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채용 미끼로 특별반 ‘강권’하고 ‘먹튀’까지

사진은 본 기사와 무관함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많은 여성들에게 선망의 대상으로 꼽히는 항공사 승무원(이하 승무원). 대형 항공사의 승무원 입사 경쟁률은 100:1, 저비용 항공사는 200:1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합격 문턱을 통과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또 승무원이라는 직업은 ‘전문 지식’만 쌓아서 되는 것이 아니다. 외모, 키, 목소리 톤, 답변·전달력 등 다양한 자질이 있어야 해 진로를 선택하기 전부터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외국항공사(이하 외항사)의 경우 채용 조건은 더 까다롭다. 그래서 취업준비생(이하 취준생)들은 지원서·면접 준비 등을 위해 승무원 준비 전문 학원(이하 승무원 학원)을 찾는다. 하지만 최근 승무원 학원들이 취준생들에게 채용 장사를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채용·면접을 조건으로 추가 수강료를 받고 심지어 문을 닫는 사례도 생겼다.

정규반 수강비 160만 원, 특별반 수강비 최대 60만 원 추가
특별반 수강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강사 과외 권하기도


# A 승무원학원은 외국의 B 항공과 채용대행을 체결했다. 이후 학원은 채용설명회를 진행하면서 “B 항공이 1차 면접 서류 합격생 중 80%를 A 학원 수강생들 중에서 뽑으려 한다” “학원에서 (채용을 대행해) 진행하는 1차 면접은 학원 내부 임원진들로 구성돼 있다” “특별반 수강 학생은 (특별하게) 면접 시연을 우선적으로 실시한 뒤 1차 면접 시험을 치를 수 있다” 등의 말들로 취준생들을 현혹했다. 학원은 학생당 각각 160여만 원의 정규반 수강비를 받으며 정규반 학생들을 모집했다. 또 30만 원~60만 원의 추가 수강비를 받고 특별반을 편성했다. 결국 300여 명의 취준생이 정규반 신청을 했으며 그 중 150여 명의 수강생들이 특별반을 신청, 배정됐다.
 
# C 승무원학원은 중국의 D 항공사와 계약을 체결해 ‘학원 정회원’ 또는 ‘해당 항공사 대비반 수강생’에 한해서만 서류심사, 1·2차 면접을 통해 채용을 추천했다. 학원 측의 채용 주장은 학원 수강을 신청하지 않으면 외항사 채용의 기회조차 얻을 수 없는 꼴이었다. C 학원은 D 항공사의 권한을 위임받아 면접·채용과 관련해 진두지휘(?) 했으며 학원 수강을 종용하고 채용공고를 가장해 수강생을 모집했다.
 
# E 승무원학원은 F 항공사와 채용대행 계약을 체결했다며 수강생을 모집했다. 이들은 지난해 7월 서류 전형과 1차 면접을 진행했지만 아직까지 이후 면접은 재개되지 않고 있다. 학원 측은 사드로 인해 악화된 중국외교관계 때문에 잠정적 보류라 밝히고 있지만 1차 면접 이후 서울 강남의 E 승무원학원은 문을 닫아버렸다. E 승무원학원이 수강료 ‘먹튀’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항공사는 채용대행사실 부인
학원은 돈 받고 수강생 모집

 
이정미 정의당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은 지난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의원은 피해 학원생들의 구체적 사례들을 설명하며 “외항사 채용을 미끼로 일부 승무원학원들이 특별반을 권유하거나, 수강비를 더 거두고 심지어 수강료를 ‘먹튀’하는 등 폐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현재 외항사의 경우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취준생이 직접 항공사 본사가 있는 현지에 방문해 면접을 보지만 비용절감을 위해 국내 채용대행업체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문제는 힘없고 돈 없는 취준생들의 상황을 악용하는 (일부) 승무원 학원들이다. 승무원 학원들이 외국항공사와 채용대행을 체결한 것을 미끼로 취업준비생 대상 채용 장사를 벌이고 있는 것”이라며 “사례를 (살펴) 보면 특별반 수강을 강권해 추가 수업료를 걷거나, 아예 학원 수강을 하지 않으면 취업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고, 심지어 수강료를 받고 학원이 ‘먹튀’하는 등 문제가 심각했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이날 A 승무원 학원 피해 사례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수강생 모집 당시 채용강사와 취준생의 대화가 담긴 녹취 파일을 공개했다.

녹취 파일에는 “팔은 안으로 굽으니까 (수강생 중) 80%는 이제 우리 내부적으로 (합격) 하려고 한다” “1차 면접은 순수히 저희 내부진으로 임원 구성이 돼 있다” “(특별반) 학생들 같은 경우에는 좀 더 유리하다. 왜냐면 모든 면접이나 이런 것들을 프리뷰를 다 하고 보는 거기 때문에” 등의 발언들이 담겨져 있었다.

이 의원은 “(A 승무원) 학원 측은 이미 정규반 수업을 듣고 있던 학원생들에게도 면접만을 위한 팁을 줄 것이라며 (특별반 모집을 위해) 30만 원을 요구했다”며 “5회 수업 중 종강 하루 전날 특별반 수강 신청을 한 학생도 있었다. 어떤 지망생에게는 재직 중이라 수업을 들을 시간이 없다 하자 특별반 강사와의 과외를 권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또 E 승무원 학원에 대해서는 “E 학원은 A 학원과 같은 방식으로 특별반을 개설해 수강생을 모집했다. 최종면접 진출을 보장한다는 말을 듣고 수강 신청한 학생도 있다”며 “하지만 지난해 7월 1차 면접 이후 현재까지 채용면접은 재개 되지 않고 있다. 혹시나 2차 면접이 재개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학생들은 제대로 항의조차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C 승무원 학원에 대해서는 “(C 학원이) 채용공고문에 ‘학원 정회원’ 또는 ‘외국항공사 면접 대비반 수강생’ 자격 조건을 추가했다. 돈을 내지 않으면 지원서조차 쓸 수 없었다”며 “그런데 (해당 항공사에서) ‘2017년에 한국인 채용을 진행한 바가 없고 한국의 어떠한 기관에도 채용 대행을 맡긴 적이 없다’는 의혹이 있다. 취업 사기가 의심되는 부분이다”라고 주장했다.
 
논란된 승무원 학원
‘먹튀’ 의혹, “관계 없다”

 
기자는 사실 확인을 위해 이정미 의원이 거론한 승무원 학원들과 접촉해 봤다.

E 승무원 학원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F 항공 측이 지난해 ‘사드 여파로 양 나라간 정치적 문제 때문에 채용이 늦어질 것 같다’는 공문을 보내왔다. 그것을 수강생들에게 공지했으며 F 항공 측과의 지속적 연락을 취하고 있다”며 “F 항공 측에서 얘기해준 것은 이번 (한국의) 정권 교체로 인해 (중국 정부 측의 입장이) 바뀔 수도, 안 바뀔 수도 있다 보니 중국정부 쪽에서 기다려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학생들과도 커뮤니케이션이 지속적으로 오갔다. 학생들도 반발이 없었다. ‘있었다’고 하면 진즉에 조치를 취했을 것”이라며 1차 면접이후 ‘강남점 폐원’과 관련한 ‘먹튀’ 의혹에 대해서는 “지난해 11월 운영해주시는 분이 더 이상 운영을 할 수가 없게 돼 (폐원을) 한 것이지 (수강료 먹튀 등) 관계 없다”고 밝혔다.

또 그는 “특별반(F 항공 채용 단기과정에 한해서만)은 연 것은 맞다. F 항공 측에서 (특별반)을 열어달라고 했다. 우리는 1차 면접까지만 책임을 진다. 최종면접까지는 확인을 할 수 없는 부분이다”라고 전했다.

A 승무원 학원 측은 언론을 통해 “예를 들어 고등학교 담임선생님이면, ‘우리 반 80%가 서울대 가자’라는 식으로 우리의 목표를 얘기한 거였다” “우리는 공정하게 채용을 진행했을 뿐이며, ‘특혜를 준다’는 식의 발언은 전혀 한 바 없다” 등의 반박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승무원학원들에 전면 세무조사를 제기해 적극 대처할 것”이라며 “교육청은 교육과정 및 수강비 신고 여부, 해당 학원에 대한 민원신고에 대한 즉각적인 지도 점검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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