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헌법 제3조를 보면,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라고 적혀 있다. 남한 뿐 아니라 북한도 대한민국 영토라는 말이다. 따라서 북한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은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들이다.   
 
  헌법 제10조를 보자.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남한은 물론이고 북한에 거주하고 있는 국민에게도 기본적인 인권이 있고, 국가는 이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말이다.
 
  헌법 제69조는 이렇다. “대통령은 취임에 즈음하여 다음의 선서를 한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헌법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말이다. 
 
 유엔은 12년 연속 북한의 인권 유린에 대한 책임 규명과 처벌을 강조한 북한인권 결의안을 채택했다. 특히 지난해 결의안은 유엔 안보리가 북한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 ICC에 회부하는 방안 등 북한 인권 유린의 책임을 묻는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또 북한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진전에 자원을 전용하는 것이 주민들의 인권과 인도적 상황에 미치는 영향에 중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우리나라 사정을 보자. 지난 노무현 정권은 5년간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에서 3차례 기권, 한차례 불참, 한차례 찬성을 기록했다. 그나나 찬성한 2006년에도 북한이 핵실험 도발을 해 국제사회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노무현 정부가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때 북한에 물어보고 기권했는지 여부를 두고 지금 제19대 대선 후보들 간 진실공방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후보 측은 북한에 물어보고 기권한 것이 아니라고 하고, 다른 후보 측은 물어보고 기권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와중에 문 후보 측 핵심관계자가 “백 번을 양보해 우리 정부가 북한 인권결의안에 대한 입장을 북한 당국에 물어봤다고 치자. 그게 뭐가 문제란 말인가”라고 주장해 논란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천 번을 양보해 우리 정부가 북한 당국에 물어본 게 문제가 아니라고 치자. 그렇다면 유엔결의안에 기권한 것까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말인가? 만일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것은 헌법을 경시하는 처사다.  
 
  헌법에 따르면 국가는 국민들의 인권을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하고 있고, 대통령은 헌법을 준수해야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인권결의안 기권은 북한 주민의 인권 보호를 포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는 이 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은 셈이 되고, 노무현 당시 대통령 역시 헌법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은 것이 된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우리 정부가 보호할 수 있는 현실적·실질적 옵션은 사실상 거의 없다. 인도적 차원의 지원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어찌 보면 북한 정권의 인권 탄압을 규탄하는 국제사회의 결의안에 동참하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일 수 있다. 이 같은 상징적인 의사표시마저 하지 않겠다는 태도가 문제인 것이다. 
 
 문 후보는 얼마 전 대통령 후보 TV토론회에서 제왕적 대통령제는 대통령이 헌법만 잘 준수하면 얼마든지 극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헌법 준수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 아닌가. 헌법 준수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은 왜 기권했는가. 게다가 문 후보는 인권변호사 출신이 아닌가.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도 다르지 않다. 그 역시 자신이 당시 대통령이었다면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의) 기권을 결정했을 것“이라고 TV토론회에서 당당하게 말했다. 그는 또 기권은 대통령의 정무적 판단이라고도 했다. 그의 논리대로라면 헌법도 정무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정무적 판단을 헌법 위에 두겠다는 발상이 아닌가. 다른 개인적인 문제나 윤리적인 문제 등을 제외하고 정치적인 관점에서만 보고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헌법 위에 서겠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대선 후보들은 지금 온갖 공약을 발표하면서 유권자들의 표심을 유혹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이들이 내놓고 있는 공약들은 모두 인권과 관련이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의 동포인 북한 주민들을 위한 공약은 찾아보기 힘들다. 헌법상 그들도 우리나라 사람인데 말이다. 
 
 거창할 필요도 없다. 그저 그들의 인권도 우리 인권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상징적인 메시지만이라도 좋다. 우여곡절 끝에 11년 만에 국회에서 통과된 북한인권법에 따른 북한 인권재단의 조속한 출범이 그래서 중요하다, 앞으로 또 있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이 헌법을 준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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