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논객인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한다. 좌파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집권만은 막아야 한다는 고육지책(苦肉之策)일 것이다. 조 대표는 “안 후보는 누구와도 손을 잡지 않고 혼자 힘으로 대통령에 당선되겠다고 했지만 선거는 약속대로 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문재인 집권이 확실해 보이면 안-홍 두 사람에게 연대하라는 압력이 가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조 대표가 이번 대선판도를 비교적 정확하게 꿰뚫고 있어 보인다. 다 알다시피 보수는 지금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갈 방향을 잃고 있다. 보수의 구심점이 되어야 할 홍준표 후보의 지지율은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보수가 홍준표를 찍으면 문재인이 대통령이 된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는 까닭이다. 
그도 그럴 것이 보수는 지난 2002년 대선 때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우파진영은 당시 500만 표의 보수 표가 한나라당 경선 결과에 불복해 탈당한 이인제 후보 쪽으로 갔다가 김대중 후보가 어부지리로 대통령이 되었다고 믿고 있다. 이는 뼈아픈 트라우마로 보수의 뇌리에 아직도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지금 보수가 안 후보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맥락이다. 안 후보 지지가 ‘최선’은 아니지만 문 후보의 당선을 저지할 수 있는 ‘차선’은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보수가 안 후보를 무턱대고 지지할 수도 없다는 점에서 보수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를 선택했다가 믿음을 ‘배반’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안 후보가 대통령 당선 후에 한국당과의 연정을 할 수 있느냐 하는 관점이다. 그들 집권 시 책임국무총리 직을 한국당 인사에게 넘길 수만 있다면 차선의 선택이 현실적일 수 있다는 심리가 보수층 저변에 짙다. 안 후보로서는 국회의원 39석만으로 국정을 운영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어떤 방식으로든 연정을 할 수밖에는 없다. 
문제는 안 후보를 둘러싸고 있는 당내 조건이다. 박지원 대표를 비롯해 천정배 의원이나 정동영 의원 등 극좌파 인사들이 한국당과의 연정을 용인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들은 한국당과의 연정 대신 오히려 그들의 뿌리인 민주당과 손을 잡자고 외칠 가능성이 높다. 차선(次善)인줄 알고 지지했다가 이처럼 차악(次惡)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보수가 안 후보 지지 여부에 고민을 나타내는 것이다. 보수층 일각은 안 후보의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안 후보가 자신에 대한 지지가 ‘차악’이 아니라 ‘차선’이 될 것이라는 단호하고도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라는 것이다. 
이에 안 후보의 고민 또한 깊어질 노릇이다. ‘산토끼’를 잡으려다 자칫 ‘집토끼’마저 놓칠 수 있다는 생각도 할 것이다. 그래서 ‘집토끼’의 이탈을 막기 위한 고차원적인 명분이 필요할 것이다. 과연 안 후보에게 그 같은 고차원 방정식을 풀 수 있는 능력이 있을지를 보수층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차선(次善)과 차악(次惡)의 괴리를 고민하는 것이다. 
“정치에는 장렬한 전사라는 게 없다. 정치에선 다 살아야 한다”는 조 대표의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