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국가도 흥망성쇠(興亡盛衰)라는 역사의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로마의 1000년 제국, 해가 지지 않는다던 대영제국도 흥망성쇠의 법칙을 비켜가진 못했다. 어떤 문명도 번영기는 길어야 수백 년에 불과하다.

에드워드 기번은 《로마제국 쇠망사》에서 로마제국의 최전성기를 쇠망의 시작이라고 보고, 이른바 팍스 로마나가 실현된 5현제 시대부터 기술하면서 서기 180년 아우렐리우스의 죽음을 위대한 로마 종말의 단초로 봤다. 시오노 나나미 또한 《로마인 이야기》에서 “제국의 판도를 최대로 넓힌 트라야누스, 죽을 때까지 드넓은 제국을 순행했던 하드리아누스 황제 등 5현제가 위대한 로마라는 명성을 얻긴 했지만, 그들은 ‘안정될 때 위기를 생각하지 않는 어리석음을 범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에드워드 기번이나 시오노 나나미가 지적한 ‘절정기와 쇠락기 겹침 현상’을 우리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 단군 이래 가장 성공한 국가를 구가하던 대한민국이 지금 내리막길로 접어들고 있다. 앞날을 예측할 수 없으며, 국운(國運)이 예사롭지 않다.

가까운 일본은 정계-재계-관료의 ‘철의 삼각편대’로 20년 넘게 고도 경제성장기를 구가했지만 장기 저성장 시대의 ‘잃어버린 20년’을 초래했다. 한국은 일본과 비슷한 면이 많기 때문에 ‘일본의 실패’에서 배워야 한다. 이제 저성장 시대의 생존 전략을 짜야만 국가가 존립할 수 있다. 경제 부흥기처럼 저성장 때도 일본을 벤치마킹해서 출구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국가의 흥망》의 저자 맨커 올슨은 “민주주의가 발전하면 부의 창출보다는 분배와 복지를 강조하는 이익집단들이 늘어나게 되고, 정치인들은 이들의 비위를 맞추는 정책을 남발해서 나라 경제를 약화시킨다”고 주장했다. 즉 강성 노조와 각종 이익집단에 신세를 많이 진 좌파 후보가 선출될수록 자원의 배분이 왜곡돼서 국가가 쇠망한다는 충고다.

목하 대선주자들의 경제관을 살펴보자. ‘성장’과 ‘분배’의 조화는 경제정책의 근간인데도 좌파 후보들은 성장 공약은 내팽개치고 선심성 분배 공약에만 올인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월 20만원 주는 기초연금을 내년부터 월 25만원으로, 2021년부터 월 3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소득 하위 50%에 대해 월 3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보편적 복지를 반대하고, 청년 일자리를 없애는 강성 귀족 노조와 사회 좌편향을 이끄는 전교조를 타파하겠다고 한다. 국부(國富)의 원천인 기업을 옥죄는 규제를 철폐하고, 기업 ‘기 살리기 정책’의 친(親) 기업관을 갖고 있다. 자칭 개혁 보수를 주장하는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경제 민주화와 재벌 개혁을 전면에 내세운 것과 상반된다.
 
지도가가 갖추어야 할 덕목 중 미래지향적 리더십은 시대를 통찰하는 지혜로운 역사관에 기초한다. 현대 국가는 고대 국가에 비해 번영기는 더 짧아지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시대의 흐름을 꿰뚫고 미래를 준비했던 ‘박정희-등소평-리콴유’ 같은 지도자를 필요로 한다.

위기 시에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국가를 혁신할 수 있는 ‘강한 리더십’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당단부단 반수기난(當斷不斷 反受其亂)’. 결단을 내려야 할 때 내리지 않으면 오히려 재난을 당하게 된다는 뜻이다. 대한민국의 대표적 특권 집단인 ‘국회-언론-검찰-강성 귀족 노조-전교조’ 등을 개혁하기 위해서는 강단 있는 대통령이 필요하다.
 
남북한 전쟁 시 중국은 우리의 적국으로서 북한을 지원할 것이다. 이런 초미의 안보위기 상황에서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선제 타격’ 얘기가 나오자 사드배치 반대 입장을 바꿨다. 선거 승리만을 위한 영혼 없는 ‘안보 우클릭’으로는 나라를 지킬 수 없다. 북한 정부와 군은 우리의 적이고, 북한 주민은 통일과 포용의 대상이다.

따라서 국군통수권자는 북한을 주적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는데, 끝끝내 반대한 문재인은 위험하다. 또한 햇볕정책은 실패한 정책이다. 대북송금에 공과(功過)가 있다며 햇볕정책 계승으로 호남표도 얻고 보수표도 얻겠다고 하는, 오락가락하는 안철수는 불안하다.
 
부국강병(富國强兵)의 바탕 위에 “전술핵 재배치, 사드 2~3개 포대 배치 등 힘의 우위 통한 무장평화”를 주장하는 정통 우파 후보가 대한민국호(號)를 이끌어야 한다. 한반도 4월 위기설과 대북 선제 타격론이 확산되고 있다. 편안한 안주의 길이냐, 힘든 변신의 길이냐. 편안한 길은 남유럽·남미의 좌파 국가들처럼 우리가 죽는 길이며, 힘든 길은 우리가 사는 길이다. 중국 명말청초 사상가인 고염무는 ‘국가흥망 필부유책(國家興亡 匹夫有責)’이라고 했다.

국가의 흥망에는 민초도 책임이 있다는 주장으로, 올바른 지도자 선택으로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뜻이다. 5월 9일의 선택은 그래서 중요하다. 위기의 대한민국에는 ‘어렵고 불편한 길’을 선택하는 강력한 우파 후보의 리더십을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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