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이창환 기자] 연극 <목란언니>가 4월 22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공연된다. <목란언니>는 ‘두산인문극장 2017: 갈등’의 공연 시리즈로 탈북자인 여주인공이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려는 내용이다. ‘두산인문극장’에서는 <목란언니> 이후 연극 <죽음과 소녀>, <생각은 자유>를 차례로 개막한다.
 
<목란언니>는 새롭고 다른 연극이다. 무대 구성과 등장인물의 동선,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에 있어서 새로운 잔상을 심어준다. 실험적이고 전위적이라는 의미가 아닌 대중 연극 범위 내에서 새롭게 접근한다. <목란언니>는 통속적인 이야기를 뼈대로 시공간과 플롯을 입체적이고 분주하게 만들어 관객을 분주하게 한다. 그동안 두산인문극장에서 선보였던 연극을 본 경험이 있는 관객이라면 무대와 대사로 양분하는 <목란언니>의 다른 형식을 조금이나마 세밀하게 느꼈을 것이다.
 
두산인문극장은 <목란언니>와 비슷한, 즉 배우들이 드나드는 출입구가 사방에 있거나 객석이 무대를 둘러싸거나 객석 위치와 디자인이 제각각 산만하거나 대사와 플롯이 무대나 객석만큼 자유롭던 연극을 지속해서 소개했다. 물론 오픈된 무대라든가 단일 플롯의 순차적 구성을 지양하는 방식은 연극계에서 새롭지 않다. 하지만 표면적 자유분방함과 그를 채우는 대사의 유연함이 조화를 이룬 작품을 꼽을 때 두산인문극장의 연극들이 떠올랐고, <목란언니>를 통해 한 번 더 상기 됐으므로 익숙함 속에서 학습된 ‘새로운 인상’이라 언급할 만했다. 두산인문극장이 단순히 몇 편의 좋은 연극을 소개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연극을 보는 눈을 기르는 데 일조했다고 봤다.
  탈북녀 조목란과 룸살롱 마담 조대자 일가를 둘러싼 이야기는 시대 급류 속에서 희생과 비관을 낳지만 <목란언니>는 중심인물의 비극만 앞세우진 않는다. 자유로운 전개는 먹먹한 이야기를 좀 다르게 느껴지도록 하며 유머는 비극의 추에 균형을 맞춘다. 형식은 이야기를 더 효과적이며 극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보조 역할보다는 그 자체의 무게감을 갖는다. 관객은 비극을 다른 정서 꼭대기에 세우지 않은 와중에도 어느새 비극적으로 치닫는 순간을 맞이할 것이며 그 장면은 짧고 강렬하다. 다르게 보는 감상은 차후 고전적이고 평면적인 연극을 볼 때도 다른 관점으로 보게 하는 출발점을 제공한다.
 
<목란언니>는 다양한 재미를 주고자 한다. 무대 뒤 스크린에 찍히는 배우들의 찰나 번지는 표정은 유머러스하고 쓸쓸한 분위기를 만들어내, 홍콩영화 스타일을 지향하던 90년대 한국 영화적 정적을 안기는가 하면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OST 하나를 깔고 펼치는 무술 대결은 장르 혼합적인 즐거움을 준다. <목란언니> 속 배신과 몰락, 가족애와 운명적 대치는 이같이 다채로운 요소와 함께한다.
 
연극은 영화와 비교하면 볼거리가 한정된다. 거친 논쟁이나 구어체적인 문장을 들려주고 그사이에 일상적이며 기발한 행동을 집어넣는 정도다. 내용 역시 유기적으로 매끄럽게 흐르기보다는 중간중간 의도적으로 끊어지는 경우가 많다. 영화였다면 흐름을 따라가기도 이해하기도 어려울, 즉 연극에서만이 소화할 수 있는 전개를 추구하는 비중은 높아진 것 같다. 그러나 연극적 좁음은 눈앞에 보이는 몇 가지 형식을 해석하고 착각할 여지를 준다는 점에서 매력 있다. 영화를 보면서도 같은 태도를 취할 수 있지만 간단한 무대와 달리 현실과 세상을 통째로 비추는 영화적 방대함은 해석을 바라는 사람을 위축 들게 하고 우유부단하게 한다.
 
<목란언니>는 작은 공간에 앉아 집중하는 만족을 느끼는 데 부족함이 없다. 연출부터 연기 그리고 공연장까지 틀 안에서 자유분방한 조화를 이룬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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