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치인들이 대부분 정치꾼으로 불리는 것은 그들이 책임전가의 ‘도사’라는 점에서다. 오죽했으면 ‘1984년’의 저자 조지 오웰이 “정치인들의 말이나 글은 대개 변명할 수 없는 것들을 변명하는 것”이라고 질타했을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에서 김무성 의원과 유승민 의원 등은 최순실 사태가 터지자 “나 하고는 무관한 일”이라며 모든 책임을 박 전 대통령에게 떠넘기고 당을 뛰쳐나왔다. 백 번을 양보해 그들에게 최순실 파문에 대한 직접적 책임은 없다고 쳐도 정치인이라면 당연히 져야 할 정치적 책임과 정치 도의라는 게 있다. 그러나 저들은 일말의 번민도 없이 공천에 목을 맸던 당을 뒤엎어 버리기 위해 집단 탈당을 결행하여 딴 살림을 차렸다.
이른바 촛불민심의 대통령 탄핵이 국민적 대의(大義)였다면 탄핵에 앞장섰던 저들은 지금 ‘1등공신’으로 국민적 영웅이 되어 있어야 할 판이다. 그리고 그 당의 지지율 또한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치솟아야 할 판이다. 그래야만 저들의 탄핵 선도와 탈당이 정당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혀 고향에서조차 물세례를 당하는 처지가 되지 않았는가. 당 지지율은 국회의원 수가 불과 6석인 정의당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기가 다반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행동이 정당했으며 자신들이 국민적 민심을 대변하고 있다고 공허한 소리를 내고 있다. 
정치꾼이 정치인과 다른 또 하나의 특징은 모든 정치적 사안을 정치 공학적으로만 본다는 점이다. 어떤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 역시 정치 공학적 행태의 전형이다. 3년 전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건이 좋은 예다. 
옛날에는 부모상을 당하면 일반적으로 3년 상을 치렀다. 정확하게 따지면 만 2년이다. 그러나 현 시대는 부모·조부모, 배우자의 상기(喪期)는 보통 사망한 날부터 100일까지이고 그 밖의 사람의 상기는 장례일까지로 하고 있다. 근래 와서는 49재를 끝으로 모든 상례를 다하기도 하지만 얼마 전까지 상주는 최장 100일간 리본이나 머리핀 형태의 상장을 가슴에 달았다. 경우에 따라서는 1년까지 달기도 했으나 그 이상의 경우는 없었다. 
그런데 한다하는 정치꾼들은 세월호 사건 3년이 지난 지금까지 가슴에 리본을 달고 필요할 때마다 이 사건을 들먹이며 국민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사안의 극대화를 꾀하기 위해 ‘세월호 7시간’ 운운하며 박 전 대통령을 끝없이 옥죄고 있기도 하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박 전 대통령의 탄핵 결정 후에 먼저 세월호 팽목항을 찾았다. 역시 정치 공학적 행위였다. 그는 팽목항 방명록에 “얘들아 너희들이 촛불광장의 별이었다. ‘미안하고 고맙다’”고 적었다.
얼마 전에는 국민의당 소속 시의원들이 목포 신항만을 방문해 세월호를 배경으로 마치 기념사진 찍듯 ‘인증샷’을 눌렀다. 이에 같은 야당인 민주당은 “기가 막힐 노릇”이라며 국민의당을 맹비난했지만 자당 소속인 김철민 의원도 육상 거치를 준비 중인 세월호 선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은 것이 드러나 할 말 없게 만들었다.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는 두 당의 정치 공학적 행위가 바닥을 드러낸 것이다. 
툭하면 거짓말을 하고 일만 터지면 남에게 책임전가하고 말 바꾸기를 버릇처럼 하는 정치꾼들이 우글대는 정치판에 무슨 희망이 있겠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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