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 1만 원부터 일당 15만 원까지 가격도 ‘천차만별’

사진은 본 기사와 무관함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대학가에서 암암리(?)에 실행되는 ‘대리출석’은 오래된 악·폐습이다. 대학 교수들이 일일이 학생의 이름을 호명하며 출석 여부를 손으로 적는 ‘수기 출결’ 방식 때문에 대리로 출석을 해도 교수가 직접 확인하지 않으면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결국 대학들은 이를 심각한 문제로 여겨 지정좌석제, 전자 출결 시스템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 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수기 출결을 하는 대학들이 많고 ‘대리출석 아르바이트(이하 대출 알바)’까지 성행하는 등 문제가 커지고 있어 대학 교수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등록금 벌려고 아르바이트, 취업 준비로 바빠 대리출석 알바 이해 간다”
각 대학들 전자 출결 시스템 도입···출결 확인뿐 아니라 편의 시스템도 있어


 
한 중고거래 사이트 캡쳐화면
 “9시부터 8시간입니다. 가서 앉아서 숙면하시거나 쉬었다 오시면 됩니다” “서울 지역이며 3시간짜리 수업에 하루만 대신 참석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화, 목 아침 9~12시구요 시간당 만 원씩 드리며 선입금 해드립니다” 등은 중고거래 홈페이지에서 ‘대리출석’이라는 단어를 검색했을 때 쉽게 볼 수 있는 글귀다.

대학가에서 소리 소문 없이 진행되던 대리 출석이 이제는 아르바이트로 번지고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대출 알바는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구인까지 나서는 상황이다.

해당 글을 살펴보니 ‘시급 만 원’ ‘건 당 1만5000원’ ‘5만 원’ ‘일당 15만 원’ 등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기자는 한 교육정보 커뮤니티에서 대출 알바를 하겠다며 연락처를 남긴 구매자 A씨와 통화를 해봤다.

그는 “사례비는 건당 5~10만 원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강의 시간과 위치 알려주시고 계좌번호 문자로 보내드릴 테니 선입금해 달라”며 능숙하게 설명했다.

기자는 취재라는 사실을 밝히고 여러 질문을 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모른다”였다.

하지만 그는 통화를 끊기 전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쉽게 돈을 벌수 있는 ‘대출 알바’를 한다. 앉아만 있어도 돈을 벌 수 있다”고 밝혔다.

“수업 마음에 안 들면
대리출석 하는 게 나아”

 
기자는 실제 출석 환경과 대리 출석 등의 사실 확인을 위해 여러 대학을 방문했다.

서울에 위치한 B 대학교에 다니는 C씨는 “지각하면 어쩔 수 없이 친구들한테 대리출석을 요청한다. 그리고 교수에 따라(과목) 수업을 들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이 들 때 후배에게 대출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며 “나는 대리출석에 대해서 찬성한다. 교수의 수업 스타일이 별로면 수업을 듣지 않고 자습을 해도 되니까 도서관에서 혼자 공부하고 후배한테 대출해달라고 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며 대리출석 자체에 긍정적인 견해를 표했다.

그는 대출 알바에 대해 “(대출 알바)가 있다는 사실은 들어보지 못했지만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대리출석을 해주면 밥과 술을 사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라며 “대출 알바를 모집하는 사람들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대학생들은 등록금을 벌기 위한 아르바이트와 취업 준비 등으로 바빠 학업에 전념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경기권에 위치한 D 대학교에 다니는 E씨는 “동기·선배들이 단순한 피로로 수업을 제치고(빠지고) 싶어서 대리출석을 해봤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대리출석 방법으로는 학교에 공강인 후배나 동기한테 부탁해서 (대리출석을) 하고 사례하거나 나중에 (같은 방식으로) 갚거나 이런 식이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다들 그냥 강의 안 듣고 출결이랑 시험만 잘 보면 된다는 마인드(생각)라 수강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 같다. 일부는 그냥 결석을 하지 대리출석을 안 하려고 하는 사람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리출석은 각 대학에서 교칙으로 규정하지 않거나 출결에 대해 처리하는 방식이 모두 다르다. 따라서 사전에 방지해야만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상황이다.

 
  전자 출결 시스템 도입
악·폐습 막을 수 있나

 
현재 대학들은 손으로 직접 출석 상황을 기재하는 ‘수기 출결’, 무선 데이터 송신 장치 (RFID) 등을 활용해 대형 강의 등에서 유리한 ‘전자 출결’, 수강생의 자리가 정해진 ‘지정좌석제’, 교수들이 학생들 중 일부만 호명하거나 출석 확인 시간을 유동적으로 조정하는 ‘임의 출결’ 등의 방식으로 출결 사항을 확인하고 있다.

해당 방식들은 각각 장·단점이 존재하지만 현재 대학들이 적극 추진하고 있는 방식은 ‘전자 출결 시스템’이다. 전자 출결 시스템은 ‘대리 출석’과 ‘강의 매매’ 등 각종 편법 방지와 출석 확인 시간 단축 등으로 대학가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이 방식은 기존 IC카드 학생증과 모바일 학생증, 휴대폰 등을 통해 ‘USIM/NFC’ 또는 ‘QR코드’를 인식하거나 ‘블루투스 신호’를 이용해 어플리케이션(이하 앱)에 접속한 뒤 출결을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가톨릭관동대, 가천대, 경기대, 경성대, 동양대, 연세대, 영남대, 서울여대 등 많은 대학들이 도입해 활용 중이다.

교수들은 이 같은 전자 출결 시스템을 통해 PC, 태블릿, 핸드폰 등 다양한 기기에서 실시간 출결 상황을 확인·체크할 수 있다.

특히 일부 새로운 방식으로는 강의시간표 제공, 휴·보강 신청, 성적 공시, 출석인정 신청 및 처리 등 학생들과 교수들의 편의를 위한 다양한 기능들도 갖췄다.

이중 중앙대는 2017년 1학기부터 서울캠퍼스 및 안성캠퍼스 전체 강의실(484개)에서 전자 출결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운영 중이다.

학교 측은 시스템 구축 후 한 달이 된 지난 3월 말 기준 전체 사용률은 55%이며 이용 만족도도 높다고 밝혔다.

또 원활한 시스템 운영을 위해 여러 장비를 도입하고 무선망을 새롭게 정비하는 등 약 50억 원의 비용이 소요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철저할 것이라 생각된 전자 출결 시스템도 허점이 존재한다.

F 대학교에 다니는 G씨는 “친구들의 학생증을 여러 장 챙겨서 전자출석을 해주는 게 문제가 돼 교수들도 전자출석뿐만 아니라 수업 후 수업관련 설문(URL)을 작성하도록 시킨다”고 전했다.

또 그는 “시험기간에 도서관 이용 시 학생증을 이용해서 좌석을 지정받는데 학교 근처에 사는 친구에게 학생증을 맡겨 자리배정을 부탁하는 사람들도 일부 있다. 아침 첫 차를 타고 학교에 가도 좋은 좌석은 다 차 있다. 자리만 차지한 채 정작 사람들은 대부분 늦게 온다”고 말했다.

이어 “(전자 출결 시스템)이 여러 모로 편리해진 것은 있지만 불편을 토로하는 사람들도 많다. 일단 학생들의 의식이 바뀔 필요가 있고 대학의 집중적인 관심, 편의와 오류방지를 위한 시스템 업데이트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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