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주류 구분없이 연속 회동, 신당창당 적잖은 영향력 예고수도권·광주 잇는 조직적 세력화 추진, 측근 소속 ‘권 품으로’무죄판결을 받은 그가 곧장 찾아간 곳은 역시 동교동 김대중 전대통령 사저였다. 이미 본보는 지난 5월 30일 공판에서 권전고문 단독인터뷰를 통해 “7월초 무죄판결나면 DJ 만나겠다”고 보도했다. 권전고문은 무죄판결을 받자 마자 김 전대통령의 동교동 집으로 찾아가 큰 절을 올리며 ‘오열’했다. ‘영원한 DJ맨’임을 여실히 보여줬다. 권전고문의 무죄판결은 지난 13개월 동안 자제해 왔던 정치활동을 본격화하는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권전고문의 최측근도 “이제부터 당연히 나서야 되는 것 아니겠느냐”며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그를 따르는 수많은 동지들을 위해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측근에 따르면 권전고문은 “진승현 혐의로 인해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고, 너무 억울해서 며칠밤낮을 울분을 못이기며 보냈다”며 “무죄판결날 만을 기다리며 이를 악물고 버티신 분이다”고 전하면서 “요즘은 하루가 짧을 만큼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권 전고문의 자택을 찾아오는 정치인 또한 적지 않다고 전했다.

최근 권전고문은 민주당 인사들을 두루 만나고 있다. 신·구주류 구분없이 골프나 저녁식사를 통해 정치적 의견을 나누고 있다. 권전고문을 찾아 나서는 정치인들도 상당수다. 최근에는 신주류 좌장격인 김원기 고문과 핵심격인 이상수 사무총장과도 골프회동을 가졌다. 지난 5일 용인C·C에서 권전고문과 김상현 고문, 이훈평 의원, 임채정 의원과 라운딩을 하던 중 우연히 이상수 총장을 만나 이훈평 의원과 교체했다고 측근은 전했다. 당시 용인C·C를 수행했던 한 측근은 “권전고문의 무죄를 축하하는 의미에서 김고문이 자리를 마련했고, 같은 시간대에 이상수 의원이 골프를 치고 있어 자연스럽게 합류하게 됐다”며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자세한 얘기는 잘 모르겠지만, 신당 얘기를 하지 않았겠느냐”고 전했다. 또 이 측근은 “이총장이 권전고문을 깍듯히 모셨고, 권전고문도 특별한 내색없이 이총장과 덕담을 나눴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총장이 신주류 핵심격이자 신당추진파라는 점에서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권전고문이 극한 대립전을 벌이고 있는 신·구주류간 중재역할을 해줄 것을 이총장이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권전고문은 민주당을 지켜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고 답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최측근들은 전하고 있다. 권전고문의 한 최측근은 권전고문의 신당에 대한 입장에 대해 “아직 뭐라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며 “그렇다고 구주류와 함께 할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전했다. 아직은 좀 더 추이를 지켜보는 입장이라는 게 측근 전언. 그러나 민주당 일각에서는 권전고문이 신·구주류간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여전히 살아있는 권전고문의 민주당내 ‘파워’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입장이다. 구주류측은 권전고문이 힘을 실어줄 경우 호남민심에 상당한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신주류측은 ‘권전고문이 정치일선에 나서지 않았으면’ 하고 내심 바라면서도 구주류를 신당에 끌어들이는데 권전고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함께 하고 있다., 권전고문측은 정치재개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 정치일선에 나설지에 대해서는 좀 더 두고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분명한 것은 정치재개를 통해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전고문측은 “정치인으로 다시 활동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명예회복을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일선에 나와 그만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권전고문이 구주류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구주류측도 내심 권전고문의 조직적 영향력을 기대하는 눈치다.

반면 신주류측은 최대한 권전고문의 영향력을 축소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기 위해서는 권전고문과의 관계개선이 필수라는 게 신주류측 입장이다. 권전고문은 신·구주류간 갈등과 상관없이 정치권 인사들을 두루 만나겠다는 입장이다. 또 상황에 따라서는 총선출마도 검토해 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내심 자신이 내준 지역구 의원인 김홍일 의원의 양보를 바라고 있지만, 김의원의 출마의지가 변함이 없는 한 무리하게 지역구 도전은 않을 것이라고 최측근은 전했다. 현재 권전고문의 측근들은 수도권과 광주를 연계한 조직적 세력화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권전고문이 예전처럼 막강한 정치적 ‘파워’를 가질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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