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출혈경쟁으로 대형사고 우려,정부 칼 빼들었지만…

.<뉴시스>
초기 5년은 적자 면키 어려워… ‘버티는 자’가 승리?
서비스 미흡, 기계 결함 등 한 항공사만의 문제 아냐
6개 신규 항공사 자금·경쟁 난 등 출범 못하고 발만 동동

[일요서울 | 남동희 기자] 5월 황금연휴 후 휴가에서 돌아온 이들로부터 저가항공사에 대한 불만이 또다시 터져 나왔다. 서비스 미흡, 안전 문제 등의 지적이었다. 이는 몇 년째 거의 모든 저가항공사들이 지적받는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우후죽순 생겨난 항공사간 출혈경쟁이 만들어 낸 폐단이라 꼬집었다. 이어 이를 방치한다면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일요서울은 저가항공 업계에서 불거진 여러 문제점과 허술한 규제를 노린 저가항공사의 무차별 진입에 대해 짚어봤다.


#1. 직장인 박모씨는 이번 연휴 괌으로 가족들과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박 씨는 두 달 전부터 A 저가항공사를 통해 표를 예약해놓았다. 하지만 이 항공사의 괌 여객기가 올해 초에 기체 결함으로 두 번 연속 연착·지연되는 등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어 여행 전부터 불안했다. 박 씨의 예상대로 돌아오는 비행기는 6시간이 넘게 연착이 돼 박 씨와 가족들은 개인 일정을 조정하기 급급했다.

#2. 김모씨는 지난해 B 저가항공사를 통해 올해 4월 28일에 출발하는 인천 발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행 왕복항공권 2매를 32만 원가량에 구입했다. 하지만 개인 사정으로 출발일로부터 91일 이상이 남은 시점에 항공권 구매 취소를 요청했지만, 항공사는 구입가의 60%가 넘는 금액인 20만 원을 환불수수료로 부과했다.

김 씨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불공정 약관 시정 내용대로 환불수수료 면제를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시정된 약관은 2017년에 예약한 항공권만 해당된다는 것. 이마저도 김씨가 수차례 콜센터 전화연결 시도 끝에 들은 답변이었다.

5월 초 근로자의 날, 석가탄신일, 어린이날 등을 포함한 연휴 기간은 올해 들어 가장 길었다. 그래서인지 국내외 여행객도 100만 명을 넘어섰다. 덕분에 항공사들은 반짝 특수를 누렸다.

특히 저가항공사들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단거리 국외 노선부터 제주도행까지 매진을 기록했다. 하지만 인기만큼이나 승객 불만도 많았다. 비행 연착·지연에 따른 승객 피해가 가장 많았고 환불, 서비스 미흡 등의 문제도 제기됐다.

급강하, 화재경보 등 소란

저가항공사들의 이런 서비스 미흡과 안전사고 등은 2005년 국내 저가항공사 첫 출범 후(제주항공)부터 계속됐던 문제들이다.

지난 2월 진에어는 하루 간격 두 차례에 걸쳐 기체 결함으로 인한 소동이 있었다. 진에어에 따르면 지난 2월 8일 오후 9시 54분 인천을 출발해 필리핀 클라크필드로 향하던 진에어 LJ023편이 이륙과 동시에 화재 경고등이 울려 회항했다. 이 여객기에는 승무원 10명과 승객 325명이 탑승했다. 확인 결과 화재 경고등이 오작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에어 관계자는 승객들에게 보상 조처를 모두 취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여객기는 바로 전날 2월 7일 방콕 수완나품 국제공항에서 인천으로 출발하려다 객실에 연기가 발생하면서 승객 392명이 대피하는 소란이 있었던 그 항공기여서 문제가 됐다.

제주항공은 앞선 2015년에 김포공항을 출발해 제주를 향하던 제주항공 여객기 7C101편이 1만 8000피트 상공에서 8000피트로 돌연 급강하하는 일이 발생했다. 갑작스러운 저공비행에 150여 명의 승객들은 심한 두통과 어지러움을 겪으며 극심한 공포에 휩싸였다.

제주항공의 사고가 터진 일주일 후에는 푸켓에서 인천으로 향하는 이스타항공 여객기가 이륙 전 기체 결함이 발견돼 긴급 점검에 들어갔다. 이스타항공은 같은 해 12월에 186명의 승객을 태운 인천발 홍콩행 여객기가 기체 이상으로 회항한 바 있어 원성은 더욱 높아졌다. 이 밖에 비슷한 시기 연말연초에 무려 4차례의 저가항공사들의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이어져 논란이 된 바 있다.

문제는 이런 저가항공사에서 발생하는 기체 결함, 서비스 미흡 등 문제들이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커 논란이 되고 있다. 실제로 몇몇 저가항공사들은 정비인력 부족이 드러나며 더욱 논란이 됐다. 지난해 국토부 조사에 따르면 진에어의 정비 인력은 133명으로 항공기 1대당 6명이다.

이는 국토교통부(국토부)가 권장하고 있는 항공기 1대당 정비인력 12명의 절반이다. 국토부 권고를 준수하고 있는 곳은 저가항공사 6곳 중 에어서울(14.3명)과 제주항공(13.1명), 티웨이항공(11.9명) 등 3곳에 불과하다.

자본 잠식 항공사 속출

업계 전문가들은 저가항공사들의 이런 크고 작은 문제에 정부의 관리 부실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항공사업은 본래 기초 투자비가 큰 사업이다. 또한 막대한 기초 투자비만큼 초기 실적 상승이 어려워 새로이 진입하는 업체들에 대해 면밀한 자본 검증 등이 이뤄져야 한다.

국내에는 현재 총 6개의 저가항공사가 운영되고 있다. 2005년 첫 출범한 저가항공사 티웨이항공을 선두로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에어서울 등이다. 이 중 지난해 말 기준으로 티웨이와 이스타항공 자본잠식률이 각각 106%, 157%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자본 잠식은 자본금이 바닥난 정도를 뜻한다. 항공사의 자본은 안전으로 직결되는 문제다.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해 국토부는 지난 4월 27일 저가항공사에 관한 규제를 강화했다.

올해 실적을 기준으로 누적 적자로 인해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인 항공사들을 대상으로 재무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라 밝혔다. 특히 올해 말까지만 기간을 주고 자본 잠식 50%가 넘는 항공사는 운영권을 취소하겠다는 등 강경한 태세를 보였다.

국토부 관계자는 “자본 잠식 상태에 빠진 항공사는 노후 비행기 교체 등 안전에 드는 비용을 충분히 사용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고 각종 소비자 피해가 따를 수 있다는 점에서 재무평가를 시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가 강경하게 나오자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저가항공사들은 일제히 올해 안에 자본 잠식을 벗어날 것이라고 발표를 했다. 티웨이와 이스타항공 측 모두 차입금 조기 상환 및 영업력 강화에 주력해 하반기 내로 자본잠식 탈피를 위한 내실 다지기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신규 항공사들도 줄줄이 출범 신청을 연기하거나 제고하는 추세다.

에어대구의 경우 총 자본금 500억 원 규모로, 항공기 최소 3대 이상을 도입해 올해 대구~제주 등 국내선을 운영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규제 강화 등으로 당초 계획을 반려했다.

에어대구 관계자는 “현재 법정 자본금은 그대로며 조만간 증자 절차를 밟을 예정이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나온 게 없다”며 “당초 예상 설립일은 올해였는데 시장 경기와 국토부 요구 조건 강화 등으로 올해는 어렵다고 내부적으로 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화 등 대기업 자본의 지원을 받은 케이에어를 비롯한 플라이양양 등도 아직까지 국토부에 항공운송사업자 면허신청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특히 플라이양양은 지난해 12월 국토부에 항공운송사업자 면허신청을 요청했지만 자본잠식 우려로 거절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저가항공사의 출혈경쟁은 더욱 심화될 예정이다. 준비 중인 신규 업체들이 출범을 미룬 것은 맞지만 계속해서 진입 시도를 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에 소비자들의 피해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신규 저가항공사들이 출범한다 해도 인기 노선인 제주도 등은 이미 가득 차 진입 자체가 어렵다. 그렇다고 대형 항공사들이 잡고 있는 국외노선 진입은 더욱 말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렇다면 신규 업체들이 지역 기반으로 비주류, 적자 노선을 운행해 수익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방 지역을 중심으로 노선이 활성화되려면 그 수요가 뒷받침돼야 하지만 항공사의 수익성을 충족시킬 만큼 국내 항공 수요가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 관계자는 “결국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한 항공사에서 안전 문제, 관리 부실 등의 논란이 불거질 확률은 매우 높다”며 “피해는 소비자들에게 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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