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정대웅 기자>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롯데그룹 경영권에 재도전할 것을 시사했다. 그는 신 회장에게 퇴진을 요구하는 한편, 자신과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을 포함해 4명의 이사 선임 등을 제안했다.

롯데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배치 문제로 중국으로부터 공세를 당하는 상황인 데다, 최근 신 회장이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불구속 기소되자 분위기가 어수선한 틈을 타 경영권을 차지하려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롯데홀딩스는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충분한 대응을 신속하게 발신하지 않고, 신동빈 씨의 거취에 대해서도 아무런 정보가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이 지난 23일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는 ‘롯데 경영정상화를 위한 모임’ 일본 사이트에 ‘광윤사 대표’ 명의로 올린 글의 일부다. 신 전 부회장은 동생 신동빈 회장의 기소에 대해 언급하면서 롯데 그룹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해 신 회장의 롯데홀딩스 이사 및 롯데 그룹 관련된 모든 직책에서 사임을 요구했지만 ‘묵묵부답’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앞서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의 기소가 결정된 이후인 지난 17일 광윤사 대표 명의로 ‘긴급성명’을 냈다.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에 대해 롯데홀딩스의 이사 및 그룹 관련된 모든 직의 즉시 사임을 요구한 바 있다.

신 전 부회장은 “광윤사는 롯데 그룹 경영 체제의 근본적 쇄신을 내용으로 하는 주주 제안 실시를 결정했다”며 자신과 함께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 총괄회장의 비서였던 이소베 테츠, 지난 2015년 이사직에서 물러났던 노다 미츠오 등 4명에 대한 ‘이사 선임 건’과 모토 다케시 ‘감사 선임 건’ 등 2건을 주주제안 했다.
 
사실상 경영권 쟁탈을 위한 재도전을 예고한 셈이다. 그동안 세 차례 경영권 다툼에서 신 회장의 압승으로 끝나며 두 사람의 경영권 분쟁은 수그러들었다.
 
지난 2015년 1월 롯데홀딩스 부회장직에서 전격 해임된 신 전 부회장은 같은 해 7월 27일 신격호 총괄회장을 앞세워 동생 신동빈 회장을 롯데홀딩스 이사에서 해임하려다가 실패로 그쳤다.
 
이후 2015년 8월, 2016년 3월, 같은 해 6월 세 차례의 롯데홀딩스 표결에서 신동빈 회장이 모두 압승했다. 만약 6월 표결이 성사되면 2015년 경영권 분쟁 발발 이후 네 번째 형제간 표 대결이 되는 셈이다.
 
주총 표 대결 승리의 관건은 의결권의 31.1%를 가진 ‘종업원지주회’인데, 주주총회에서 종업원지주회의 표는 이사장에게 일임돼 결정된다. 여태까지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종업원지주회는 신동빈 측에 표를 던졌다.
 
신 전 부회장이 경영권 쟁탈 재도전 의사를 밝힌 건 그룹 안팎의 분위기가 혼란스러운 틈을 타 경영권 확보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근 롯데가 대내외 악재에 쌓이면서 신 회장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상황이다. 특히 신 회장은 여러 건의 재판으로 발이 묶여 대결에 전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구나 사드부지 제공으로 인해 롯데그룹이 중국정부의 사드 보복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롯데마트 등 중국사업의 실적이 급격하게 나빠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롯데그룹은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등 경영상 안팎으로 분주한 상태다.
 
신 전 부회장은 앞서 임시 주총 포함 3차례의 표대결에서 패배했던 것과 관련해 “어려운 건 알고 있다”면서도, “지난해와는 상황이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신 전 부회장의 역전 가능성은 여전히 크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롯데홀딩스의 주요 주주 가운데 광윤사(지분율 28.1%)를 제외한 종업원지주회(27.8%), 관계사(20.1%), 임원 지주회(6%) 등으로부터 신 회장이 지지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특히 주총 표 대결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종업원지주회에서 지금까지 신 회장의 손을 들어왔다.
 
롯데 측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롯데 관계자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이미 여러 차례 주주들로부터 신임을 얻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복귀 제안은 롯데의 위기를 이용해 정상적 경영을 방해하려는 시도일 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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