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한 달 남짓 앞두고 5.9 대선 대진표가 확정됐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후보, 자유한국당은 홍준표 후보, 국민의당은 안철수 후보, 바른정당은 유승민 후보, 정의당은 심상정 후보가 각각 후보로 선출됐다. 김종인 전 대표가 ‘경제민주화-개헌-통합정부’의 세 가지 대의로 ‘반문(反文)연대’의 깃발을 들었다. 홍준표는 이번 조기 대선이 좌파 2명(문재인+심상정), 얼치기좌파 1명(안철수), 우파 1명(홍준표)의 4파전 구도로 전개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도하(都下) 언론들은 이제 시작한 대선을 ‘문재인 대 안철수’ 양강 구도로 몰아가고 있다. ‘안보관이 불안한 문재인 보다는 안철수가 그래도 낫다’는 차선의 선택이 안철수 지지율 반등의 원인이기도 하다. 이처럼 홍준표가 ‘얼치기 좌파’라고 명명한 안철수가 보수표를 잠식하자 한국당의 정우택 공동선대위원장은 “안철수 전 대표가 요즘 보수 코스프레로 재미를 보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며 “진짜 보수를 대표할 수 있는 후보인지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2012년 안철수는 ‘새정치’를 들고 나왔지만 실패했고, 나중에는 구태정치인의 ‘3적(賊)행보’로 공격당한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첫째, 중심 없는 ‘오락가락’ 행보다. 안철수는 ‘출마선언→단일화 협상중단→후보사퇴→해단식 후 잠행→정체성 비판→문재인 후보 문전박대→전격 지원발표’ 등 오락가락 행보로 새정치를 퇴색시키고 국민혼란만 가중시켰다. 둘째, 책임 없는 ‘국민 팔이’ 행보다. 출마, 사퇴 등 주요 고비마다 국민의 이름을 도용했지만, 정작 주요 의사결정을 할 때에는 지지자들에게 의견을 구하는 절차 없이 혼자서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셋째, 정치도의 없는 ‘무례결례’ 행보다. 2012년 12월 5일 문재인 후보가 안철수 집을 방문했을 때 안철수는 문전박대했다. 적어도 야당의 대통령 후보를 문전박대한 것은 예의범절에 한참 어긋난 것이다.
 
대통령의 제1 의무는 ‘헌법 준수’고, 제2 의무는 ‘국가 보위’고, 제3 의무는 평화통일 의무이다. 따라서 지도자는 국가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불변의 원칙을 가져야 한다. 안철수는 ‘안보는 보수’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믿을 수 없다. 그의 대북관 및 안보관에 대해 철저한 검증이 필요한 이유다. 첫째, “사드를 배치하면 안 된다”→“사드 배치를 철회하라”→“국가 간 협정은 지켜야 한다”고 번복한 이유를 밝혀야 한다. 둘째, “개성공단 부활에 대해 노력 하겠다”→“개성공단 재개는 불가능하다”고 번복한 이유를 밝혀야 한다.

셋째, 2012년 조선대 강연에서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사건’을 ‘사고’로 표현한 적이 있는데, 총격사건을 단순 사고로 선동한 이유를 밝혀야 한다. 넷째, 김대중, 노무현 좌파 정권의 ‘대북 퍼주기’와 북한 김정일에게 4억5000만 달러를 가져다 바쳤던 ‘대북 불법송금사건’에 대한 입장도 밝혀야 한다. 다섯째, 과거 “지금 세상에 빨갱이가 어디 있느냐?” “제주 해군기지건설은 개발만능주의가 빚어 낸 참극(慘劇)”이라고 한 발언도 번복할 용의가 있는지 밝혀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정부는 새 대북정책 검토 보고서를 마련했다. 여기엔 경제·군사 분야의 추가 대북제재뿐 아니라 대북선제타격과 주한미군 철수를 대가로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는 ‘그랜드 바겐’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로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일들이 우리가 내부에서 싸우고 있는 동안 밖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는 지금 전쟁 중(휴전)이다. 만약 좌파가 집권한다면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이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될 경우 연 1조원의 현금이 북한의 핵개발 자금으로 투입된다. 전쟁 수행 중 적국에 군자금을 지원하겠다는 발상은 이적행위이다. 이런 후보와 정당에게 정권을 맡겨서 되겠는가.
 
현 대선주자들 중에서 보수 철학을 견지하고 있는 후보는 ‘서민 대통령’‘안보 대통령’을 내건 홍준표가 유일하다. 그의 “기업에게는 자유를, 서민에게는 기회를” “3% 강성 귀족 노조 완전 타파” “공무원 수를 줄여 서민복지에 쓰겠다”는 슬로건이 이를 웅변한다. “보수 후보 단일화를 한다” 했다가 최근에는 “안 한다”고 말을 바꾼 유승민은 진정한 보수가 아니다.

또한 사드와 개성공단 해법 등에서 오락가락하는 안철수의 안보관은 보수가 아니다. 문재인 보다 덜 좌파, 얼치기 좌파일 뿐이다. 안철수 지지층의 특징은 ‘반(反)이념, 자기중심성’으로 요약된다. 안철수는 국정운영 경험이 없으며, 국민의당 39석으로 책임정치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정권교체는 이미 확정됐다”고 교만에 빠져 있다. 안철수에 대한 반짝 지지는 안희정 충남지사 지지표와 일부 길 잃은 보수표이지 원래 자신의 것이 아니다.

따라서 ‘안풍’은 잔불이나 미풍으로 끝날 수도 있다. 마치 반기문 현상이나 안희정 돌풍이 한 때 성했던 것처럼. 이제 보수 유권자들은 패배주의의 긴 잠에서 깨어나 결집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보수 재건과 위기의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는 ‘우파 대통령’을 만들 수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