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자 자리 꿰차거나 ‘장자승계’에 밀리거나

구지은 캘리스코 사장. <뉴시스>
계열사로 좌천(?) 1년 만에 실적 껑충…복귀說 솔솔
연애·결혼 등 구설수로 후계구도서 멀어지기도


[일요서울 | 남동희 기자] 재계 워커홀릭(일 중독자) 딸들이 주목받고 있다. 그들은 남자형제 못지않은 워커홀릭으로 재계 전반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반대로 장자승계 원칙, 결혼 등으로 후계구도에서 밀려나기도 한다.일요서울이 일에 빠진 재계 총수의 딸들을 추적해봤다.

최근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여성 후계자는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막내딸 구지은 캘리스코 사장이다. 상승한 캘리스코(아워홈의 자회사)의 실적과 더불어 구 사장의 아워홈 복귀설이 돌고 있기 때문이다. 구 사장은 지난 2년 동안 아워홈 부사장직 역임과 해임을 반복하며 후계자로 지목돼왔다.

구 사장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해 미국 보스턴대학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졸업 후 삼성인력개발원과 왓슨와야트코리아에서 수석컨설턴트를 하며 실무를 익혔다.

재계 관계자들은 그가 범LG가에 속하는 아워홈을 이끌고 있지만 경영스타일은 삼성가에 더 가깝다고 평가한다. 그의 어머니 이숙희 씨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딸이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누나다. 삼성가는 강력한 리더십을 추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워홈 재직 당시 구 사장은 외식사업부 실적을 끌어올리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아워홈의 매출도 꾸준히 올라 구 사장의 입사 당시(2004년) 5000억 원에서 2014년 1조

3000억 원까지 상승했다. 구 사장도 2011년 성과를 인정받아 전무로 승진한 뒤 2015년 2월 아워홈 구매식재사업본부 본부장을 맡으며 부사장직에 올랐다. 하지만 5개월 만에 돌연 보직 해임됐다. 이유를 놓고 한동안 뒷말이 무성했다.

특히 구 사장이 당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그들의 승리. 평소에 일을 모략질만큼 열심히 했다면 아워홈은 7년은 앞서 있었을 거다. 또다시 12년 퇴보, 경쟁사와의 갭은 상상하기도 싫다. 11년 만의 안식년 감사하다’는 글을 남겨 논란은 더욱 커졌다.

그 후 구 사장은 지난해 1월 다시 한번 부사장직을 맡았지만 2개월 뒤 해임되며 그룹 승계에서 밀려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구 사장이 캘리스코로 가자마자 그 자리는 구 회장의 맏아들 구본성 씨가 대신했다.

1남 3녀 중 막내딸 주목

재계는 당시 구 사장이 구 경영진들을 교체하려다 밀려난 것이라고 추측했다. 더불어 경영진들이 장자승계를 중시하는 LG가의 불문율을 따르길 원했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최근 구 사장이 몸담은 캘리스코가 지난해 급성장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구 사장의 아워홈 복귀와 그룹 승계설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캘리스코는 지난해 매출 639억 원으로 전년보다 19.7%(105억 원) 급증했다. 2013년 매출 478억 원에서 전년 대비 3.6%(17억 원) 증가, 2014년 매출 488억 원에서 2.3%(11억 원) 상승, 2015년 매출 534억 원에서 9.2%(45억 원) 상승에 비하면 놀라운 성과다. 

아워홈 관계자는 구 사장 복귀와 승계설에 관련해 “경영권에 관련해서는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라고 논란을 일축했다. 하지만 한 재계 고위 관계자는 오빠 구본성 부사장과 지분(38.5%) 차이가 크지 않고(구 사장 20.67%의 지분 소유), 캘리스코가 계속해서 경영 성과를 거두면 승계구도가 구 사장 쪽으로 기울 수도 있는 일이라고 관측했다.
 
임성민 대상그룹 전무(좌) 임세령 대상그룹 전무(우). <뉴시스>
  자매간 엎치락뒤치락

딸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곳은 또 있다. 청정원 등 식품 브랜드를 보유한 대상그룹이다.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이 딸만 둘이기 때문에 특히 그렇다. 임 명예회장의 두 딸 임세령, 임상민 자매는 지난해 11월 그룹에서 나란히 전무로 승진했다. 두 딸들 모두 그룹 경영에 일찌감치 참여해왔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연애·결혼으로 후계 승계에서 멀어졌다 가까워졌다를 반복하고 있다.

언니인 임세령 전무는 대학교 재학 중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결혼해 가정주부로 생활했다가 10년 만에 이혼,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대상그룹 경영에 참여했다. 2010년부터 사실상 대상그룹 외식사업을 총괄하고 있으며 2012년 12월 대상 식품사업전략담당 임원에 올랐다.

2014년 대표 브랜드 청정원의 브랜드아이덴티티(BI)를 리뉴얼하는 작업을 이끌며 사내 크리에이티브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임세령 전무는 특히 회사 내에서 친근한 이미지로 알려져 있다. 점심시간에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고 여직원들과 팔짱을 끼고 다니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동생 임상민 전무는 임세령 전무의 공백 동안 대상의 후계자 몫을 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그룹 핵심 부서에서 근무하며 경영권 승계를 위한 수업을 받았다. 임상민 전무는 사내에서 그룹 경영 전체를 아우르는 안목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으며 오래전부터 후계자로 점쳐졌다.

하지만 임상민 전무가 2015년 돌연 결혼 후 미국으로 건너가며 사실상 후계자 자리를 포기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대상그룹 관계자는 “임상민 전무는 그간 국내에서 글로벌 신사업을 관장해왔다”며 “임 상무의 미국행은 남편과 지사 모두 뉴욕에 있어 현지법인 경험을 쌓기 위한 취지로 보인다”라고 해명했다.

대상그룹 측은 아직까지 임창욱 명예회장이 건재한 만큼 승계에 대한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또 임세령, 임상민 전무 둘 다 각자의 영역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지만, 대상그룹이 전문 경영인 체체로 운영되는 만큼 승계 가능성은 두고 봐야 할 일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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