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게 입사한 대기업에서도…”

직장인 인파. <정대웅 일요서울 사진부 기자>
1년 내 퇴사자 해마다 증가, 3년 뒤면 60%가 넘게 관둬
인사팀 “‘신입사원 퇴사’ 흔한 일이지만 회사 피해도 커”

[일요서울 | 남동희 기자] 올해 취업 무경험 청년 수가 8만 명을 넘기며 2000년 이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그들은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 등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저마다 가고 싶은 기업을 품고 힘겨운 시간을 이겨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렇게 힘겹게 입사한 기업을 1년도 안 돼 그만두는 청년들이 늘고 있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다. 지난 하반기 신입사원을 채용했던 중소기업 10개사 가운데 8개사에는 이미 퇴사한 신입이 있다. 심지어 올바른 퇴사를 도와준다는 ‘퇴사 학교’까지 생기며 하나의 이슈로 부상했다.


#1. 신입 직장인 김 모(27)씨는 최근 퇴사를 심각히 고려 중이다. 다른 취업준비생들처럼 힘겨운 노력 끝에 입사 한 회사에서 보람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는 대학교 2학년 때부터 중국어를 독학하고 군대 전역 후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다녀오는 등 각고의 노력을 다했다.

하지만 취업 준비 기간보다 짧은 8개월이란 회사 생활은 퇴사를 결심하게 만들었다. 계속된 야근과 주말에도 불러내 운동을 하자는 상사 때문이다. 김 씨는 최근 차라리 시간을 쪼개 쓰며 자기 계발, 아르바이트를 했던 취업준비 시절이 그립다.

#2. 박 모(29)씨는 2주 전 사표를 내 이달 내로 퇴사한다. 그는 엘리트 코스를 거쳐 이곳에 입사했다. 특목고를 졸업하고 해외 유명 대학을 나왔다. 기업직무적합시험 일명 입사 시험을 6개월가량 준비한 뒤 국내 30위 안에 드는 A유통회사에 입사했다.

하지만 그가 하는 일은 매장을 돌며 청소상태 점검, 광고물 부착 등이다. 그는 업무가 본인의 적성과 맞지 않음에도 입사 후 두 달을 버텼다. 하지만 최근 한 선배 직원이 2년이 지나도 자신과 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듣고 바로 퇴사를 결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은 2012년 23%, 2014년 25%에 이어 지난해 27.7%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3년 내 퇴사율은 더 심각하다. 구인구직사이트 기업 잡코리아가 지난 2월 남녀 직장인 132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첫 직장을 그만뒀다고 답한 1250명 가운데 근속 연수가 3년이 안 된 직장인이 62.2%에 달했다. 직장인 10명 중 6명은 3년 안에 퇴사하는 것이다.

‘퇴사를 도와준다’는 기업도 생겼다. 지난해 5월 문을 연 장수한 대표의 ‘퇴사학교’가 그러하다. 그는 본인의 퇴사 경험을 바탕으로 직장인들에게도 진로 상담소 같은 곳이 필요하다 생각해 이 회사를 만들었다. ‘길 잃은 직장인’들도 관심을 보였다. 현재까지 약 3000여 명의 직장인이 이 곳의 프로그램을 거쳐갔고 선착순으로 진행되는 강연은 매번 자리가 없어 못 듣는다.

취업 준비 때가 낫다

장 대표는 직장인들이 말한 ‘회사 생활이 힘든 이유’에 대한 키워드 7개를 꼽았다. 적성·성장·시간·관계·공허·안주·문화다. 앞의 3개는 개인이 통제할 수 있고 뒤의 3개는 그럴 수 없는 요인이다. 장 대표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게 퇴사를 준비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직장인들이 퇴사를 결심하는 이유는 업무 스트레스, 연봉에 대한 불만 등이었다. 잡코리아의 지난해 퇴사 경험이 있는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퇴사 이유로 ‘높은 업무 스트레스’(16.7%·복수응답)가 가장 많았다. 이어 연봉에 대한 불만(13.3%), 대학원 진학 등 학업(12.4%), 경력관리(12.2%) 순으로 조사됐다.

직무·문화 적응 못해

퇴사를 하는 신입이 늘수록 회사도 고충이 늘었다. 한 신입사원을 교육하는 데 들이는 비용과 걸리는 시간도 만만치 않고, 퇴사자를 메울 인력을 보충하는 기간 동안 발생하는 피해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기업일수록 그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 인터넷 시장조사 전문 기업의 중소기업 인사담당자 34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절반에 가까운 49.6%의 회사가 신입사원 적응 프로그램이 있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이 중 10개사 가운데 8개사에는 1년 내 신입사원 퇴사자가 발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이들 기업 중 70.2%가 향후 신입사원 이탈을 막기 위해 적응 프로그램을 도입·강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 기업 인사담당자에 따르면 회사는 퇴사자가 늘수록 더 정교한 채용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애초에 퇴사할 사람을 뽑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인사담당자는 퇴사율 상승에서 까다로운 채용 프로그램 도입으로 이어지는 이 순환 구도가 현 상황에 더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이런 현상(퇴사율 상승)이 전반적인 사회적 현상과 맞물려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회사 측에서도 극복할 방법을 찾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희준 연세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신입사원들의 퇴사율이 점차 높아지는 것에 대해 사회관계망(SNS) 등의 매체 발달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직업에 대한 정보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 타인이 직장에서 얻는 보상 등이 SNS를 통해 공개되며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는 것도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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