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여소야대 정국속에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선 ‘협치’와 ‘연정’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정권교체’ 열망에 당선된 문 대통령으로선 지지 세력의 ‘적폐청산’ 요구도 무시할 수 없다. ‘국민대통합’을 이루면서 ‘적폐청산’을 해야만 하는 문 대통령이다. 일단 문 대통령은 ‘적폐청산위원회’를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두고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양날의 검’을 쥔 문 대통령의 발걸음이 가볍지 않은 이유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대통령 직속 특위 구성 보수 정권 9년 ‘정조준’
- ‘협치·연정’ 국민통합 vs ‘정치 보복’ 적폐 청산 ‘충돌’


문재인 대통령 앞에 놓인 수많은 과제와 공약 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적폐청산’이다. 촛불 민심으로 당선된 만큼 구정권의 적폐청산은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가 됐다. 지난 4월28일에 문재인 선대위에서 발간한 대선 공약집에서 ‘이명박.박근혜 9년 집권 적폐 청산’을 1호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은 ‘적폐청산특별위원회’를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신설하겠다고 약속했다.

MB·朴 적폐 칼날 정조준…
보수 정권 ‘초긴장’


헌정사상 첫 대통령 탄핵을 불러온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적폐 청산 리스트 첫 번째 타깃이 될 전망이다. 뇌물수수 등 18가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은 현재 검찰과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덴마크에 머물고 있는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 역시 이화여자대학교 학사 비리와 삼성의 승마지원 특혜 의혹에 연루돼 송환 가능성도 커졌다.

두 번째 타깃은 이명박 정권 때 이뤄진 주요 국정과제 역시 적폐 청산 리스트 상위를 차지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재조사 필요성을 언급한 4대강 사업과 자원외교 그리고 방산비리가 대표적이다. 4대강 사업은 22조 원 이상 국민 세금이 들어갔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4대강 사업 추진 과정에서 비리나 특혜는 없었는지 수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국내 유력한 건설사들이 대거 참여했다는 점에서 재벌 총수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한 이상득-박영준 등 MB정권 실세들이 진두지휘한 자원외교 사업에 대한 재수사도 진행된다. 앞서 검찰은 자원외교 관련 비리 규명을 위해 7개월간 수사를 벌였다. 그러나 책임자로 법정에 선 2명의 전직 공기업 사장은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아 자원외교 수사는 마무리됐다. 문 대통령은 “자원외교 비리를 다시 조사해 부정 축재한 재산이 있다면 국가에서 환수하겠다”고 공언했다.

아울러 방산 비리도 예외가 아니다. 문 대통령은 방산 비리를 ‘이적죄’에 준하도록 처발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방산비리 연루 업체는 5년간 방위산업 관련 입찰에 참가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징벌적 가산금을 대폭 올리는 등 처벌도 강화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에도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조정이 핵심이다. 대통령과 고위공직자.검찰의 범죄 수사와 기소를 맡는 게 공수처다. 또한 검.경 수사권 조정은 역대 정권에서 매번 시도됐지만 검찰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은 5월11일 초대 청와대 민정수석에 ‘非검찰’ 출신인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임명했다.

조 교수는 SNS를 통해 “검찰개혁의 두 가지 요체는 공수처 설치를 통한 기소독점 분리와 검경 간의 수사권 조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민정수석 자리가 국민여론 및 민심동향 파악, 공직·사회기강 관련 업무를 관할하지만 법무부와 검찰 등 사정기관에 대한 관할도 한다는 점에서 검찰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벌벌 떠는’ 검찰, 국정원, 고위공직자 풍전등화

국정원도 ‘적폐청산’ 칼날을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문재인 캠프에서는 지난 2012년 대선 패배의 원인 중 하나로 국정원 댓글 사건을 들고 있다. 이에 국정원의 경우 국내 정보수집 파트가 대폭 축소되거나 폐지될 운명이다. 대신 對북한 및 해외, 안보, 테러, 국제범죄를 전담하는 ‘해외안전정보원’으로 개편될 전망이다.

이 밖에 공직사회 부패척결을 위한 대책도 내놓았다. 문 대통령은 뇌물과 알선수재, 알선수뢰, 배임, 횡령 등 5대 중대 부패범죄자는 공직을 맡을 수 없게 했다. 또한 병역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탈루, 위장전입, 논문표절 등 5대 비리 행위자는 고위공직 임용에서 철저하게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고위공직자 사회에서 만연된 전관예우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공직윤리법상 취업 제한 기간을 늘리고 업무관련성 범위를 확대한다. 또 공직자가 퇴직 관료를 만날 때 반드시 서면 보고하도록 의무화해 국가 기록으로 남기도록 했다. 이를 위해 독립적인 부패방지기구인 국가청렴위원회(가칭)도 세워 반부패 세력 청산 정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박근혜 정권에서 벌어진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도 보수정권 9년의 적폐로 규정해 철저한 진상조사와 시정 조치를 공약했다. 또한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와 입시·사학 비리에 연루된 대학은 정부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회복하겠다는 취지로 문 후보는 보수화된 방송사에 개혁의 메쓰를 댈 계획이다. 주 대상은 MBC와 KBS, 그리고 YTN 등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문 대통령은 민주당 경선 당시 MBC가 주관한 TV토론회에 출연해 공영방송 문제와 관련해 “MBC가 심하게 무너졌다”며 “국민들이 적폐 청산을 말하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분야 중 하나가 언론 적폐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보수 진영으로부터 ‘방송 장악 기도’라고 공격을 받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 보도·제작·편성권과 언론사 경영의 분리·독립 ▲ 편성위원회를 방송사업자와 취재·제작·편성부문 종사자 대표가 동수로 추천하는 위원으로 구성하는 등 보도와 제작, 편성의 자율성을 확보하는 공약을 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해직·정직 등의 징계로 탄압받은 언론인에 대한 명예회복·원상복귀 및 언론탄압 진상규명 등을 추진하겠다는 공약도 포함됐다. 이는 보수 인사들에 대한 인적 청산으로 이어질 공산이 높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에 대한 반발도 큰 상황이다.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적폐청산위 설립 관련 “집권하면 복수의 정치를 하겠다는 공개선언”이라고 비판했다. 바른정당  역시 “민주당은 ‘적폐청산’ 기치 아래 정치 보복과 사정 광풍을 명시적으로 예고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적폐청산’ 반발 태극기집회 ‘재인산성’ 출현?

문 대통령은 ‘국민통합 정부’를 내세우고 있다. 여소야대 정국에 ‘연정’과 ‘협치’를 해야 한다. 하지만 ‘적폐청산’ 바람이 거셀수록 보수 진영의 반발 역시 클 전망이다. 이럴 경우 국회의 입법 지원을 받아야 할 문재인표 핵심 정책이 발목잡힐 공산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조기 대선 과정에서 ‘촛불세력’과 ‘태극기세력’으로 양분된 국론분열도 심각한 상황이다. 자칫 광화문이 태극기 세력의 상시 집회장으로 될 공산도 높다. 이명박 정권 초 ‘명박산성’이나 박근혜 정부 ‘근혜산성’과 마찬가지로 ‘재인산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감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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