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형 소비자, 온라인 쇼핑족 이목 끌기 적격

지난 6일 오픈한 신세계프리미엄 아울렛 경기도 시흥점 전경. <신세계사이먼>
550만 인구 거주, 수도권 서남부서 한판 붙자!

[일요서울 | 남동희 기자] 유통업계 빅 3(현대·신세계·롯데)가 앞다퉈 아울렛(outlet·아웃렛)을 출점하고 있다. 특히 최근 수도권 서남부 일대에서 경쟁이 치열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유통업계가 아울렛 사업에 집중하는 이유는 불황형 소비패턴을 보이고 있는 고객과 온라인 쇼핑족 이목을 끌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유통가 전반에 불고 있는 아울렛 바람, 일요서울이 원인과 현황을 들여다봤다.

지난 6일 신세계사이먼이 경기도 시흥에 프리미엄아울렛을 개장했다. 약 14만7000제곱미터 규모로 220여 개의 국내외 브랜드들이 입점했다. 이밖에 F&B(식음료 매장) 전문관, 체험형 몰 등을 입점시켜 소비자들이 쇼핑·관광·문화를 한곳에서 즐길 수 있는 복합 쇼핑몰 형태를 띤다.

조병하 신세계사이먼 대표는 “시흥 프리미엄아울렛은 지난 10년간 신세계사이먼이 쌓아온 노력과 경험의 결정체”라며 “지속적인 콘텐츠 개발과 지역사회 상생을 통해 연간 700만 명이 방문하는 수도권 서남부 쇼핑·관광·문화의 랜드마크로 육성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신세계프리미엄아울렛 시흥점이 들어선 곳은 수도권 서남부 일대. 이 일대는 인구가 550만 명을 육박해 아울렛 시장에서 전략적 요지로 꼽혀왔다.

이에 2014년에는 경기도 광명시에 롯데아울렛이, 지난해 4월엔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인천 송도점이 들어섰다. 마지막으로 신세계프리미엄아울렛 시흥점이 문을 열며 유통 빅 3가 자동차로 1시간 이내 거리에 모이게 된 셈이다. 따라서 반경 20~30km를 시장으로 하는 아울렛 특성상 3사의 수도권 서남부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4년간 10개 추가 예정

현재 3사가 운영하는 아울렛 수는 국내 총 21개다. 업계에 따르면 오는 2020년까지 31개로 늘어날 예정이다. 향후 4년간 약 10개 아울렛이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는 셈.

유통 3사가 아울렛 사업에 집중하는 배경은 두 가지로 분석된다. 먼저 장기 불황으로 소비자들이 사치품 구매 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시하기 시작했다. 백화점에서 고가 신상 명품 구매보다 이월상품이더라도 가성비 높은 아울렛 제품에 관심이 옮겨가게 된 것이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백화점 업계 전체 성장률은 2~3%에 그친 반면 지난해 말 아울렛 시장은 약 9조2000억 원 규모로 전년대비 12%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0년대 일본처럼 장기불황으로 인한 유통업계 변화의 답습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무역협회 도쿄지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백화점 매출이 경제 버블 붕괴 후 소득감소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절약이 생활화되면서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경기 불황이 지속되자 사치품 구매에서도 실속 있는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기 시작했다. 이는 자연히 교외형 아울렛 쇼핑몰의 활성화로 연결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아울렛 시장은 일본이 2000년대 ‘아울렛 황금기’를 맞았던 때와 비슷하다”며 “향후 5년 내 국내 주요 유통 채널이 백화점에서 아울렛 중심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3사의 아울렛 사업 집중은 온라인 쇼핑족의 관심을 끌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산업통상자원부의 ‘2월 유통 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온라인 유통 업체의 매출액은 3조192억 원을 기록해 16.3% 늘었다. 반면 백화점,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지난 2월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 줄어든 5조8608억 원을 기록했다.

기술 발전과 현대인의 바쁜 생활 습관 등으로 온라인 쇼핑 매출액은 2010년 이후 꾸준히 두 자릿수 증가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을 모두 보유한 기업 입장에서 온라인 쇼핑은 식음료 제품, 문화상품 등 부가 수익 창출이 오프라인 쇼핑보다 어렵다. 이 때문에 유통업계들은 아울렛 매장을 단순 이월상품을 싸게 구매할 수 있는 공간을 넘어 고객을 오래 머물게 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해 새로운 수익 창출을 얻으려는 것이다.

이에 유통 3사들의 아울렛 매장은 국내외 유명 맛집, 라이프스타일 체험형 몰 등과 함께 입점해 복합쇼핑몰의 형태를 띠는 곳이 대다수다. 고객이 한곳에서 하루 종일 머물며 쇼핑·먹거리·문화 등을 해결하도록 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무차별 확장 독 될 수도

우후죽순 생겨나는 아울렛에 대해 불안한 시선도 있다. 아울렛은 상권에 따른 수요와 구매력이 제한돼 있어 무차별적 확장은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울렛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1996년 360여 개가 넘던 매장이 경쟁이 치열해지며 2012년엔 185개만이 살아남은 것으로 집계된 바 있다.

하지만 유통업계에서는 아울렛에 체험형 매장을 도입하면 아직 성장 여력이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에 유통 3사의 아울렛 출점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은 다음 달 서울 송파 가든파이브에 도심형 아울렛인 시티아울렛을 연다. 2019년엔 대전과 남양주, 경기도 동탄에 신규 매장을 잇따라 열 예정이다.

신세계사이먼의 경우도 전라남도 나주시에 출점을 준비 중이다. 신세계사이먼은 2014년 나주시와 아울렛 개장을 위한 투자유치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하반기 용인시 기흥점을 선두로 고양시에 원흥점 전북 군산시에 군산점 3곳의 점포를 차례로 열 예정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아울렛은 고객의 수요에 맞춰 일반형, 프리미엄, 팩토리 등 점차 다양한 형태로 변화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각 매장들의 내실을 중요시한다면 (아울렛 시장은) 발전될 가능성이 충분한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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