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산소가 길이다

1. 질병의 치료방법과 효과

질병을 치료하는 데에는 그 치료가 환자에게 진정한 의미에서 도움이 되는 처방이 있고, 일시적으로 호전되는 듯 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더 악화시키는 결과를 만드는 처방도 있다. 이러한 사실을 아는 것은 자신의 몸을 관리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며 이를 알아야 자신의 몸에 이로운 선택을 할 수가 있다. 고혈압에 들어가기에 앞서 현대의학이 치료하는 방법에 따른 종류와 그 효과를 알아보자.

■ 마비치료

간장병이나 당뇨나 고혈압처럼 소리 없는 질병도 있지만 인체는 위험요소가 다가올 때 그 위험을 증상으로 미리 알려준다. 통증과 저림, 결림과 답답함, 뻐근함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위험상황은 가능하면 빨리 인지해야 미리 대책을 세울 수가 있다.

대부분의 질병은 통증을 통해 인지하게 되는데, 이 경우 당연히 그 원인을 찾아서 처방을 해야 한다. 그런데 원인을 찾을 수 없을 경우 환자의 일시적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치료 방법이 있다. 그것이 진통제 처방이다. 진통제 처방은 위험에 처한 세포가 뇌에 신호를 보내도 뇌가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게 하는 처방이다. 또 그마저도 잘 듣지 않으면 신경자체를 파괴시키는 통증클리닉이 있다. 신경파괴시술과 신경응고시술도 그 한 예이다. 그러면 뇌는 세포가 전해주는 위험신호를 반영구적으로 인지하지 못해 환자는 통증에서는 해방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세포가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는 것과는 전혀 무관하다. 세포의 어떤 고통도 뇌는 인지할 수가 없고 환자는 지속적으로 위험상태에 노출되는 것이다.
이는 환자가 또 하나의 신체적 장애를 갖게 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치료방법은 문제를 은폐하는 행위다. 필자는 이러한 치료방법은 ‘은폐치료’ 또는 ‘마비치료’라고 부른다. 환자를 바보로 만든다하여 일명 ‘바보치료’라고도 한다.

■ 관리치료

의학계가 나름 만들어 놓은 수치를 근거로 그 수치를 넘으면 위험하니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정한 것이 일부 질병에 해당하는 수치다. 혈당수치나 혈압수치가 그런 것들이다. 물론 정해놓은 수치를 넘어서면 위험해진다는 가이드라인이며 질병 예방과 치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수치다.

문제는 원인은 그대로 두고 수치만 조절하는 예가 많다는 것이다. 혈압이 높으면 그 원인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혈압이 올라간 원인을 찾아 제거해야한다. 원인을 제거하지 않고 약으로 일시 조절한다고 해도 약효가 떨어지면 본래의 상태로 돌아간다. 필자는 이러한 치료를 ‘관리치료’라 부른다. 결국 죽는 날까지 수치를 조절해야 한다. 이 경우 문제의 본질은 그대로 있기 때문에 질병의 치료와는 무관한 방법이다.

■ 대안치료

인체의 장기에 문제가 생겨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인체는 스스로 하지 못하는 것을 대신 해주는 방법을 ‘대안치료’라고 부른다. 한 예로 췌장이 인슐린을 분비하지 못해 혈당조절(영양흡수)을 못하는 당뇨 환자에게 인슐린을 투여하는 것을 들 수 있다. 물론 췌장 기능이 약한 환자로서는 대안치료가 필요하다.
또 신장이 이뇨를 하지 못하면 이뇨제를 투여해 치료하는 경우도 대안치료에 해당한다. 이러한 치료는 인체 자체를 정상화시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같은 증상이 반복된다. 따라서 주기적으로 신장투석을 해야 한다.

■ 대체치료

장기에 이상이 발생하거나 정상기능을 발휘할 수 없을 때 새로운 장기로 바꾸는 경우가 있다. 신장이나 간을 이식하고 또 줄기세포기술을 통해 만든 장기를 이식하는 경우가 그렇다. 이러한 치료를 ‘대체치료’라고 부른다. 응급상황이거나 기능이 도저히 회복될 수 없는 상황에선 정말 필요한 치료방법이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고려할 점은 해당 장기는 치료가 되지만 몸 전체가 바뀐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치료와는 구분돼야 한다.

우리 몸은 장기 하나하나가 독립적으로 존재하고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장기와 연계된 문제가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한 장기가 망가졌다면 같은 섭생을 한 인체의 다른 장기도 크게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장기로 대체할 경우 면역억제제를 평생 먹어야 한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 증상치료

다리가 시려 병원에 가면 찜질 등을 통해 혈관을 이완시켜 일시적인 혈액순환으로 시림증상을 없앤다. 원인으로부터 나타난 인체의 증상을 없앤 것이다. 만일 단순히 해당세포가 막혔다가 찜질을 통해 막힌 모세혈관이 뚫려 해결되었다면 치료로 볼 수 있지만, 다리로 통하는 동맥이 막힌 경우는 증상만 호전된 것에 불과하다. 이런 수준의 치료를 증상치료라고하며 근본 원인을 제거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는 재발하게 된다.

■ 결과치료

질병이 유발되면 그 결과(문제)를 제거하는 것을 ‘결과치료’라고 한다. 예를 들면 암에 걸리면 암 덩어리를 제거한다. 방사선요법이나 약물요법도 마찬가지다.
이미 생긴 암을 없애는 것은 필요한 조치다. 그러나 결과치료는 다른 주변의 상황은 그대로이고 문제가 된 부분만 제거한 것이기 때문에 섭생을 과거처럼 한다면 재발의 가능성은 상존한다.

■ 현상치료

다리가 시려 병원에 가면 의사가 시린 원인을 찾아본다. 다리로 가는 혈관조영시술을 해본 결과 죽종이 혈관을 막아 생긴 것이었다. 죽종을 제거하니 시림증상도 사라졌다. 그 후 환자는 찜질을 안 해도 시림증상은 더 이상 생기지 않았다. 이와 같이 어떤 원인 때문에 나타난 현상을 본래의 상태로 되돌리는 방법을 ‘현상치료’라고 한다. 바른 치료방법이며 의사가 환자에게 직접 할 수 있는 방법은 여기까지다. 한약을 먹어 어혈을 풀어 주는 것도 이에 속한다. 우리가 병원에서 치료받는 방법 중 최선의 치료법이라고 할 수 있다.

■ 본질치료(치유)

앞서 현상치료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통증환자나 심근경색 환자의 치료방법으로 죽종을 제거하더라도 환자의 죽종이 생겼던 과거의 섭생을 계속한다면 언젠가는 죽종이 또 생길 가능성이 있다. 즉 치유는 못된다. 이때 정말 책임감 있는 의사라면 제발 방지를 위해서 죽종이 발생되었던 근본 원인들을 설명해 줄 것이다. 즉 향후 재발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동물성지방 섭취를 제한하라든지 적절한 운동을 하라든지 물을 많이 섭취하라든지 섬유질이 많은 채식을 하라든지 마늘·양파 또는 김치·된장과 같은 항산화물질을 자주 섭취하라든지 과식을 하지 말라고 하든지…. 이것을 본질치료(치유)라 한다.

우리가 몸이 아팠을 때, 반드시 해야 할 조치는 현상치료를 한 후에 재발을 박으려면 본질치료를 해주어야 한다. 치유는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고 환자의 몫이다.

<출처=고혈압, 산소가 길이다(저 윤태호)>
<정리=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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