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막힌 별별 ‘세 글자’…이것이 민심?

<뉴시스>
특징 살린 ‘긍정 축약어’…확대 재생산
‘부정 축약어’도…경쟁 후보에 덧씌우기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지지세 확장을 위한 세 글자 프레임 경쟁이 대선의 또다른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자유한국당 홍준표·국민의당 안철수·바른정당 유승민·정의당 심상정 후보들이 지지율 ‘시소게임’을 벌이면서, 각 진영뿐 아니라 지지자들도 세 글자 줄임말을 통한 지지세 경쟁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대깨문’, ‘홍찍홍’, ‘안파고’ 처럼 줄임말이 유행하는 세태를 반영하듯 온라인상에서 세 글자 프레임 경쟁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정치적 의도가 담긴 이 줄임말은 긍정적 단어뿐 아니라 부정적 이미지를 씌우는 표현도 있어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뉴시스>
  문재인 후보의 경우 2040 등 다수의 젊은 층 지지를 받고 있는 만큼 그를 둘러싼 세 글자 표현은 여러 가지다. 당내 경선에서 시작된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은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 ‘투대문’(투표하면 대통령은 문재인)까지 진화했다.
 
또 ‘아나문’(아빠가 나와도 문재인), ‘나팔문’(나라를 팔아먹어도 문재인), ‘투더문’(To The Moon, 투표는 더민주 문재인) 등 문 후보에 대한 충성도를 보여주는 세 글자 줄임말이 인터넷상에서 회자하고 있다. 이 같은 세 글자 줄임말은 온라인상뿐만 아니라 문 후보 유세장에도 심심찮게 보인다. 문 후보는 이들 중 ‘투대문’을 언급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洪·安·劉·沈
각각 특징 살려

 
안철수 후보에 대한 세 글자 줄임말은 4차 산업혁명시대 적임자가 안 후보임을 강조하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미래’, ‘혁신’을 이끌 지도자란 이미지를 부각하는 ‘대미안’(대신할 수 없는 미래 안철수), ‘안파고’(안철수+알파고)가 대표적이다.
 
안 후보는 과거 주요 정치적 순간에 후퇴하는 모습을 보여 ‘철수’ 이미지로 비판을 받았으나, 최근에는 강한 권력의지를 내비치며 ‘강철수’(강한 안철수), ‘독(毒)철수’(독 오른 안철수)로 지지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뉴시스>
 홍준표 후보를 대표하는 세 글자는 많지 않지만 뜻은 명료하다. ‘홍찍홍’(홍준표 찍으면 홍준표가 된다), ‘홍찍자’(홍준표를 찍으면 자유대한민국을 지킨다) 등은 홍 후보를 지지하는 보수층에게 안성맞춤이란 평이 나온다. 또 안철수 후보 측이 ‘홍찍문’(홍준표를 찍으면 문재인이 된다)을 강조하면서 자신에게 보수 결집을 유도하자 이에 대응하면서 ‘홍찍홍’, ‘홍찍자’를 국민들에게 세뇌(?)시키고 있다.
 
같은 방식으로 유승민 후보는 ‘유찍유’(유승민을 찍으면 유승민이 된다)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고, 심상정 후보의 경우 최근 TV토론에서 재조명을 받으면서 ‘심알찍’(심상정을 알면 심상정을 찍는다), ‘토신토왕’(토론의 신, 토론의 왕)이라는 새로운 축약어가 생겨났다. 심 후보는 또 ‘심블리’(심상정+러블리), ‘심부름’(심상정을 부르면 달려간다) 등으로 유권자들에게 친근감 있게 다가서고 있다.
 
부정적 세 글자로
‘올가미’ 치기

 
세 글자 줄임말이 긍정적 의미로만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경쟁 후보에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우기 위한 ‘프레임 경쟁’이 활발하다. 문 후보는 긍정 축약어만큼 부정 축약어도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
 
일부 보수 진영에서 문 후보의 이름을 이용해 ‘문죄인’, ‘문제인’으로 지칭하고 있다. 대선 정국에서 아들 특혜채용 의혹이 불거지자 ‘문유라’(문준용+정유라)가 등장하는가 하면, 문 후보의 안보관을 겨냥한 ‘문찍김’(문재인 찍으면 김정은에게 간다)이라는 표현도 나왔다.
 
또 문 후보의 열성 지지자들을 비판하는 ‘문레반’(문재인+탈레반), ‘문슬람’(문재인+이슬람)이라는 표현도 있다. 다만 이는 이슬람에 대한 혐오 정서가 깔려 있어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안 후보도 본격 검증대에 오르면서 각종 의혹이 불거지자 부정적 줄임말이 잇따라 등장했다. 보수 진영의 ‘박지원 상왕론’으로 ‘안찍박’(안철수를 찍으면 박지원이 상왕된다)이란 표현이 나왔고, 사람들과 찍은 사진에서 ‘조폭 연루설’이 나와 ‘갱(gang)철수’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의 ‘보좌관 사적업무 지시 논란’을 비판하는 ‘순가미’((최)순실이 가니까 (김)미경이 온다)와 ‘갑철수’(갑질 안철수),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비꼰 ‘MB아바타’까지 등장했다. 특히 ‘갑철수’와 ‘MB아바타’는 안 후보 스스로가 TV토론에서 공개 언급함으로써‘셀프 네거티브 홍보’라는 뼈아픈 평가도 나왔다.
 
홍 후보는 특유의 ‘막무가내’ 이미지를 표현한 ‘홍도저’(홍준표+불도저)라는 말이 온라인상에서 회자된다. 또 막말과 거친 입담을 빗대 ‘홍트럼프’(홍준표+미국 트럼프 대통령)라는 표현도 나온다.

유 후보의 경우는 ‘배신자’라는 표현이 대표적이다. 유 후보를 반대하는 세력에서 유 후보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 항명하고, 탄핵을 주도하면서 당도 배신했다는 비난이 나온다. 이에 대해 유 후보는 권력을 비판한 것뿐이고, ‘배신자’ 낙인은 음해라는 입장이다.
 
세 글자 프레임 경쟁은 줄임말이 유행하는 세태가 반영된 선거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정보를 왜곡해 ‘낙인찍기’ 경쟁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세 글자 축약어에 울고 웃는 대선후보들이지만 대중 정치인으로서 이를 감당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편, 정치인들이 보여주는 세 글자 이미지에서 벗어나 삶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후보들의 정책에 보다 관심을 쏟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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