기했기 때문에 돈을 갚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지만 길씨는 최 씨가 상속포기 신고를 낸 나흘 뒤인 2012년 1월 30일 남편 소유였던 차량을 판 사실을 문제 삼았다. 길씨는 ‘상속포기 수리 심판일인 3월 14일 이전에 최 씨가 상속재산을 처분하거나 부정소비했기 때문에 단순승인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사건에 대해 1,2심은 상속재산을 처분한 시점이 상속포기 신고를 낸 이후라는 이유로 최 씨의 손을 들어줬다. 즉 1,2심에서는 상속포기 신고를 한 후에는 재산을 처분하더라도 그것이 부정소비가 되어야만 단순승인의 효과가 인정되는데 최 씨가 남편 소유 차량을 판 사실만으로는 ‘부정소비’라 단정할 수 없으므로 단순승인 효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2013다73520)에서는 원고승소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은 상속의 한정승인이나 포기는 상속인의 의사표시만으로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법원에 신고를 해 가정법원의 심판을 받아야 하며, 그 심판은 당사자가 이를 고지받음으로써 효력이 발생한다고 판시했다. 그 이유는 한정승인이나 포기의 의사표를 명확히 해 상속으로 인한 법률관계가 획일적으로 처리되도록 함으로써 상속재산에 이해관계를 가지는 공동상속인이나 차순위 상속인, 상속채권자, 상속재산의 처분 상대방 등 제3자의 신뢰를 보호하고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고자 하는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속인이 가정법원에 상속포기의 신고를 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수리하는 가정법원의 심판이 고지되기 이전에 상속재산을 처분했다면 이는 상속포기의 효력 발생 전에 처분행위를 한 것에 해당하므로 민법 제1026조 1호에 따라 상속의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봐야 한다. 결국 상속포기의 효과는 단지 상속포기 신고를 한 것이 아닌 법원의 심판서가 당사자에게 고지된 때 비로소 발생하는 것이므로, 그 전에 상속재산을 처분한 경우에는 단순승인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반면에 상속포기 후에 상속재산을 처분한 경우에는 ‘부정소비’에 이르러야 비로소 민법 제1026조 3호에 의해 단순승인으로 간주되는 차이점이 있다. 1호의 처분과 3호의 부정소비의 가장 큰 차이점은 부정소비는 상속채권자의 불이익을 의식하고 상속재산을 소비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데 예컨대 상속재산을 처분하여 그 처분대금 전액을
우선변제권자에게 귀속시킨 경우에는 부정소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강민구 변호사 이력>

 [학력]
▲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 미국 노스웨스턴 로스쿨 (LL.M.) 졸업
▲ 제3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21기)
▲ 미국 뉴욕주 변호사 시험 합격

[주요경력]
▲ 법무법인(유) 태평양 기업담당 변호사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부 검사
▲ 법무부장관 최우수검사상 수상 (2001년)
▲ 형사소송, 부동산소송 전문변호사 등록
▲ 現) 부동산태인 경매전문 칼럼 변호사
▲ 現) TV조선 강적들 고정패널
▲ 現) SBS 생활경제 부동산법률상담
▲ 現) 법무법인(유한) 진솔 대표변호사

[저서]
▲ 형사전문변호사가 말하는 성범죄, 성매매, 성희롱 (2016년, 박영사)
▲ 부동산전문변호사가 말하는 법률필살기 핵심 부동산분쟁 (2015년 박영사)
▲ 뽕나무와 돼지똥 (아가동산 사건 수사실화 소설, 2003년 해우 출판사)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